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태일이>의 제작발표회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애니메이션 <태일이>의 제작발표회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 명필름

 
노동운동 열사 전태일의 삶을 다룬 애니메이션 <태일이>가 전태일 열사 사망 50주기를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영화의 기획 및 제작을 맡은 명필름 측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태일의 삶을 강조했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행사에는 홍준표 감독, 심재명-이은 명필름 대표,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심재명 대표는 "이 작품은 명필름의 운명이자 필연이었다"라며 앞서 이은 대표가 제작한 <파업전야>, <카트> 등 노동자와 관련된 명필름의 영화들을 언급했다. 

"노동자,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처음엔 실사영화로 생각했다. 그러나 1960년대라는 시대 배경도 그렇고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들 것이라고 봤다. 명필름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성공(을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이 가장 합당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나리오 과정이 지난했지만 홍준표 감독을 만나며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됐다. 또한 전태일 재단의 협조로 명필름만의 영화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힘이 합쳐지게 됐다." (심재명 대표)

실제 전태일과 동갑인 이수호 이사장은 "집회나 투쟁으로만 전태일 열사 이름이 이해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볼 수 있는 장르로 다시 살아난다는 게 너무 좋은 일"이라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그가 근로기준법을 품에 안고 자기 몸을 불태운 지 곧 50년(2020년)이 된다. 우리 사회는 그때보다 얼마나 더 달라졌는가. 전태일을 다시 기억하고 불러내서 그 시대의 교훈을 되새기며 지금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했으면 좋겠다. 여러 상황이 그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전태일은 우리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이수호 이사장)

유머 넘쳤던 태일이
 

장르적 면에서 그리고 메시지 면에서도 제작진은 대중과의 공감을 많이 고민한 듯했다. "제안받았을 때 누가 될까 싶어 오랜 시간 고민했다"던 홍준표 감독은 "책으로만 접했던 전태일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알아볼수록 많이 슬펐다"며 "그때 살던 모습이 지금의 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러 자료가 많았고, 실제로 (전태일 열사가 일했던) 평화시장에 가보기도 했다. 동대문 일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1960년대 당시 골격은 유지하고 있더라. 최대한 그 시대를 똑같이 묘사하려 했다. 가장 고민한 게 전태일을 어떻게 캐릭터화 할지였다. 사진을 통해 열사의 모습은 다들 알고 있잖나. 근데 여기선 노동운동을 하던 열사의 모습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청년 태일, 유약한 모습도 담으려 했다." (홍준표 감독)

2년 뒤 개봉하는 만큼 아직 작품이 거쳐야 할 공정이 많이 남아 있었다. 심재명 대표는 "시나리오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원래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 연대기로 구성했다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후 청년 시절부터 다루는 것으로 결정했다. 어쩌면 청춘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감독은 "실존인물도 많이 등장하고 주요인물만 9명에 서브 캐릭터도 수십 명이라 현재 계속 캐릭터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왜 지금 전태일이어야 하는가
 
 애니메이션 <태일이>의 제작발표회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애니메이션 <태일이>의 제작발표회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 명필름


작품에 대해 이은 대표는 평소 유머 감각 등 인간미가 있던 전태일의 모습도 많이 담았음을 강조했다. "동료 여공을 안타까워하며 풀빵을 사주는 모습이나 사장의 친척을 흠모하는 모습,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 등이 작품에 등장할 예정"이라며 "교조적인 열사의 삶이 아닌 청년의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설명했다. 목소리 연기를 맡길 배우에 대해선 이 대표는 "어린 세대, 기성 세대 등에서 두루 거부감 없으면서 뛰어난 실력의 배우들이 해주시길 기대한다"며 "아직 그 부분은 공개할 순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전태일이어야 하는가. 50년 가까이 지나면서 노동 환경과 경제 상황들이 많이 변했기에 가능한 질문이다.

이수호 이사장은 "지금에 평화시장을 가보면 알겠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게 리모델링 된 상태"라며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한 건 사실이지만 본질,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비정규직 혹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노동자 대우를 못 받고 있다. 이런 시대에 맞는 의문을 전태일이 다시 던질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태일이>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든 명필름의 두 번째 애니메이션이다. 오는 2019년 2월 19일까지 크라우딩펀딩 절차를 거친 후 2020년 개봉 예정이다. 펀딩은 카카오같이가치를 통해 진행된다.(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59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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