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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김영삼 대통령 3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룰 하고 있다.
 박관용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김영삼 대통령 3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룰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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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변할 수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언제나 지켜내야 한다. 이 정부는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주의 용어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사람들은 이 발언에 "옳소", "잘한다"고 호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불복하는 '태극기 집회' 현장이 아니었다.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이 주최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식 현장이었다. 발언자는 김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국당 상임고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4조에서 '자유'를 삭제하는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보수진영에서 사용한 프레임이다.

사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제안했던 개헌안엔 해당 내용이 없다. 그러나 한국당과 보수진영 측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 대신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라는 표현을 넣은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의 당시 자문안 등을 두고 같은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추모사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전반적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규탄에 가까웠다.

그는 "2년 전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여러분은 기억하실 것이다. 보수를 촛불로 태워버리자는 구호가 있는가 하면,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으로 가겠다는 구호가 공공연히 있었음에도 저항하는 세력은 많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 치욕스러운 현장을 기억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인 이승만이 반공주의자라서 찾아가서 인사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 사람이 누군지 기억하실 것"이라며 "이 나라가 어떤 고난 속에서 자라났는데 이렇게 폄훼하고 헌법을 개정하고 잘못 가고 있는 정권에 대해 오늘 우리 다 같이 규탄합시다"라고 소리쳤다.

추모식 통해 보수 정통성 확보하고 통합 동력 얻는다?

박 전 의장의 추모사는 이날 추모식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한국당의 정치적 목적도 시사했다.

그는 "오늘 이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당은 김 전 대통령이 운영하고 길렀던 과거 (통일)민주당의 후신이다. 한국당이 그 뿌리를 찾아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오늘의 모습은 대단히 훌륭하다"며 "이제 한국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이 정부가 가고 있는 잘못된 길을 규탄하고 싸우는 야당의 길을 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추모사 말미에도 "오늘 이 자리가 다시 태어나는 민주대한민국이 되도록 다 같이 힘을 합치자"라며 "아름다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기대합시다. 원합시다. 싸웁시다"라고 호소했다.

보수 정치세력의 정통성이 한국당에 있음을 확인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파면을 기점으로 갈라진 보수 정치세력이 '반문'을 기치 삼아 힘을 합칠 것을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그의 뒤에 마련된 대형 걸개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혁과 통합입니다. 민주주의의 불꽃 김영삼"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김영삼 대통령 3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룰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김영삼 대통령 3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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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과 보수진영 통합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박 전 의장과 함께 공동추모위원장을 맡은 김병준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 청년 정신 ▲ 통합 정신 ▲ 개혁 정신을 김 전 대통령의 가치로 꼽으면서 이를 현 정치지형과 연결시켰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개혁 정신'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구체적으론 "(문재인 정부는) 집권한 지 1년 반이 넘도록 개혁의 '개'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기득권이 된 시민단체, 노조, 운동권 세력에 포획돼 끝까지 개혁을 못한다,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소명의식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합 정신'과 관련해선,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했고 그것으로 흩어진 민주진영을 모았다. 3당 합당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물길을 바꾸는 결단을 했다"라며 "탄핵을 겪으며 보수진영이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길이 기억해야 할 정신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헌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은) 3년 전 우리에게 화해와 통합이라는 유언을 남기셨지만 대한민국의 오늘은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며 사실상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국민을 편 가르고 세대를 대립시키고 과거의 역사를 저주하며 국민 화해와 통합을 가로막는 오늘의 모습 보면서 김 전 대통령은 얼마나 가슴 아프겠나. 증오로 점철된 지금 나라를 보면서 얼마나 통탄하시겠나. (중략) 결의를 다진다. 한국당은 김영삼 대통령이 남기신 위대한 가르침과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만을 걷겠다."

인적쇄신 논란에 재점화 된 계파갈등부터 봉합?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김영삼 대통령 3주기 추모식'에서  (오른쪽부터) 고인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김병준 비대위원장, 박관용 당 상임고문, 김성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김영삼 대통령 3주기 추모식"에서 (오른쪽부터) 고인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김병준 비대위원장, 박관용 당 상임고문, 김성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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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추모식을 통한 '개혁과 통합'이란 메시지는 당 밖보다 안을 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김병준 비대위의 인적쇄신 방향 등을 놓고 재점화된 계파갈등을 봉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상도동계 직계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한국당에 '분열하지 말고 화해하고 통합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그동안 당이 잘못돼온 과정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양보하고 희생해 통합하는 길만이 차기 집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관용 전 의장도 추모식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자리는 그동안 야당이 과연 제 역할을 했을까 되새겨보고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대단히 중요한 자리였다"라며 "계파갈등은 해당 행위다. 과거를 뛰어넘을 줄 알아야 하고 새로운 단합을 통해서 발전할 줄 알아야 민주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비대위의 인적쇄신 논란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당을 만들기 위해선 모두 당의 진로에 화합하고 동참해야 한다. 내분을 일으키는 건 상대당의 전략에 휘말리는 것"이라며 "새로 출발하는 야당에 내분이 일어난다면 국민들이 떠난다, 이 엄연한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태그:#김영삼, #자유한국당, #추모식, #문재인 대통령, #보수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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