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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2018.5.7
 (인천=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첫 일정인 감리위원회가 오는 17일 열린다. 2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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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는 왜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일까?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따른 회계처리 문제를 삼성바이오와 논의한 흔적, 또 삼성바이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회계조작을 모의한 정황이 담긴 문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관련기사:이재용의 '바이오', 이재용을 쏘다)

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자본금이 바닥날 상황에 처하자 회사 장부에 손을 댔다는 점을 명확히 했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답은 내놓지 않았다.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을 조작한 의혹과, 이를 감추기 위해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의 연결고리 3가지를 짚어봤다.

[고리 1]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 8조원이 부풀려진 것임을 알았다

우선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회계상 삼성바이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합병이슈가 다시 불거질까 고민한 흔적이 있다. 앞서 이 부회장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가치를 키웠는데, 장부처리 때 삼성바이오 가치가 줄어들면 안되기 때문에 대비책을 마련하는 내용이 내부문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공개한 삼성바이오 재경팀의 내부문건을 보면 삼성물산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2015년 8월5일 인천시 송도동에 있는 삼성바이오를 방문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삼성바이오의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회사가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 0.35 비율로 합병하기로 결정했고, 합병에 따라 두 회사의 장부를 합치는 작업은 같은 해 9월에 이뤄졌다. 이에 대비해 삼성물산은 장부에서 삼성바이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한 것.

합병비율이 정해졌을 당시 일부에선 이 부회장에 유리하도록 그가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가 크게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나왔었다. 적정합병비율을 따졌을 때 물산 가치가 지금보다 높게 매겨졌다면 물산 주식을 많이 가진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건에는 '자체 평가액(3조원)과 시장평가액(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영향(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하락)의 예방을 위한 세부 인터뷰 진행'이라고 적혀있다. 삼성바이오의 실제가치는 3조원인데, 8조원으로 평가됐었다고 하면 삼성바이오를 고평가해 제일모직 가치를 높였고, 이에 따라 합병비율이 조작됐다는 지적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삼성바이오가 8조원으로 평가돼 앞서 합병비율이 조작됐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이는 삼성이 회계법인에서 삼성바이오를 자체평가액 3조원의 거의 3배인 8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이 엉터리임을 알고도 국민연금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실제 삼성물산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모직-물산 합병비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또 2015년 11월 문건에는 '통합 물산은 9월 합병 때 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이라는 내용도 있다. 이는 참여연대와 박 의원 등이 삼성바이오뿐 아니라 삼성물산도 분식회계를 저지른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고리 2] 삼성바이오는 콜옵션 공시를 누락했다
 
지난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5년 11월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 문건.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5년 11월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 문건.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내용이 담겨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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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삼성바이오가 중요정보인 콜옵션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모직-물산 합병비율에 영향을 줬고,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금전적 이익을 올렸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7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에게 준 삼성바이오에피스(아래 삼성에피스)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은 것이 고의적이고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이곳 지분 약 절반을 가질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는데, 삼성바이오가 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한 것.

다시 말해, 바이오젠에서 삼성에피스 지분을 가져가게 되면 대주주인 삼성바이오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회사가 2014년까지 의도적으로 이런 사실을 숨겼다고 증선위는 판단했다는 얘기다.

참여연대는 "콜옵션 공시누락은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 문제로만 볼 수 없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공시를 빼면서 이재용 일가는 1조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하고, 국민연금은 약 2000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참여연대는 분석했다.

만약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공시를 제대로 했다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적정합병비율은 1대 0.35가 아닌 1대 0.5로 계산됐을 것이라고 추정한 것. 이 경우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았겠지만, 합병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삼성 일가는 1조1000억~1조3000억원 가량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이는 2015년 두 회사 합병을 위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제일모직 가치평가에 영향을 줄 중요정보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리 3] 삼성바이오는 미전실과 분식 논의 중 물산주주의 항의를 우려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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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삼성바이오는 삼성 미전실과 분식회계를 계획하면서 회계에 따라 회사가치가 줄어들면 앞서 이 부회장에 유리했던 합병비율이 적정하지 않았던 것이 발각될까 두려워한 흔적도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갑자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져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며 삼성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처리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삼성에피스를 지분매입 당시의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가치(시장가격)로 평가했고, 장부상 약 4조5000억 원의 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한 뒤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지난 14일 증선위는 "회사가 2015년에 삼성에피스 주식을 지분법(관계회사)으로 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익(4조5000억 원)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이같은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삼성 미전실과 긴밀하게 논의했다. 삼성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 재경팀장은 2015년 11월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와 관련한 회의자료를 삼성 미전실 바이오담당 부장에게 전자우편으로 전달했다. 콜옵션에 따른 빚 1조8000억원을 장부에 반영하면 삼성바이오가 잉여금이 바닥나는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3가지 방안을 미전실에 보고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 회계처리를 변경하는 2번째 안을 선택했고, 나머지 방안 중에서 3번째 안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모직-물산 합병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3번째 방안은 삼성에피스를 연결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를 2조7000억원으로 평가하면 바이오젠 콜옵션에 따라 7000억원 가량 손해를 보게 되는데 이 경우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물산합병 및 에피스 상장용 평가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하면 물산 주주의 이슈제기, 에피스 상장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삼성에피스를 낮게 평가하면 모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도 줄어들고, 이는 앞서 모직-물산 합병 때 계산됐던 삼성바이오 가치보다도 낮은 수치여서 곤란하다고 본 것. 회사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점이 이후 삼성바이오 장부에서 드러나게 되면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 자체가 부당했다고 항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둘러싼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의 우려들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이 적정하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 앞서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매겨졌고, 이를 이후에 조정하기 위한 고민들이 삼성문건에 남아있다는 얘기다.

증선위는 지난 7월과 11월14일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공시누락건과 2015년 분식회계 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삼성 경영권 승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임을 밝혀낼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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