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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열린 불교인권위원회 창립 28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올해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을 대신해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가 대리수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수감 중이다. 왼쪽은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열린 불교인권위원회 창립 28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에서 올해 불교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을 대신해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가 대리수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수감 중이다. 왼쪽은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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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권위원회는 지난 20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에게 제24회 불교인권상을 수여했다. 이석기가 누군가? 내란음모 사건으로 자칭 진보라 하는 이들에게마저 지탄을 받는 문제적 인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교인권상 수상자 발표 이후, 득달같이 달려들어 공격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불교인권위가 수상자 선정 과정에 찬반양론의 다양한 논의가 있었음을 굳이 밝힌 이유를 생각해 보면, 논란이 불거질 거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이석기 전 의원 수상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모든 양심수들이 석방되길 바란다"고 발표한 걸 보면, 불교인권위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석기 의원 석방을 위한 불을 지피겠다는 말이다. 

애초 국가정보원은 이석기를 형법상 내란 음모와 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여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내란 음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만 인정하여 징역 9년 형을 선고했다.

이석기는 2015년 1월 22일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지금까지 수감 중이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입법을 추진하며 박근혜 정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사건 선고 시점까지 치밀하게 고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금까지 말이다. 

왜 우리는 '이석기'를 부르지 못하나

이석기는 정식 재판도 받기 전에 기본적인 사실 점검과 확인 없이 여론재판으로 물매를 맞아야 했다. 그런 이석기를 국제사면위원회는 2015년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양심수로 규정했고, 같은 해 미 국무부도 연례 인권보고서를 통해 세계인권선언이나 주요 인권협약을 위반한 '자의적 체포, 구금' 상태라고 적시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촛불로 정권이 바뀐 지금도 '이석기'라는 이름은 금기어나 다름없다. 이석기 석방이나 사면을 촉구하는 사회단체의 외침을 주요 언론은 여전히 묵살한다. 객관적으로 보자는 말이나 형평성을 따져 봐야 한다는 말만 해도 '이석기를 옹호하는 거냐'고 비난받거나 '종북'으로 매도당하는 분위기가 되니 그렇게 돼버렸다.

'양심수'라는 단어가 말하고 있듯이 자유민주주의, 인권이 유린당했는데도 누구 하나 소리를 높여 논란의 중심에 서려 하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불교인권위는 '이석기'라는 문제적 인물에 대해 한국 사회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 않느냐고 화두를 던진 셈이다. 
 
문영심 지음, 도서출판 말 출판
▲ 이카로스의 감옥 문영심 지음, 도서출판 말 출판
ⓒ 도서출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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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감옥>은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실체를 살피는 책이다. 저자 문영심은 '대한민국 언론, 국정원과 공안검찰, 사법부가 공정하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반면, '대한민국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미래에 약간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숨기지 않는다.
 
"'죽은 진보'에게는 관대하고 '살아있는 진보'에 대해서는 터무니없이 가혹하다는 합리적 의심을 아직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진보'는 살아있는 권력에 위협이 되지 않고, 그의 명예를 회복시킴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지 않은가." -20쪽 

이석기와 그 동료들을 변호했던 김칠준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발언은 합리적 근거가 있고,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토론 가능한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다. 그가 보기에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은 군사독재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요,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져 무죄가 선고될 사건이다.
 
"부림 사건은 33년에 걸쳐 진실이 밝혀졌고,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바로잡는 데 23년이 걸렸다. 나는 이 사건만큼은 이 시대의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 268쪽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결의문 하나 없고 구체적 실행계획들이 없는데도 'RO'라는 단어를 들이대며 내란음모라고 했다.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서슬 파랗게 시민의 말과 생각까지 감시하는 나라에서 국가를 전복하겠다는 이들이 만들었다는 조직 이름이 'RO' 즉, '혁명조직'이었다.

국정원의 빈약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실체 없는 혁명조직은 언론에 의해 실체가 있는 것처럼 둔갑돼 확대 재생산됐다. 그런 까닭에 법원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체적 진실로 믿는 이들이 있다. 

김수영은 그의 시 <김일성 만세>에서 한국 언론자유의 출발은 '김일성 만세'를 인정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것만 인정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이란 잣대로 '생각'과 '말'을 처벌하는 나라다.

집회결사, 표현, 사상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지만, 국가보안법은 헌법 위에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국가보안법은 아무렇지 않게 내란음모니 선동이니 하는 말로 사람을 구속하고, 정당마저 해산이 가능한 힘을 가졌다. 이런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일 수 없다. "'생각'과 '말'을 처벌하고 '의견'과 '표현'을 제한하는 일을 수수방관"하는 한국 사회를 보며 박노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감옥에 있는 이상, 우리는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지칭할 권리도 없습니다." - 382쪽

<이카로스의 감옥>은 박근혜가 대통령이던 2016년 말에 나온 책이다. 작가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이 책을 썼다. 멀쩡한 국회의원도 감옥에 집어넣고, 원내 정당까지 해산해 버릴 정도로 막무가내였던 시절이었다.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이야말로 '박근혜 정권 최악의 대국민 사기극'임을 드러낸 저자의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객관적인 거리 두기가 어려웠다고 책머리에서 고백했다. 혹자는 이석기와 그 사건 피고인들을 옹호하는 저자의 글이 불편할 수 있다. 

<이카로스의 감옥>은 단순히 실체적 진실만 말하지 않는다. 그와 더불어 아직도 냉전반공주의와 '종북몰이'가 언론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유포되고,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의 자유를 금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체를 보게 한다.

저자는 이석기 재판 때마다 방청했다는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전했다. "우리 시대에 우리가 사는 나라에서 이런 재판이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었다." 저자는 그의 고백을 민주주의의 후퇴에도 침묵했던 이들에게 들려주고자 했는지 모른다. 

이카로스의 감옥 -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진실

문영심 지음, 도서출판 말(2016)


태그:#이석기, #박근혜, #통합진보당, #국정원,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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