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이 2018년 KBO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에 선정됐다. 두산 베어스의 4번 타자 김재환은 19일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 다빈치 블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시상식에서 정규 시즌 MVP에 선정됐다. 김재환은 총 888점 만점 중 487점을 받아 후보에 오른 조쉬 린드블럼(367점), 양의지(254점), 세스 후랭코프(110점, 이상 두산),박병호(넥센 히어로즈, 262점)를 제쳤다.

김재환은 올 시즌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34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하며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2관왕을 차지했고 역대 최초로 3년 연속 300루타를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두산 소속의 선수가 정규 시즌 MVP에 선정된 것은 1982년의 박철순, 1995년의 김상호, 1998년의 타이론 우즈, 2007년의 다니엘 리오스, 2016년의 더스틴 니퍼트에 이어 역대 6번째다.

금지약물 스캔들 일으킨 유망주, 김현수 미국진출 후 대폭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두산 김재환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2018.11.19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두산 김재환이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2018.11.19 ⓒ 연합뉴스

 
인천고 시절부터 장타력을 겸비한 대형 포수 유망주로 주목 받던 김재환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유급 경력으로 인해 일찌감치 1차지명 대상자에서 제외된 김재환은 2차 1라운드에서도 연고구단 SK가 대졸 내야수 모창민(NC 다이노스)을 지명하는 바람에 두산까지 순위가 밀렸다.

프로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 상무에 입대한 김재환은 2010년 101경기에 출전해 타율 .316 21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동료 최주환과 함께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 하지만 전역 후 타격재능을 살리기 위해 1루 변신에 도전한 김재환은 야구인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었다.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이 김재환이 쌓은 실적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시즌 후 약물 사용이 적발되면서 김재환의 징계는 2012 시즌으로 넘어왔는데 김재환은 징계가 끝날 당시 '봉인해제'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사실 그 때만 해도 일개 무명 선수의 발언이라 크게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지만 김재환이 2016 시즌을 기점으로 대폭발하면서 당시의 발언이 재조명됐다(김재환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1군에서 단 113경기 출전에 그쳤던 '실패한 유망주'에 불과했다).

2014년 시즌 종료 후 결혼한 김재환은 2015년 11월 쌍둥이의 아빠가 됐고 답답하던 야구인생도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김재환은 '타격기계' 김현수(LG트윈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주인을 잃은 두산의 좌익수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고 정진호,김인태,조수행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김재환은 프로 데뷔 첫 풀타임 시즌 타율 .325 37홈런 124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흔히 갑작스럽게 주전을 차지해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는 다음 시즌 극심한 풀타임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김재환은 여기에 해당되는 선수가 아니었다. 김재환은 작년 시즌에도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40 35홈런 115타점으로 두산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잠실 홈런왕으로 MVP 선정, 약물 논란은 여전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두산 김재환이 정운찬 KBO 총재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2018.11.19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두산 김재환이 정운찬 KBO 총재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2018.11.19 ⓒ 연합뉴스

 
두산의 주전 좌익수를 차지했던 2016년 김재환의 연봉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년 동안의 대활약을 통해 2018년 김재환의 연봉은 4억7000만원까지 수직상승했다. 김재호,오재원 등 FA계약 선수들을 제외하면 두산 야수 중에서 김재환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포수 양의지(6억 원)뿐이다. 그만큼 김재환은 두산의 간판타자로 확실하게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올 시즌 두산은 심각한 외국인 타자 부진에 시달렸다. 수 년 간 공들여 봤다는 스위치 히터 지미 파레디스와 LA다저스 시절 류현진의 팀 동료였던 스캇 반 슬라이크는 33경기에서 2홈런8타점을 합작한 후 퇴출됐다. 그럼에도 두산이 올해 정규시즌 191개의 팀 홈런을 때릴 수 있었던 비결은 4번 타순에서 무려 44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 김재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KBO리그 역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는 역대 단 2명(김상호, 우즈)뿐이었다. 그리고 1998년 우즈가 기록한 42홈런은 지난 19년 동안 그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올해 김재환이 우즈의 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역대 3번째 잠실 홈런왕에 등극했고 김상호와 우즈가 그랬던 것처럼 김재환도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다.

김재환은 MVP 수상 소감을 통해 "하루도 안 빠지고 그 때(금지약물 사용)를 후회한다"며 다시 한 번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MVP 부상으로 받은 고급 승용차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김재환을 향한 야구 팬들의 시선은 상당히 싸늘한 편이다. 하지만 올해 KBO리그에서 김재환을 능가하는 활약을 펼친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신인왕의 주인공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kt 위즈의 강백호였다. 올 시즌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290 29홈런 84타점 108득점을 기록한 강백호는 역대 고졸신인 최다홈런과 신인 최다홈런 2위 기록을 세우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로써 오랜 기간 '중고신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신인왕은 작년 이정후(넥센)에 이어 올해 강백호까지 다시 '순수신인'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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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시상식 정규 시즌 MVP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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