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 출연 배우들의 마음엔 하나같이 당시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언론 시사회가 열린 19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감독 및 배우들이 구체적인 생각을 밝혔다.

영화는 1997년 IMF 사태 직전 일주일을 시작으로 부도를 막으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위기를 방관한 정부 관료, 이런 국면에서 고통받은 서민 이렇게 세 층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의 김혜수는 이미 지난 제작보고회에서 경제용어 및 영어 대사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대사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경제수업을 따로 들으며 대사 연습을 병행한 김혜수는 "초지일관 원칙 있는 인물이기에 그런 인물이 (관객에게) 고루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중요했다"고 전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악을 막고자 했던 사람의 진심을 전하고자 했다. 연습과정에서 실제 IMF 총재가 참여할 수 없기에 외국인 배우 대역을 모셔서 연습했다. 영화에서 각 인물들이 구조에 맞게 함께 혹은 따로 자기 역할을 했어야 했다."(김혜수)
   
사람의 이야기
   
한시연의 대척점인 인물이 재정국 차관이다. 해당 역의 조우진은 "한시연 팀장을 어떻게 받아 쳐야 그 힘이 발휘될지 고민했다"며 "차관만이 갖고 있는 신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중심으로 다른 인물을 맞이했을 때 분명 차별점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고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두 사람과 별개로 금융회사 직원이었다가 위기 상황에 배팅하는 윤정학 역의 유아인은 관객에 따라 이기적인 캐릭터로 보일 여지가 컸다. 이를 인지한 듯 유아인은 "평소보다 경제 관련 뉴스를 본다거나 친구들 앞에서 연설하는 식으로 연습을 했다"며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면이 있지만 인간적 캐릭터라고 생각했기에 거부감을 만들지 않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업체 사장이면서 IMF 사태로 큰 위기를 맞는 갑수 역의 허준호는 "서민을 대표하는 역할이라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서민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라 굉장히 부담이면서 영광이었다"며 그는 "작품에서 벗어나지 않는 국민적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대본에 충실하려 했다"고 전했다. 또한 극중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하는 갑수를 연기하는 것에 그는 "본의 아니게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연기로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최국희 감독은 사람의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경제 용어가 많이 있지만 그런 용어를 100프로 설명하지 않아도 인물들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최 감독은 "1997년 긴박하게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어 (정부, 한국은행, 서민 등으로) 층위를 나눴다. 그들이 각각 대표가 될 수 없지만,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의 대표는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기를 돌파하려는 인물을 여성으로 잡은 것에 최국희 감독은 "1997년 당시가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분위기여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에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들 위기가 아니라고 할 때 위기임을 외치고 달린 사람이 여성이면 좀 더 영화적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미 시나리오 작가가 써놓은 설정임을 전하며 최 감독은 "신념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그리고 싶어 김혜수 선배와 많이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오는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