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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아파트값도 폭등하니 서울의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를 지방으로 분산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엔 역사가 깊은 대학도시가 있다. 특정 도시에만 대학이 몰려 있지 않고 대부분 지방 소도시에 분산돼 있다. 대학도시에서 "대학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면 난감해할 수도 있다. 대학이 도시 안에 있는지, 도시가 대학 안에 있는지 쉽게 구분되지 않기도 한다. 하이델베르크, 괴팅겐, 튀빙엔, 마부르크가 대표적인 대학도시다. 대학도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차례로 나누어 들어본다. - 기자 말
 
"어느 대학이 무조건 좋다는 편견은 없어" 허수미씨는 "어느 도시나 어느 대학이 무조건 더 좋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없다"고 밝혔다.
▲ "어느 대학이 무조건 좋다는 편견은 없어" 허수미씨는 "어느 도시나 어느 대학이 무조건 더 좋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없다"고 밝혔다.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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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상이란 상은 아예 없습니다. 출석률이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겁니다. 몸이 아프면 당연히 집에서 쉬어야지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독일 괴팅겐의 교민 허수미씨는 "독감 걸린 채로 학교에 가면 전염될 수 있어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그건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고등학교도 아이가 선택한다"

"한국에서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걸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선 아이가 원하고, 적성에 맞는 학과가 있는 대학을 선택합니다. 어느 도시에 어느 대학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없습니다. 특정 대학 출신이 더 실력 있다는 편견이 없는 겁니다."

허씨는 "심지어 중·고등학교도 아이가 선택하게 한다. '어느 도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지'가 더 중시된다"며 "입학생들은 1~2주 동안 돌아가면서 서로 다른 요일에 학교 설명회를 듣는다. 재학생 선배들은 직접 작은 전시회나 공연회 사진들을 보여주며 학교를 홍보한다"고 밝혔다.
 
조별 활동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조별 활동을 하는 장면.
▲ 조별 활동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조별 활동을 하는 장면.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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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문화가 없다는 점이 한국과 독일의 차이입니다. 학교 일과는 늦어도 오후 3시 30분이면 끝납니다. 나머지 시간엔 학생들 대부분이 취미나 단체 활동을 합니다. 공부는 알아서 스스로 해야 합니다. 자기 절제를 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생활합니다. 물론 방과 후에 숙제를 도와주는 독일식 학원이 있기는 합니다. 때로는 수학이나 영어 등 개인 과외를 받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나 소수의 아이가 한두 시간 도움을 받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 표현을 더 중시하는 문화도 독일과 한국의 차이입니다. 가정에서도 무조건 부모나 어른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서로 의논해서 결정합니다."

허씨는 한국과 독일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13학년제'를 들었다. 그는 "많은 학교의 학제가 13학년제를 택한다. 한국 학생들보다 사회 진출 전에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많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업계 학생들은 더 일찍 취업해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한 학급에 담임 교사가 두 명

"30명 정원인 한 반에 담임 선생님이 두 분입니다. 각자 수업을 하면서 한 반을 함께 꾸려 갑니다. 학기 말 학생들 면담도 반반 나누어서 하지요. 많은 아이를 교육하는 데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허수미씨는 또 다른 차이점으로 한 학급에 담임 교사가 두 명이 있는 걸 들었다.

허씨에게 독일 교육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4월 괴팅겐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였고 최근까지 이메일로 추가 취재를 하였다. 다음은 문답 전문.  

"밤 10시만 되면 자야 한다고 잔소리"
 
"축구 좋아해요" 괴팅겐 교민 허수미씨의 자녀. 괴팅겐 통합학교 9학년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이다.
▲ "축구 좋아해요" 괴팅겐 교민 허수미씨의 자녀. 괴팅겐 통합학교 9학년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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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서 무엇을 중시하나요?
"어려서부터 늘 일찍 자게 했습니다.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생활 습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화장실을 잘 가야 신체적, 정신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
아들이 축구를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 9학년,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입니다.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오후 10시에는 잠을 자야 한다고 잔소리를 합니다. 건강이 최고잖아요. 수면을 중시하는 건 그만큼 학습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그 밖에 또 무엇을 강조하나요?
"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해 줍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올바른 자존감을 형성하게 합니다. 내가 귀하면 남도 귀하고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귀한 하나의 인격체임을 배웠으면 합니다."

-독일에선 보통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나요?
"
다소 엉뚱할지라도 유아 때부터 자기 생각을 표현하게 합니다. 그것을 끝까지 들어주는 게 문화이기도 하고요. 이 때문인지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자기표현을 합니다. 그 외에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한 것에 책임을 지게 합니다. 부모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데 만족해합니다. 언젠가는 독립해야 하기 때문이죠."

-독일 교육에서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가요?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한 후 제 생각을 독후감으로 쓰게 합니다. 주제에 맞춰 자료를 조사하고 서론부터 결론까지 글로 표현하는 훈련을 많이 합니다. '아비 투어'(고교졸업 자격시험, 한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는 글쓰기 성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선행 학습을 하지 않는다면서요?
"대학생들에게 8, 9학년을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어보면 많이 놀았다고 대답합니다. 이것은 선행 학습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 아이들은 놀 시간에 선행학습을 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 학생들에게 주말에 뭐하냐고 물으면 주로 운동하고 친구들 만나 놀고 가족과 나들이 간다고 합니다. 공부는 안 하냐고 하면 '주말에 왜 공부하냐?', '토요일인데 왜 공부를 해?' 등의 반응을 합니다. 물론 9학년이 넘어가면서 차츰 공부량이 많아지긴 합니다."

