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한국 사회는 가정 내 '아동폭력'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014년 부천 여중생 살해 사건,  등을 통해 도를 넘은 가정폭력 실태가 밝혀졌고 그동안 제도가 미비했다는 허점 역시 함께 드러났다. 아동폭력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와는 별개로 개선이 쉽지 않다. 이유는 부모가 지닌 '친권' 때문이다. 영화 <미쓰백>과 <가라, 아이야, 가라>는 학대받는 아이를 만난 두 남녀의 서로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미쓰백> 스틸컷

<미쓰백>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미쓰백' 백상아(한지민 분)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당한 기억이 있다. 그녀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살았고 전과자가 되었다. 아무도 마음에 두지 않고 기대지 않고 살아가는 상아는 지은(김시아 분)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지은은 나이에 비해 작고 깡마른 건 물론, 추운 겨울에 홑겹 옷을 입고 밖을 떠돈다. 아이의 몸은 상처로 가득하다. 상아는 그 상처를 낸 이들이 게임에 빠져 사는 친부 일곤(백수장 분)과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계모 미경(권소현 분) 때문임을 알게 된다.
 
상아는 공권력의 힘으로 지은을 지키려 하지만 쉽지 않다. 친부, 계모의 협박과 폭력으로 인해 지은은 폭행당한 사실을 경찰에게 말하지 못한다. 경찰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 영화에서 지은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형사 장섭(이희준 분)이 지은이 머물 보육시설을 알아보는 장면이다. 장섭은 턱없이 부족한 보육시설 때문에 지은이 설령 부모의 폭행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머물 공간이 없음을 알게 된다.
  
 <가라, 아이야, 가라> 스틸컷

<가라, 아이야, 가라> 스틸컷 ⓒ LivePlanet

 
<가라, 아이야, 가라>는 한 아이의 실종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립 탐정 켄지(케이시 애플렉 분)와 마을 보안관 브레샌트(에드 해리스 분)는 이 문제가 지역 마약조직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 이유는 아이의 어머니가 마약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미혼모인 그녀는 방탕한 삶을 살고 있으나 매스컴은 여자를 아이를 잃어버려 슬픔에 빠진 어머니로 표현한다. 켄지는 아이를 찾는다 하더라도 그 아이를 어머니에게 돌려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고민한다.
 
<미쓰백>과 <가라, 아이야, 가라>의 두 주인공은 학대 당한 아이와 마주한다. <미쓰백>의 지은은 게임에 빠진 아버지에게도, 그런 아버지 때문에 자신을 미워하는 계모에게도 폭행을 당한다. <가라, 아이야, 가라>의 아만다는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 때문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삶을 살아간다. 아이는 한 여름에 찜통 같은 차에 몇 시간을 갇혀 있는 지옥을 경험하기도 한다. 허나 두 아이는 이 고통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아동보호 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에서조차 친권의 박탈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시설을 통한 보호와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하기에 학대를 일삼는 부모라도 아이에게 가진 사랑과 애정이라는 감정을 믿으며 변화를 기대한다. 하지만 상처 받은 아이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분노와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상아와 켄지는 이런 모습 앞에서 다른 길을 택한다.
  
 <미쓰백> 스틸컷

<미쓰백>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상아는 어린 시절 부모 때문에 입었던 상처를 떠올리며 지은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가지 않길 바란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지은을 지켜줄 수 없다면 자신이 아이를 지키겠다고 마음먹는다. 아이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한데 누구도 그 역할을 해줄 수 없다면 부족한 자신이라도 옆에 있어주겠다 결심한 것이다. 상아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지은을 보았고 이를 통해 결정을 했다면 켄지는 아만다의 입장에서 생각한 뒤 결정을 내린다.
 
아만다는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다. 아만다가 학대를 당하는 건 맞지만 그것이 자신들이 친권을 빼앗아도 된다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 후에 어른이 된 아만다가 왜 자신을 친엄마한테서 빼앗아왔는지 묻는다면 그때 뭐라 대답할지 모르겠다고 켄지는 말한다. 켄지는 아만다의 미래는 아만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미래를 자신들이 바꾸는 건 옳지 않는 행동이라 여긴다.
 
<미쓰백>이 분노와 연민의 감정으로 가슴 뜨거운 선택을 한다면 <가라, 아이야, 가라>는 개인의 양심과 사회적인 정의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선택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아동폭력이 존재하고, 친권을 이유로 묵인하는 현실이다. 만약 내가 상아 또는 켄지라면 학대받는 아이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쓰백> <가라, 아이야, 가라>는 우리 사회가 아동폭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끔 만드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미쓰백 가라아이야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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