프로 데뷔 후 노장이 될 때까지 한 팀에서만 활약하는 선수를 '원클럽맨'이라고 부른다. KBO리그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박한이, LG 트윈스의 박용택 등이 대표적인 '원클럽맨'이고 미 프로농구(NBA)에서는 '댈러스의 별' 덕 노비츠키가 데뷔 후 한 번도 소속팀을 떠나지 않았다. 선수들은 함께 했던 오랜 세월 만큼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고 지역 팬들도 당연히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사랑이 매우 높다.

하지만 FA 계약이나 트레이드가 활발한 현대 스포츠에서 '원클럽맨'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존하는 NBA 최고의 슈퍼스타 '킹'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의 경우에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마이애미 히트, 그리고 다시 클리블랜드를 거쳐 이번 시즌엔 레이커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밖에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나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키츠)도 현재의 소속팀과 프로 선수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팀이 다르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은 지역팬들을 가슴 아프게 하지만 사실 이적시장의 루머나 흐름을 지켜 보는 것도 프로 스포츠를 즐기는 하나의 재미다. 올림픽 금메달을 3개나 보유하고 있는 카멜로 앤서니는 이적 때마다 항상 많은 소문과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낸다는 뜻으로 이적설이 날 때마다 '멜로 드라마'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방영되고 있는 앤서니의 '멜로 드라마 시즌4'를 지켜 보는 농구팬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전 세계 농구팬들 떠들썩하게 했던 앤서니의 뉴욕 이적

시라큐스 대학 시절부터 NCAA 우승을 경험한 앤서니는 역대 최고의 드래프트로 꼽히는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 지명을 받고 덴버 너기츠에 입단했다. '블로킹의 제왕' 디켐베 무톰보가 활약하던 90년대 중반 이후 플레이오프조차 나가지 못하는 약체였던 덴버에게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앤서니의 합류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앤서니는 NBA 첫 시즌부터 전 경기에 출전해 21득점6.1리바운드로 대활약하며 덴버를 9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비록 신인왕은 '마이클 조던 이후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던 르브론에게 내줬지만 신인임에도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한 앤서니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농구팬도 적지 않았다(르브론의 루키 시즌 클리블랜드는 35승47패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덴버는 앤서니와 함께 한 7시즌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레이커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같은 강호들에 막혀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천시 빌럽스와 네네 히라리오(휴스턴), 캐년 마틴 등이 활약한 2008-2009 시즌에는 뉴올리언스 호네츠와 댈러스 매버릭스를 꺾고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덴버는 파이널을 앞둔 마지막 관문에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전성기를 보내던 레이커스를 만나 2승4패로 패했다.

덴버가 플레이오프에서 한계를 드러내자 앤서니와 덴버 구단의 불화설이 돌기 시작했고 이 소문을 들은 타 구단들은 앤서니 영입전에 들어갔다. 가장 크고 화려했던 '멜로 드라마'의 첫 번째 시즌이었다. 멜로드라마 시즌1에서 해피엔딩을 맞은 구단은 뉴욕 닉스였다. 뉴욕은 선수4명과 신인 지명권까지 포함시킨 초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앤서니를 대도시 뉴욕의 새로운 슈퍼스타로 모셔왔다.

패트릭 유잉 이후 이렇다 할 스타가 없었던 닉스에게 앤서니는 구단의 가치를 끌어 올려줄 적임자였다. 하지만 닉스는 공교롭게도 앤서니 가세 이후 또 한 명의 스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기량이 하락했고 앤서니는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청년가장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앤서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규시즌 득점왕에 오른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닉스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무관심 속 4번째 팀 휴스턴에서 방출, 초라해진 멜로 드라마

2013-201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앤서니는 여러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닉스와 5년 1억240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떡밥을 잔뜩 뿌리며 농구팬들을 들뜨게 했지만 결말이 허무했던 '멜로드라마 시즌2'였다. 앤서니는 재계약 후에도 꾸준히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화려한 개인기록에 비해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앤서니는 2015년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입단하면서 팀 내 입지가 더욱 줄어 들었다.

결국 앤서니와 닉스 구단의 사이는 점점 나빠졌고 앤서니 이적설이 다시 불거지던 작년 9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멜로드라마 시즌3'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선수 2명과 신인 지명권 한 장을 통해 앤서니를 영입한 오클라호마시티는 러셀 웨스트브룩과 폴 조지, 앤서니로 이어지는 올스타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앤서니는 더 이상 기술과 파워를 겸비한 리그 최고의 득점기계가 아니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파워포워드로 변신한 앤서니는 78경기에서 16.2득점5.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결국 오클라호마시티는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앤서니를 애틀랜타 호크스로 트레이드했고 애틀랜타도 앤서니를 곧바로 방출했다. 앤서니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휴스턴과 계약하며 하든, 크리스 폴과 뭉쳤지만 식스맨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고 10경기에서 13.4득점5.4리바운드를 기록한 채 휴스턴과 결별했다.

시즌 도중에 휴스턴을 떠난 앤서니는 모든 팀과 계약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앤서니를 영입하겠다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제 앤서니는 한 팀을 이끄는 에이스로 활약하기엔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 전성기 시절부터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는 스피드 저하로 인해 사실상 '자동문' 수준이 됐다. 게다가 워낙 이름값이 높은 슈퍼스타 출신이라 팀워크에 대한 우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성기 시절 '에어 캐나다'로 불리던 빈스 카터(애틀랜타)는 30대 중반 자신의 전성기가 끝났음을 깨달은 후부터 식스맨으로 변신해 NBA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앤서니 역시 '슈퍼스타의 자존심'만 내려 놓는다면 식스맨 슈터로서 여전히 가치가 높은 선수다. 농구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여전히 외면하기 힘든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있는 멜로 드라마의 4번째 시즌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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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카멜로 앤서니 멜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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