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을 아름답게 장식할 또 하나의 볼거리가 경주에 있습니다. 바로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맞은 편, 형산강이 흐르는 서천둔치 억새숲입니다. 지난번 태풍 콩레이로 서천둔치 전체가 물이 잠겨 여기 있는 억새도 예외 없이 물에 잠겼던 곳입니다.
태풍으로 인하여 위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려오는 세찬 물살도 이겨내고, 온갖 쓰레기들이 억새들을 위협하며 스쳐 지나갔지만, 여기 서천둔치 억새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강하게 그리고 꿋꿋하게 견뎌내었습니다. 그랬던 서천둔치 억새숲이 지금은 햇빛에 반사되어 영롱한 빛을 한껏 발하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억새는 벼 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라 만개가 되었을 때도 언제나 은빛 물결을 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햇빛을 받았을 때만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들어냅니다. 햇빛을 받지 않을 때는 넓은 들판에 벼를 심어 수확기에 접어든 것처럼 황금색 물결처럼 보이는 게 억새입니다. 여기 서천둔치에도 한쪽은 햇빛을 받아 영롱한 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고, 반대편은 수확기를 앞둔 황금들판 같아 보입니다.
경주에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곳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한 곳은 선덕여왕 촬영지로 유명한 동대봉산 무장산 억새군락지(관련기사 :
http://omn.kr/1biuw)인데, 만개 때 하루 시간을 내어 힘든 걸음 하였지만, 기대했던 은빛 모습은 촬영을 못해서 많이 아쉬워했었습니다.,
또 한 곳이 억새 82만9000본을 심은 서천둔치 억새숲(관련기사 :
http://http://omn.kr/16ri5)인데, 여기가 억새의 마지막을 장식할 것처럼 요즘 햇살이 비칠 때 보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군락지는 12.8km에 달하는 등산로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노약자나 무릎이 안 좋은 사람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지만, 여기 서천둔치 억새숲은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며, 노약자도 휠체어를 타고 산책 삼아 즐겨 찾아도 되는 곳입니다.
경주 서천둔치 장군교 아래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서천둔치를 따라 펼쳐지는 억새숲을 걸으며, 늦가을을 만끽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천둔치 억새숲은 한 바퀴 도는데 40분이면 충분한 곳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억새를 구경하면서 걸으면 좋습니다. 억새숲을 거닐다가 바람결에 나불거리는, 춤을 추는 모습의 억새도 함께 구경하면 더 운치가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