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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회가 올해 예정돼 있는 부여, 천안, 보령, 서산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자치분권 훼손이라며 반발하는 공무원노조와 기초의회의원들의 강한 저항으로 4개 시군 모두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충남도의회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력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보령시에 행감나갔다가 저지된 충남도의회 행자위.
▲ 팽팽한 기싸움 충남도의회가 올해 예정돼 있는 부여, 천안, 보령, 서산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자치분권 훼손이라며 반발하는 공무원노조와 기초의회의원들의 강한 저항으로 4개 시군 모두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충남도의회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력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보령시에 행감나갔다가 저지된 충남도의회 행자위.
ⓒ 충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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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 행정사무감사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직사회를 만들어서 지방자치시대에 지방자치를 좀더 튼튼하게 하고 자치분권을 앞당기자는 목적과 취지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홍재표 충남도의회 부의장)

"자치분권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도 행감이 시‧군에 내려오면서 불합리한 부분이 계속 돌출됐었다. 저희가 경험한 도의회의 행감이 2시간인데 자료요구는 100가지가 넘는데 한 분당 5분의 질의시간도 갖지 못하고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 10월에 행감이 중단된 것은) 불합리, 효용성이 없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김은영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 사무처장)
 

충청남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불참한 가운데 충남도의회와 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의 충남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220만 주권자들이 부여한 권한"이라는 충남도의회 측의 주장에 맞서 "자치분권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공무원노조 측의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올해 예정돼 있던 부여, 천안, 보령, 서산 등 4개 시‧군이 모두 행정사무감사를 보이콧하면서 사태가 커지고 있다.

잇따른 거부사태 속에 충남도의회가 지난 19일 해당 시‧군이 아닌 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실로 불러들여 보령시 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재진행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해당 시‧군이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이어 충남도의회가 감사를 거부한 시‧군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과태료를 의뢰하고, 기초의원과 공무원노조 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키로 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20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도의회가 도지사가 시장‧군수에게 위임 또는 위탁한 사무를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면서 "4개 시‧군 행감 거부는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며, 엄연한 불법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4개 시‧군이 감사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공무방해와 비하발언, 모욕 등에 대해서는 비위사실을 철저히 검증해 고발조치할 예정"이라면서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과 기초의원이 결합해 감사를 방해하는 것은 220만 주권자들에 대한 도전 행위"라고 규정했다.

도의회는 "내 뜻과 맞지 않다 하여 물리적 집단행동을 통해 관철하려 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비민주적인 폭거"라며 "자치분권을 운운하는 기초의회가 법에 규정된 사항을 방해하는 것이 진정한 자치분권인지 묻고 싶고, 도의회는 이번 사태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 법과 조례에 따라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력 입장을 밝혔다.

방송토론회도 열렸지만… 충남도의회-공무원노조 입장 차 여전
 
충남도의회와 공무원노조는 KBS의 중재로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가 배석한 가운데 지난 16일 방송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입장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충남도의회의 행감 저지에 나섰던 충남도시군의장협의회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아 뒷말을 남겼다.
▲ 토론회도 열렸지만 충남도의회와 공무원노조는 KBS의 중재로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가 배석한 가운데 지난 16일 방송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입장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충남도의회의 행감 저지에 나섰던 충남도시군의장협의회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아 뒷말을 남겼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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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충남도의회와 공무원노조는 KBS의 중재로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가 배석한 가운데 지난 16일 방송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먼저 칼을 빼든 건 충남도의회를 대표해 나온 홍재표 부의장이었다. 모두발언에서 공무원노조 대표로 참석한 김은영 세종충남본부 사무처장이 지난 10대 도의회 당시 행감이 중단된 것에 대해 "백낙구 위원장의 단독적인 행동이 아니었다"고 말한 게 빌미가 됐다.

