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애 JTBC 아나운서의 모습

조수애 JTBC 아나운서의 모습 ⓒ JTBC

 
[기사 보강 : 21일 오후 3시 18분]

2018년 11월 20일 오후 3시께 포털 실시간 이슈 검색어 1위에 '조수애'라는 이름이 올랐다. 해당 인물은 조수애 JTBC 아나운서로,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와 결혼설이 나오면서 화제가 됐다.

시작은 20일 낮 12시 57분 어느 연예 매체의 단독 기사였다. <조수애, JTBC 퇴사..박서원과 결혼 후 '내조 전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발행됐고 이후 포털에는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20일 오후 4시 20분 기준으로, 검색창에 '조수애'를 입력하자 관련 기사만 800건 가까이 검색 결과로 나타났다. 
 
"베이글녀 등극", "취집설"... 제목에 자극적 단어 쓴 기사까지 버젓이

보도된 바에 따르면, 12월 8일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설에 관해 두산그룹과 JTBC 측은 '사생활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밝힌 상태다. 양쪽 모두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했고, 당사자가 현재 휴가 중이거나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이라 당장 확인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방송국 아나운서나 기업의 대표라고 해도 결국 개인이고, 그들의 결혼 문제는 사생활이다. 그런데도 거의 대부분의 매체들이 뛰어들어 수백 건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일에 언론들이 취재력을 집중하기 마련이라지만, 과연 두 사람의 결혼이 이렇게 많은 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쏟아지는 기사에 비해 내용은 알맹이가 없다. 대부분의 기사가 '조수애 JTBC 아나운서가 사표를 제출했고,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다룬 수준이다. 800건에 가까운 기사들을 종합해도 '조수애 아나운서의 결혼설이 불거졌으며 상대가 박서원 대표라는 것, 양측 어느 쪽도 아직 결혼 여부에 관해 확실하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정도의 내용만 확인할 수 있다.

기사의 양만 과도한 게 아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이 확실하게 없고 '결혼설'에만 머무른 상황이다 보니, 어뷰징을 위해 부적절한 방향으로 보도를 이어가는 매체들도 많다. "조수애 몸매까지 완벽하네", "조수애, 이 정도였어? 베이글녀 등극" 같이 제목에서 몸매를 거론한 기사들도 눈에 띈다. 제목에 "두산가 '취집설'에 엇갈린 반응"이라며 '취집(취직+시집의 합성어, 취직 대신 시집 간다는 의미)'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단어를 언급한 매체도 보인다.

한 매체는 과거 뉴스 프로그램 길거리 인터뷰 중 "아나운서님은 돈 못 버는 남자도 상관 없나요?"라고 시민으로부터 질문 받은 후 조수애 아나운서가 "전 상관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걸 재조명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기사 제목에 <조수애 아나, 과거 "돈 없어도 OK"..이중적?>이라고 썼다. 시민과의 인터뷰에서는 '돈 못 버는 남자라도 상관 없다'고 답했으면서 재벌 그룹의 인물과 결혼하는 게 이중적이라고 지적한 누리꾼 댓글을 기사 내용으로 다루면서 그걸 제목으로도 부각시킨 것이다.

여성 아나운서의 사생활·외모 부각한 기사들, 이번이 처음 아니다
 
 배지현 아나운서

배지현 아나운서 ⓒ 이정민


여성 아나운서의 사생활을 부각해 보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9월경 야구선수 류현진과 배지현 아나운서의 열애설이 제기됐을 때도 약 1000건에 가까운 기사가 나왔다.

당시엔 20일 조수애 아나운서 관련 기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극적 제목의 기사가 적은 편이었다. 다만 두 사람의 '열애설 인정'이나 배지현 아나운서의 과거 이상형 발언, 장거리 연애 등에 관한 내용이 대다수였다. 과연 두 사람의 결혼이 수십 개의 매체가 1000건이나 기사를 쏟아내야 할 사안이었을까.

다룰 내용이 한정적이다 보니 당시에도 여성 아나운서의 외모를 다룬 기사들이 적지 않았다. 배지현 아나운서가 과거 슈퍼모델 시절 몸매가 어땠는지 회상하며 다룬 기사도 여럿 볼 수 있다. 특히 <'야구여신' 배지현 아나운서, 과거 '초밀착 시스루 원피스' 재조명>라는 제목의 기사는 2017년 9월 터진 열애설을 다루면서 앞서 3월 행사 현장에 배지현 아나운서가 입은 의상을 사진과 제목에 담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7년의 사례도 있다. 당시 몇몇 언론사는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의 사적인 관계가 유추될 만한 사진을 부분 모자이크 처리 후 기사에 게재했다. 해당 사진들은 박지윤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 비공개로 업로드됐던 상태였는데 해킹으로 유출된 상태였다.

심지어 당시 보도한 언론사 중 한 곳은 부적절한 단어들을 사용해 현장을 묘사했다가 박지윤 아나운서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보도 행태,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슬아 사무국장은 이와 같은 보도에 대해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여성 연예인이 재벌가와 결혼할 경우, 개인 정보까지 과도하게 노출하는 방식의 보도는 문제"라며 "보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 된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만약 보도가 필요하다면 독자가 뭘 알아야 하는지 파악하고 최소한의 확인을 하고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사무국장은 "여성 연예인 등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 사건과 무관한 외모 품평이나 과거 사진들까지 엮은 어뷰징 기사가 많이 나온다"라면서 "미투 운동 과정에서도 본질과 관련 없이 미투 폭로를 한 당사자의 몸매 품평을 하거나, 개인적 정보 등을 팔아서 쓴 글이 기사라는 이름으로 나왔다"라고 비판했다. 또 "제대로 된 인권 감수성을 담은 기사에 대한 언론 내부의 성찰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보도 행태에 관해 언론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봉우 활동가는 "간단히 결혼 소식만 전달해도 될 사안에 불필요하거나 아예 개인의 사생활, 또는 인격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보도가 상당수라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아나운서의 결혼 소식 보도 당시에도 종편 시사프로에서 부적절한 방향으로 다룬 바 있다고도 말했다. 이봉우 활동가는 "TV조선의 경우 CJ일가 이선호씨와 이다희 전 아나운서의 결혼 당시 재벌가와 아나운서의 결혼이 또 나왔으니 '아나운서의 가치가 앞으로 더 올라가지 않을까'라는 묘사까지 덧붙이기도 했다"면서 "'여성 아나운서의 가치'를 '누구와 결혼하느냐'로 규정하는 전근대적 시각을 노출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이봉우 활동가는 "인터넷 매체뿐 아니라 대형 언론사들도 이런 선정적 가십 전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익을 내는 방식이 '클릭 유도'에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해결책으로 "포털 사이트 회사들의 다양한 규제 프로세스, 시민들의 올바른 미디어 수용을 위한 미디어리터러시의 확대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수애 아나운서 결혼설을 두고 자극적인 단어까지 써가며 검색어 장사에 열을 올리는 매체에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언론사까지 포함됐다. 과거 다른 방송국 아나운서와 재벌가의 결혼설까지 끌어 올리면서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한 매체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날 쏟아진 기사들의 보도 방향은 '동화 같은 이야기'보다 '포르노를 미끼로 한 낚시질'처럼 느껴져 씁쓸할 따름이다.
조수애 박서원 아나운서 기사제목 보도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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