"선행학습보다 복습 위주로 공부하는 게 중요해"
 
교사들 사진 괴팅겐 통합학교 교무실 입구에 부착해 놓은 교사들 사진.
▲ 교사들 사진 괴팅겐 통합학교 교무실 입구에 부착해 놓은 교사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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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을 하는 사례가 하나도 없는 건가요?
"배우는 내용을 쉽게 느끼는 아이는 학교의 허락을 받고 상급 학년의 수업을 듣습니다."

-독일 학생들은 정말 수업 외에는 공부를 안 하는 걸까요?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주말에도 조금씩 공부를 합니다. 독일은 과목마다 단원이 끝나면 틈틈이 시험을 보아 성적에 반영합니다. 한국처럼 중간고사, 기말고사 개념이 아닙니다. 그날 배운 것에 충실하고, 그 학년에 배울 것을 숙지했다면 굳이 더 시간을 내서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간에 취미 생활을 즐기고 그것을 활용해 방과 후나 주말에 아르바이트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가려면 '아비 투어'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전혀 쉽지 않습니다. 독일 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워 공부는 계속해야 합니다."

- 선행학습 대신 아이에게 추천하는 다른 공부 방법이 있다면?
"저는 성적을 잘 받고 싶으면 그날 배운 것을 당일이나 다음날 더 보라고 합니다. 별것 아니지만, 선행이 아니라 복습 위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내일은 뭘 배우지 하면서 교과서를 펼쳐 보면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을 합니다. 수업이나 시험의 주제가 될 만한 역사나 뉴스에도 관심을 기울이라고 권합니다."

-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 측면에서 한국과 독일을 비교할 수 있습니까?
"자잘한 부분에서도 종종 차이점을 느끼는데 한두 가지만 소개할게요. 첫 번째는 '기다림'입니다. 이사를 하면 인터넷만 설치하는 데 한 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병원 진료도 두 달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아주 급해야만 응급실로 가고요.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빠른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정말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그 느림에 익숙해지다 보니 나름의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상황을 천천히 여유 있게 바라보고 기다리게 됩니다. 성격이 급했는데 전보다 차분해졌습니다."

"'예' 혹은 '아니오'로 정확히 의사 표현"
  
'학교가 즐거워요'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교내 야외 정원에서 휴식하는 장면.
▲ "학교가 즐거워요"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교내 야외 정원에서 휴식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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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미국이나 독일은 '예' 아니면 '아니오'로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합니다. 독일에 와 가장 많이 들은 것도 '나인'(Nein, 영어로 No)입니다. 한국은 매우 예의를 차려 거절 이유를 설명하지만, 독일은 간단하게 '예' 혹은 '아니오'로 의사를 표현합니다. 이기적이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매우 편한 문화입니다."

-교육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맡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주체가 되어 적성에 맞는 일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줍니다. 부모, 학교, 기관은 아이를 돕는 조언자 역할만 합니다. 즉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기 적성을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학에 갈지 안 갈지도 결정해야겠지요. 대학에 간다면 어떤 학과를 갈지도 판단해야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적성을 찾아 직업 체험이나 해외 봉사나 연수 등을 가는 것도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도 마찬가지죠."

-독립심을 심어주는군요?
"대부분 만 18세가 되면 집에서 독립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서로 바라봅니다. 부모 안에 가두어 두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성인으로 자라나는 데 있어 올바른 독립성은 가정에서부터 키워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내 시험이든 아비 투어든 채점을 공정하게 하겠지요?
"이론 시험은 공정하게 채점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발표 점수는 교사 재량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결과를 불만스러워 할 수도 있겠네요.
"수업 중 발표하거나 손을 드는 횟수에 너무 비중을 두고 평가하는 게 조금 불만스럽습니다. 객관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거죠. 그때 상황이나 선생님 기준에 따라 매우 주관적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수업 중 얼마나 자주 손을 들고 발표하는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데 개인적으로 30명의 아이 중 누가 손을 들었는지 매번 교사가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렵겠지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주신다면.
"아이가 영어도, 필기도 잘하는 편인데 발표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아이 말로는 손을 들어도 '너는 자주 하니까 다음에 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지나가고, 다른 아이들을 지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평소 발표를 많이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를 할 때가 있어 아이가 속상해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조차도 선생님이 일일이 점검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의 성과로 상급학교 진학 결정"
 
악기 연주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
▲ 악기 연주 괴팅겐 통합학교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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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손을 들고 '저요!' 하고 목소리를 내보라고 조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독일은 한국처럼 손들고 '저요! 저요!' 하고 소리 내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손을 들기만 합니다. 시험 문제와 채점 기준은 교사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수긍하기 어려우면 아이가 선생님을 찾아가 이야기하기도 하고 학부모가 직접 교사와 면담하기도 합니다."

-독일이 한국에서 참고할만한 게 있다면?
"독일의 초등학교는 정말 숙제가 없습니다. 학업이 중요한 것보다 아이가 잠시라도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종종 과제를 주면 어떨까 합니다. 학부모 중에는 아예 숙제를 하나도 내주지 말았으면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개개인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지만,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의 성과로 상급학교 진학이나 장래를 결정하는 독일 문화는 한국에 비해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문화적으로는 독일이 한국에서 참고할만한 게 있을까요? 
"독일은 꽤 고지식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이 서류로 보관하는 걸 중시합니다. 아직도 대부분 열쇠를 사용합니다. 집, 직장 심지어 주차장까지 불편해하면서도 계속 열쇠를 고수합니다. 오래된 문화를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좀 더 전산화된 문화를 닮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이 모든 내용은 제 개인의 경험과 의견입니다. 어느 나라든 완벽하고 만족스러운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라마다 환경의 차이가 있습니다. 변화할 수 있는 부분과 노력해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서로 배우고 참고해서 그 나라의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은 한순간에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에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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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기사를 써옴.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백석대, 인덕대 등서 강의함.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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