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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정래 선생이 문학관을 찿은 300여명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가 조정래 선생이 문학관을 찿은 300여명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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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문학관 개관 10주년 북토크 행사가 있었다.

소설 <태백산맥>은 1986년에 조정래 작가가 민족분단의 슬픔과 여순사건(1948년 10월 19일)을 다룬 대하소설로 1989년 1부 3권이 책으로 엮여 출간된 후 30년 동안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사랑받고 있는 대작이다.

소설이 출간된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으로 어지럽던 우리 사회 현실을 반영하듯 당시 깨어있는 교수들은 "소설 <태백산맥>이 전라도 사투리 번역만 영어로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작가 조정래 선생은 북토크 강연에서 30년이라는 장고한 '태백산맥'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꾸준히 하루 200자 원고지 25페이지 분량의 글을 쓴다고 말했다.

40년간 이어온 자신의 꾸준한 글쓰기 패턴은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고 잠이 쏟아질 때 잠시 잠시 나눠서 3번씩 쪽잠을 자는 것"이라며 "일테면 아침 후 졸면서 조금 자고,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저녁 이후 1시간 정도 자고 나면 맑은 정신으로 또다시 글을 쓴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태백산맥 문학관'의 세 가지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태백산맥 문학관은 단일 작품 독립 문학관으로는 아직까지 세계 유례가 없으며, 필사기증(2014년부터 현재까지 34건 전시 중) 전시 또한 세계에서 유일하다. 소설 10권 쓴 작가들은 많으나 소설 10권을 필사한 작품은 성경 이외 많지 않다. 필사 10권은 미련하도다. 그래서 그들에게 영광이 있으라.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빅토르 위고 등 세계의 위대한 고전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한 사람은 없다. 참으로 우리 독자들은 극성스럽게 아름답다.

전국에 문학관이 23개 정도 되는데 그 중 유일하게 '태백산맥 문학관'만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필사자들 중 내 고향 벌교사람은 없더라. 작가도 벌교사람들에겐 사랑받지 못했다. 여지껏 벌교 꼬막장사에게 인사받은 적 없다(웃음)"


아울러 작가는 현재 집필 중에 있는 <천년의 질문>의 부제를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로 정해 1권은 마무리 지었고, 2, 3권은 내년에 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태백산맥 전권 필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태백산맥 전권 필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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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대지주 재벌이고 다른 하나는 재벌과 함께 살아가는 언론"이라며 "이는 내 얘기라기보다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정체성이고 2백 년 전부터 사회과학자들이 '국가는 합법적 폭력집단'이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의미로 <천년의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작가의 말'에 '국가는 국민에게 합법적으로 폭력을 휘두른다'는 내용으로 3줄정도 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필요하면 저항하라! 왜 지기 위한 정치를 하는가? 재벌과 언론이 국민을 핍박하고 억압하여 이용하려 하는데 이런 대안을 제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조 작가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그런 소설만 쓰느냐?"

이에 조 작가는 "소설은 인간을 담고 있는 사랑이다, 작가도 인간을 사랑하기에 '황홀한 글감옥'에 갇힌다"면서 "힘들어도 인간에 대한 긍정 때문에 글을 쓴다, 소크라테스. 예수의 가르침이 불변이기에 진리이듯 영생적으로 진리를 확보하고파 글을 쓴다"고 답했다.

이어 작가는 <태백산맥>이 30년 동안 살아 있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로 설명과 함께, 일갈하며 참여와 동참을 호소했다.

"시대가 달라도 사회구조는 같기 때문이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지주는 오늘날 대기업 재벌이다. 우리는 현재 경제침체 국면에 빠져있어 빈곤, 소득격차가 심한 나라로 미국 다음 한국이다. 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42% 월급만 받는 나라다. 노동시장 48%가 비정규직인 나라, 6.25 이후 최대 환란이었던 IMF사태가 터졌을 때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들은 묵시적으로 비정규직에 동의했고 그로인해 2년 반만에 졸업했다. 사태가 국민의 도움으로 해결됐으면 그때 당시 비정규직을 없앴어야 했다. 현재 국정감사 보고에 따르면 재벌의 현금보유액이 900조를 넘어섰다고 한다.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같은 배반자다."

또한 작가는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좋은 작품은 사회·역사를 바꾼다. 글이 공동체 삶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생각하며 글을 써라. 훌륭한 고전작품 98%가 '인간의 삶의 갈등과 모순'을 다루고 있다. 그런 글을 써라. 인도가 200여 년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고 우리가 일제식민 치하에 있었던 때를 기억해야 한다."

한편, 작가는 남북통일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통일 염원은 소설 <태백산맥>의 주제이기도 하다. 통일 없이 한반도는 반쪽이기에 목표는 통일이다. 통일이 되면 누가 백두산 정상에 오르던 두 정상이 또 오를 것이다. 다만 통일이 조금 늦더라도 꾸준히 교류하고 서로 인적·물적 교류는 이뤄져야 한다. 통일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고 믿고 기다리자. 아울러 현 정부에서 경제 문제는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이 또한 3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본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1년 더 기다려 보자. 가장 잘하고 있는 남·북 관계도 잊지말고 관심을 가지자."(박수)

강연을 마무리하며 작가는 이렇게 당부했다 .

"천재는 머리가 좋아서라기보다 한 가지 일로 성과를 낸 사람들이다. 그들의 근본은 독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아동이 어려서 모른다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들을 무시하면 더더욱 안 된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일상언어를 가정에서 사용하되 알아듣지 못하는 어른들의 말에 아이가 질문하면 사전을 뒤적여서라도 함께 공부해야한다. 귀찮다고 아이의 질문을 무시해선 안 된다. 부모가 아이와 같이 책을 봐야 한다."

 
내빈과 독자들이 태백산맥 환상곡에 맞춰 채동선 샌드 아티스트 공연을 보고 있다.
 내빈과 독자들이 태백산맥 환상곡에 맞춰 채동선 샌드 아티스트 공연을 보고 있다.
ⓒ 김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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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보성군수, 보성군 의회, 해냄 출판사 대표, 작가의 부인 등 지역 내빈들과 300여 명의 독자들이 참여하여 오후 1시 태백산맥 환상곡에 맞춰 채동선 샌드아트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전국 초·중·고 태백산맥 백일장 수상 및 필사자(7명) 감사패 증정 이후 작가와 독자와의 사인회·기념촬영이 이어져 태백산맥 문학관 10주년·소설 30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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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문학기행 탐방을 위해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10주년 행사를 직접 찿았다.


태그:#모이, ##소설 태백산맥 , ##태백산맥 문학관 , ##작가 조정래 ,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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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꽃도 꽃이다 . 태백산맥 ㅡ소통. 화합. 통일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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