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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곰솔누리숲.
 시흥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곰솔누리숲.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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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시흥시 정왕동 옥구공원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완충녹지 곰솔누리숲 선포식 및 연결보행교 개통기념 시민걷기' 행사다.

이번 완충녹지 시민걷기 행사는 시흥시 산업단지와 거주지 사이에 조성된 차단녹지 혹은 완충녹지의 새 이름인 '곰솔누리숲' 선포식과 단절돼 있던 완충녹지를 연결하는 연결보행교 개통기념식과 함께 진행되었다.

옥구공원을 출발해 완충녹지를 왕복해 걷는 시간도 좋았다. 왕복거리는 8km로 울창한 나무들 사이 숲길을 실컷 걸을 수 있다. '곰솔누리숲'은 국내 유일의 인공녹지인 시흥시의 중앙완충녹지 새 이름을 공모를 진행한 결과 완충녹지의 새 이름으로 선정되었다.
 
풍광좋은 옥구공원에서 곰솔누리숲길이 이어져 있다.
 풍광좋은 옥구공원에서 곰솔누리숲길이 이어져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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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벌로 유명한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이 널리 알려진 관광지라면, 곰솔누리숲은 시흥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숲길이다.

곰솔누리숲길 구간별 연결 다리에는 '정왕마루·평안마루·아름마루·생태마루·옥구마루·곰솔마루'가 선정됐다. 모두 시민들에게 친근하고 친환경적인 느낌이 드는 이름들이다.

과거 차단녹지라고 불렸던 완충녹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생태숲으로 살아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완충녹지를 잘 표현했다. 생태산업도시를 지향하는 시흥시의 이미지에도 잘 부합되지 싶다.

공단의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조성된 중앙완충녹지 
 
곰솔누리숲길은 도심 차도 위를 지나는 7개의 구름다리가 이어져 있다.
 곰솔누리숲길은 도심 차도 위를 지나는 7개의 구름다리가 이어져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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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정왕동에 조성되어 있는 중앙완충녹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심 속 인공녹지로 옥구공원에서 시흥천까지 길이 4km, 면적 692,000m²로 무려 축구장 100개나 되는 규모다. 1992년부터 조성되었으며 시화 산업단지와 주택가인 아파트촌 사이에 자리하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저감시키고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단풍나무·벚나무·참나무류·회화나무·모감주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살고 있는데,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나무가 이 숲길의 이름이 된 곰솔이다. 곰솔은 바닷가에서 서식하며 나무껍질이 까만색이라 해송·흑송·검솔이라고도 부르는 소나무과의 사계절 푸른 나무다.

바닷바람과 염분에 강하여 해안가의 방풍림이나 방조림으로 심는다. 정왕동 도심 속에 곰솔이 많이 심어진 이유는 과거 이 일대가 바다와 인접한 갯벌이었기 때문이다. 
 
곰솔숲길의 주종 곰솔나무.
 곰솔숲길의 주종 곰솔나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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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조성된 곰솔누리숲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1992년부터 조성된 곰솔누리숲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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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예로부터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소나무는 종류도 다양하고 이야기도 많다. 광화문, 숭례문의 복원에 쓰인 금강송(혹은 황장목, 춘양목)에서 내륙지방에서 자라는 육송(陸松) 혹은 적송(赤松), 한시에 흔히 나오는 낙락장송(落落長松), 조선시대 세조에게 벼슬을 받은 정이품송, 단종의 한과 슬픔을 간직한 관음송... 백송(白松)이라는 희귀한 소나무도 있다. 1960년대 척박했던 한국의 산을 살린 외래종 리기다소나무도 빼놓을 수 없겠다.  

곰솔누리숲을 걸어보니 울창한 숲길 곳곳에 솔향기가 그득했다. 솔가지와 솔방울이 깔린 푹신한 흙길은 더없이 포근한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도시 숲이 아니라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 상쾌함이 느껴졌다. 숲길 구간마다 심어진 다양한 나무는 저마다 다른 숲 풍경을 보여줘 걷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깊은 산속을 걷는 기분이 드는 곰솔누리숲
 
도시가 아닌 깊은 산속에 들어선 기분이 드는 곰솔누리숲.
 도시가 아닌 깊은 산속에 들어선 기분이 드는 곰솔누리숲.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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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숲을 이루는 나무는 물·공기·흙을 보존해 도시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나무의 완성은 명목이나 낙락장송이 아니라 수많은 나무가 함께 살아가는 숲이다'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곰솔누리숲길은 이제 시흥시내에 자리한 도심 숲이자 산소통이 되었다. 이곳은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도로변엔 가로수와 공원 숲을 조성하고 동네 뒷산 같은 언덕(성토)을 쌓고 나무를 심어 2중의 숲을 조성했다.

지독한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 여름에도 곰솔누리숲은 무더위 대피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울창한 도시 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약 3℃ 낮춰주고, 습도를 상승시키는 등 친자연적인 기후조절 기능을 한다. 
 
푹신푹신한 흙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다.
 푹신푹신한 흙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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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택에 정왕동은 '숲세권' 지역이 됐다. 요즘은 역세권만큼이나 숲세권의 집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당연한 일이다. 숲은 자원의 보물창고이자 거대한 산소공장이며 아름다운 방음벽이자 정수기다. 도심 숲은 도시인에게 의사도 없이 저절로 굴러가는 병원 역할도 한다.

일상생활을 하다 생기는 권태와 탈진에 지칠 때 햇볕이 드는 숲길을 산책하면 신기하게도 새살이 돋듯 마음속에 삶의 의욕이 생겨난다. 시흥시는 곰솔누리숲을 도심 속 생태 숲 공간이자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니 기대가 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곰솔누리숲, #중앙완충녹지,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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