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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여대의 자전거가 주차라인 안에 서있다. 장바구니를 단 자전거, 어린아이가 탈수 있도록 장착된 자전거를 비롯해 다양하다. 이 사진만으로도 일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는 모습이 연상된다.
▲ 아마가사키 시청안에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들 수백여대의 자전거가 주차라인 안에 서있다. 장바구니를 단 자전거, 어린아이가 탈수 있도록 장착된 자전거를 비롯해 다양하다. 이 사진만으로도 일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는 모습이 연상된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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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의 3일차이다. 오늘은 아마가사키(尼崎)를 방문하는 날. JR 교바시 역을 비롯해 세 군데에서 환승을 하고 아마가사키시 다치바나(立花) 역에 내렸다. 철도들이 단일 회사가 아니어선지 노선들이 잘 연계되어 있지 않다. 거리로 10여 Km 밖에 되지 않음에도 출근길 복잡한 인파에 섞여 이동하는 길이 꽤 멀게 느껴진다.

아마가사키는 오사카 인근 효고현의 도시이다. 한신(阪神) 공업지대 복판에 위치하고 오사카와 고베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이다. 한때 인구 50만을 넘었는데 산업이 침체하고 고베 대지진 후 인구가 줄고 있어 고민이라고 한다.

다치바나 역에서 내려 시청까지는 도보로 1.3Km가량. 역 앞에는 주차장 가득 수 백여 대의 자전거가 보인다. 출근시간이 지났는지 거리는 텅 비어있다. 10시에 약속된 시의회 및 시청과의 미팅이 우리가 조금 일찍 도착하여 10여 분 일찍 시작되었다.

아마가사키는 사카이와 달리 사전 연락이 잘 안 된 상태였다. 연수 협조를 구하는 공문에 아마가사키에서 돌아온 '우리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펼칠 계획이 없다. 지형 자체가 평지가 많고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많이 타 왔다. 전주 연수단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대답이 있었다. '연수단을 받는 데 부담스러운 것인가?'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연수단을 맞이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한 것이 느껴졌다.
 
카츠미 씨는 위기관리 안전국 위기관리 안전부 산하 '생활안전과'의 과장이다. 자전거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부서이다.
▲ 연수단에게 설명중인 카츠미 생활안전과장 카츠미 씨는 위기관리 안전국 위기관리 안전부 산하 "생활안전과"의 과장이다. 자전거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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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파트의 업무 담당자가 나와 설명했다. 기획재정국 정책부 산하 지역 교통정책 추진담당과 기타가와 타카히로 과장과 위기관리 안전국 위기관리 안전부 생활안전과 니오 카츠미 과장이었다.

어제 방문한 사카이가 별도로 자전거 부서를 만들어 건설국에 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아마가사키의 고민은 안전이었다. 이것은 이어진 브리핑과 질문 답변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카츠미 생활안전과장이 "우리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충분하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과제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안전하게 타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불법주차(주륜)와 도난 사고방지 등 자전거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게 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고서 이어 나간다.

카츠미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아마가사키는 효고현 인근의 도시를 비롯해 일본 내 많은 도시 중 자전거를 많이 타는 도시로 꼽힌다고 한다.
 
종축(위아래)은 전철역까지 자전거로 이동하여 연계해서 이동하는 형태의 '단말분담률'이다. 횡축(좌우)은 자전거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형태의 '직행분담률'이다. 우측 상단의 빨간 원이 아마가사키로 두 분야 모두 상위권에 속한다.
▲ 아마가사키 인근 도시들의 자전거 수송분담률 비교자료 종축(위아래)은 전철역까지 자전거로 이동하여 연계해서 이동하는 형태의 "단말분담률"이다. 횡축(좌우)은 자전거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형태의 "직행분담률"이다. 우측 상단의 빨간 원이 아마가사키로 두 분야 모두 상위권에 속한다.
ⓒ 아마가사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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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직행수송분담률은 29%로 많은 도시 중 상위권에 속한다. 전철 등의 다른 교통과 연계된 형태의 '단말 분담률'도 9%가량으로 역시 상위권에 속한다. ('이를 합해야 자전거 이용률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있었다.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합할 경우 38%가량의 수송분담률로 볼 수 있다.) 

카츠미씨는 이 요인을 넓지 않은 면적과 높은 곳과 낮은 곳의 표고차가 10m밖에 되지 않는 지형 때문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공단 근로자가 많았던 1950~1960년대부터 형성된 자전거 타기 문화가 정착된 때문이라고 한다. 그 시절부터 자전거 안전이용을 위한 교육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는 현재로도 이어져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때 두 번에 걸쳐 자전거 타기 교육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카츠미씨가 제시한 아마가사키 인근 한신지역의 시정별 대표 교통수단 분담률 비교표이다. 아마가사키는 철도 26%, 자동차 21%, 오토바이 4%, 자전거 26%, 도보 19%를 각각 분담하고 있다. 자전거, 철도, 자동차, 도보 순서로 대략 20%가량씩 균등하게 분담하고 있다.(2012년 현재) 
 
맨 위로부터 아마가사키, 니시노미야, 이타미, 다카라즈카, 가와니, 산다, 이나가와정 순서이다. (사진은 아마가사키 시청 제공 자료에 포함된 표이다)
▲ 한신지역 도시들의 교통수송 분담현황 맨 위로부터 아마가사키, 니시노미야, 이타미, 다카라즈카, 가와니, 산다, 이나가와정 순서이다. (사진은 아마가사키 시청 제공 자료에 포함된 표이다)
ⓒ 아마가사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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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에 따라 산지가 많은 산다(三田) 시의 경우 자동차가 50%를 차지하고 자전거는 8%가 분담하고 있다. 비교한 표에서 자전거 분담률이 가장 낮은 이나가와정(猪名川町)의 경우 더 떨어진다.

