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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스타트업콘(STARTUP:CON) 2018’에서 시크릿 시네마 창립자 '파비앙 리갈'이 강연하고 있다.
 19일 ‘스타트업콘(STARTUP:CON) 2018’에서 시크릿 시네마 창립자 "파비앙 리갈"이 강연하고 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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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시네마는 카메라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버려진 건물이나 장소를 섭외해서 영화 세트장을 만들고, 참가자들은 배우들과 함께 영화의 일부가 되는 거죠."

시크릿 시네마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터인 파비앙 리갈이 한국에 왔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크리에이터랩에서 열린 '스타트업콘 2018(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에 참석해 "어릴 적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보면서 영화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했고, 내가 영화 속에 들어가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시크릿 시네마를 만든 계기를 소개했다.

시크릿 시네마는 런던에 본사를 두고 <스타워즈>나 <블레이드 러너>, <쇼생크 탈출> 같은 영화를 테마로 참가자들에게 강한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콘텐츠 기획·제작 기업이다. 2014년 백투더퓨처 런칭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을 통해 4개월 동안 참가자 10만 명을 모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스타워즈의 경우 100달러에 티켓을 판매하면서 100억 넘는 매출을 올렸다.

티켓을 구매한 참가자는 극장에 오기 전 참가자만 접속할 수 있는 고유 코드가 포함된 메일을 제공받는다. 이를 통해 참가자는 시크릿 시네마에 적용될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커뮤니티 속에서 다른 참가자나 배우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다. 시네마 시작 당일이 되면 지정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길게는 7시간 동안 세트 속 배우들과 다양한 영화 속 시나리오를 경험하게 된다.
 
 
"극장과 영화산업은 상업적인 틀 안에만 갇혀있다"

기존의 영화와 극장 시스템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마치 영화 테마파크와 같은 시크릿 시네마를 가리켜 "시네마와 씨어터를 결합한 장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라고 정의한 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시크릿 시네마 모델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먼저 기존 영화 산업 모델은 일방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그는 "상업영화는 우리가 영화에 참여하는 건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들이 만든 걸 그저 앉아 지켜보라고만 명령하죠. 그런데 그저 앉아서 영화를 본다는 건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영화의 역사를 봤을 때 본래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을 보러 가는 이벤트'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극장과 영화산업은 상업적인 틀 안에만 갇혀있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이런 점에서 시크릿 시네마는 기업과 자본이 만들어낸 영화를 일방향적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직접 참가함으로써 상황을 통제하겠다는 저항 정신이 전제되어 있다.

두 번째로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모든 것을 모바일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고, 가상의 공간에 머무르는 게 됐다는 것. "힐러리를 만나도 모바일을 통해 그녀를 보고, 역사적인 도시에 가서도 휴대폰을 들이댑니다." 시크릿 시네마를 통해 사람들이 스크린을 벗어나서 실제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세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사람들은 현실을 마주하고 직면할 수 있다는 관점이 시크릿 시네마 프로그램 기획에 녹아들어 있다. 실제로 시크릿 시네마는 앰네스티와 협업해 죄수들이 감옥에서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알리기 위한 시네마를 진행했다. 또 정신병원 시네마를 통해서는 정신병자들이 어떤 고통에 처해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크릿 시네마를 통해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연대와 예술 같은) 사회적인 힘을 통해 고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파비앙 리갈의 메시지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혁신을 위해 '시스템에 저항하고 모든 룰을 깨부숴라'고 조언한 파비앙 리갈은 "시크릿 시네마를 통해 문화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시크릿 시네마 참가자들이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만들었습니다. 또 난민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고요"라면서 콘텐츠 혁신뿐만 아니라 문화 변혁까지 이뤄내겠다는 당찬 목표를 전했다. 시크릿 시네마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태그:#스타트업콘 2018, #시크릿 시네마, #파비앙 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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