홍 부의장은 "백 위원장은 전직 공직자 출신으로 공직사회의 의견을 받아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도의원들과 의장단의 의견을 묻지 않고 내린 독단적인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 부의장은 "시군 행감은 분명히 법에 적시된 사항이고, 행자부에도 공식적으로 질의해서 시군 행감을 할 수 있다는 회신을 공문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기자가 입수한 행정사무감사와 관련해 충남도의회에 회신한 행자부의 공문에 따르면 "시‧도의회에서 시‧군‧자치구에 위임한 사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적시돼 있다.

해당 공문서에 따르면 충남도의회는 ▲시‧도의회에서 시‧군‧자치구를 대상으로 위임한 사무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가능 여부와 ▲위임한 사무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범위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행자부는 "지방자치법 제41조 3항에서는 자치단체(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시‧도 사무에 대해 시‧도의회가 직접 감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임한 사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덧붙여 행자부는 "감사 범위는 시‧군‧자치구 및 그 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시‧도의 사무"라고 규정지었다.

"법에 명시" 주장하는 충남도의회 vs "시행령에 명시" 공무원 노조

지방자치법과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에도 공무원노조는 물러서지 않고 반박했다.

김은영 사무처장은 "지방자치법 제41조는 각 항 하나하나가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 것으로 법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도의회는 1항과 3항을 주장하며 행감을 하겠다는 것인데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것은 과반은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라면서 "일방적으로 도의회에서 행감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홍 부의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홍 부의장은 "공무원노조의 입장과 처지는 피감기관으로서 이해 가지만 충남도의회는 도민의 입장에서 220만 주권자들이 견제와 감시, 예산 심의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지방자치법에 적시된 권한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주권자 입장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충남도지사의 위임사무가 680여 건으로 많은 예산과 권한이 기초단체에 위임되는데 실제적으로 올바르게 집행되고 사용되고 있는지, 국민혈세가 도둑질 당하는 경우는 없는지를 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노조와 손잡고 기초의회가 반대해 부여에서도 무산됐다. 제보가 도의회에 들어오는 이유가 있다. 기초의회가 감사를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 등 정황상 문제가 있고 기초의원들이 생활정치를 하는 분들이라 지역에서 혈연, 지연, 학연까지 연계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사무처장은 "위임사무는 15개 시‧군에 600여 개 사업인데 교통약자 지원사업은 0.1%, 방학 중 학교급식은 100%를 받을 정도로 굉장히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면서 "부당하게 집행되고 유착이 있다고 제보 받았다면 조사권을 발동하면 되고, 광범위하게 100개 넘는 자료를 요구한다면 행정력 낭비"라고 반박했다.

중재에 나선 최호택 교수, "자치분권 개헌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
 

충남도의회와 공무원노조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이어지면서 평행선을 긋자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가 중재에 나섰다.

최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위임사무를 없애는 것"이라면서 "모든 중요한 사무는 국가나 광역에서 다 쥐고 있지만, 기초단체에 돈도 맡기고 일도 맡기는데 기초단체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고 전제했다.

이어 최 교수는 "법과 시행령의 충돌인데 순위를 따져보자면 지방자치법이 우선시되고 부인할 수 없지만 100개 넘는 자료요구에 5분도 안되는 질의하는 의원들의 행태가 문제가 된 것도 사실"이라면서 "옳고 그른 걸 떠나서 법에 나와 있는 것을 거부하면 안 된다. 공무원은 법을 따라야 하지 않나. 만약 부당하다면 법을 바꾸기 위한 노력들도 함께 하면 지방자치도 발전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신속 처리도 주장한 최 교수는 끝으로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치분권 개헌을 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고, 해결책은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다시 재편성하는 것"이라면서 "기초단체에서 할 일은 기초단체가 하고, 광역이 할 일은 광역이, 국가에서 할 일은 국가에서 해야 한다. 지금처럼 위임사무가 많으면 지금처럼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충남도의회와 공무원노조가 힘을 합쳐서 국가를 상대로 머리를 맞대고 자치분권 개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충남도의회,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 #행정사무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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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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