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툴리> 포스터.

영화 <툴리>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툴리>는 독박육아를 감당하는 마를로(샤를리즈 테론)와 야간 보모 툴리(맥켄지 데이비스)를 통해 작은 위로를 전하는 영화이다.
 
마를로는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다. 첫째 사라(리아 프랭클랜드)는 아직 철부지 이고 둘째 조나(애셔 마일스 팔리카)는 발달장애 아동이다. 두 아이만 돌보기도 힘든데 셋째 아이까지 출산한 마를로는 밤이면 울어대는 아기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영화 <툴리> 스틸컷.

영화 <툴리>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영화는 세 장면을 통해 마를로가 처한 현실이 어떤지 보여준다. 첫 번째는 조나가 뒷좌석에서 앞좌석을 발로 계속 차는 장면이다. 학교에서 조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말한다. 조나는 갓 태어난 어린 아기보다 마를로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다. 조나는 주변에 예민하고 자신의 기준에서 무언가 벗어나면 흥분한다. 마를로에게 조나는 평생의 족쇄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두 번째는 아기를 출산하고 난 뒤의 병실이다. 후드를 입고 잠이 든 남편 드류와 산모용 기저귀를 찬 마를로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드류는 마를로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겪고 있는 고통에는 무관심하다.
 
영화는 이런 드류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산모용 기저귀를 착용한 마를로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출산 후 오로(자궁 내막, 태반, 혈액이 섞인 분비물)를 배출하기 위해 산모용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기간은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태평하기 만한 드류의 모습은 그의 무관심을 나타낸다.
 
세 번째는 마를로의 육체다. 사라는 상의를 벗는 마를로를 보고 엄마 몸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세 번의 출산과 오랜 육아로 마를로의 몸은 망가졌지만 그런 마를로에게 동정과 위로를 건네주는 이는 가정에 존재하지 않는다. 홀로 세 아이의 육아를 감당하기 힘든 마를로는 오빠의 권유로 야간 보모를 고용한다. 야간 보모 툴리는 '아이를 돌보러 온' 게 아니라 '마를로를 돌보러 왔다'고 말한다.
  
 영화 <툴리> 스틸컷.

영화 <툴리>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마를로는 좋은 엄마다. 그녀는 매일 조나의 몸을 마사지해주고 차로 두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 자신의 오빠 크레이그(마크 듀플라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남편 드류(론 리빙스턴)에게도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는다. 다만 남을 위해 시간을 쓰다 보니 정작 자신을 돌볼 시간은 없다. 툴리는 이런 마를로를 위해 그녀만의 시간을 선사한다.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해 놓는가 하면 쿠키를 구워놓는다.
 
깨끗하게 치워진 집, 맛있는 쿠키로 마음의 여유를 얻은 마를로는 사라의 반 아이들, 다툼이 있었던 교직원들과 화해할 수 있게 된다. 젊은 나이에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지닌 툴리는 성숙하고 배려심 있는 태도로 마를로를 대한다. 그녀는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라는 마를로의 뚝심이 다치지 않게 아이가 아닌 엄마를 돌보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툴리>는 슈퍼맘과 그녀를 돌보는 보모를 통해 건조하지만 따뜻한 힐링을 전한다. <주노>, <인 디 에어> 등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담담하게 담아낸 제이슨 라이트맨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독박육아'에 대한 문제를 감정 과잉 없이 보여주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남을 위해 살아가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마를로의 모습은 많은 워킹맘들에게 공감을 얻지 않을까. 그리고 많은 워킹맘들이 이 영화를 보며 잠시 작은 위로를 얻고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길 바란다. 22일 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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