이 정도의 이용률이라면 자전거 이용을 더 높일 필요도 없으며 올릴 여지도 없다고 보인다. 그들의 관심사는 당연히 안전이 될 수밖에 없음이 확인된다. 아래 지도는 한 초등학교 인근의 사고를 지도에 담아 관리하는 자료이다. 사고지점마다 사고의 유형을 세부적으로 담고 있다. 
 
생활안전과에서는 3년간 이 학교 인근에서의 자전거 사고 유형을 지도로 표시하고 유형별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사고지역에 대한 문제점 해결과 교육에서 참조자료로 활용한다고 한다.
▲ 아마가사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의 자전거 사고지도 현황판 생활안전과에서는 3년간 이 학교 인근에서의 자전거 사고 유형을 지도로 표시하고 유형별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사고지역에 대한 문제점 해결과 교육에서 참조자료로 활용한다고 한다.
ⓒ 아마가사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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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질서가 잘 잡혀있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목은 자전거 도난과 자전거 불법 주차라고 한다. 카츠미씨의 이와 관련한 설명을 인용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타인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잠깐 빌려 타는 것으로 가볍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미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지 않았다가 퇴근길에 남의 자전거를 타고 자기 집 근처에 버려두는 식입니다. 이렇게 방치자전거가 생겨납니다. 우리 시에서 실험한 'Alar-mmy'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자전거 주차장에 이 장치를 채워 놓을 경우 경보음이 울리고 주변에서 인지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현수막을 통해 '자전거를 가져가는 것은 범죄'라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이 실험이 TV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 도로 등의 인프라가 아닌 이용률 제고를 위한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연수단을 맞았다. 자전거도로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은 많지 않았다.

시청을 오가며 직접 목격한 구역 내에서 자전거도로는 보행자 겸용도로조차 많지 않았다. 사카이처럼 길이 텅 비어있고 운행하지 않는 차는 주차장에 세워있다. 아울러 다치바나 역 근처 곳곳에 '50cc 미만 스쿠터, 자전거가 이곳에 주차하면 견인되며 찾아갈 때는 벌금을 내야 합니다'라고 안내되어 있는 구역이 많았다. 자전거의 경우 2500엔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안내한다. 역 인근의 쇼핑몰 주차장은 한 시간까지 무료, 이후 유료라고 한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패턴 중 하나가 '집에서 전철역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다. 대개는 유료인 공영(또는 민영) 주차장에 월 정기요금 2000엔가량의 주차요금을 내고 주차한다. 퇴근 후 다시 자전거를 통해 귀가하는 방식이다. 

 
두시간 이용시 무료, 그후 200엔이 부과된다는 안내문이다. 
유료로 운영하는 민영주차장들이 '1시간까지 무료', '두시간까지 무료'로 고객들에게 서비스한다. 이런 시설이 아닌 곳은 하루 100엔(내지 200엔), 한달에 2000엔 가량의 정기이용요금을 받는다.
▲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주차장 요금표 두시간 이용시 무료, 그후 200엔이 부과된다는 안내문이다. 유료로 운영하는 민영주차장들이 "1시간까지 무료", "두시간까지 무료"로 고객들에게 서비스한다. 이런 시설이 아닌 곳은 하루 100엔(내지 200엔), 한달에 2000엔 가량의 정기이용요금을 받는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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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정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마친 일행은 인근의 고베를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돈 많고 부유한 도시, 흑우로 유명한 도시 고베(神戶)!

산노미아(三宮) 역에 내려 번화한 시가와 지붕이 덥힌 화려한 상가를 돌아본다.
평탄한 지형의 아마가사키와 달리 고베는 꽤 높은 로코산(六甲山)을 등지고 있는 항구도시다.

전날의 교류회에도 함께 했던 고베인 '이나요시 마사코'에 따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아마가사키 보다는 적다고 한다. 대신 전기자전거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라고 한다. 번화가 치고는 자전거도 많이 보인다.

차이나타운이 위치한 상가는 자전거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입구마다 불법 주차된 자전거들이 보이고 계고장으로 보이는 표 딱지를 붙이고 바닥엔 분필로 시간을 적어둔다. 아직 일본 사람들에게 '자전거 주차 정도야 불법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남아 있나 보다.
 
고베 산노미야 상가입구에 주차된 자전거. 핸들에 불법주차된 자전거임을 알리는 계고장이 붙어있다.
▲ 불법주차된 자전거 고베 산노미야 상가입구에 주차된 자전거. 핸들에 불법주차된 자전거임을 알리는 계고장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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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여정 중 3일이 저물어 간다. 사카이와 아마가사키는 여러 여건과 현재의 고민, 미래에 대한 구상이 달라 보였다. 개인적으로 아마가사키가 사카이보다는 더 자전거 도시에 가깝게 느껴졌다. 

완성된 형태의 자전거 도시란 없을 것이다. 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르지만 나아가는 길은 하나였다. 먼저 왔던 메시지,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려는 계획이 없다'는 대답은 자전거 도시를 향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가사키나 사카이, 그 밖의 여러 도시는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주행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
▲ 아마가사키 시청 앞에서 연수단 일행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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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마가사키 자전거, #자전거 도시, #전주 자전거 연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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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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