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 17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구자철이 태클을 시도하고 있다.

▲ 호주전 17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구자철이 태클을 시도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호주와 무승부, 절반의 성공 

벤투호가 17일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지난 8월 출범 이후 첫 해외 원정 평가전에서 호주를 상대로 하여 1-1 무승부를 거뒀다. 팀 핵심 자원인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과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배려 차원과 정우영(29알 사드), 황희찬(22.함부르크), 이재성(26.홀슈타인)의 부상과 컨디션 부재, 그리고 장현수(27.FC 도쿄)의 대표팀 영구 자격 박탈 등으로 이번 호주 원정에 불참하여, 정상적인 팀 전력이 아닌 벤투호는 이를 극복하고 출범 이후 2승3무의 무패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벤투호의 이번 호주 원정 평가전에 최대 관심사는 핵심자원이 빠진 가운데 새로 승선한 선수들의 검증과 이에 의한 벤투호의 원정 경쟁력 확인이다. 우선 벤투호에 첫 승선하여 기대감이 높았던 이청용(30.보훔)과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은 첫 경기인 호주전에서 벤투호의 '쟌다르크'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구자철은 아쉬움을 던져줬다. 여기에 '김학범의 아이들'로 파울루 벤투 감독으로 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황인범(22.대전시티즌)은 중원에서, 기동력을 앞세워 날카로운 패스와 킥으로 탈압박의 심장 역할을 하며 충분히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벤투호는 이 같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 지향적인 축구에는 미치지 못한 채 조직력 보다는 선수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치며 상대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코스타리카(2-0) 우루과이(2-1), 칠레(0-0), 파나마(2-2)와 가졌던 경기력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줬다. 벤투호는 국내에서 가진 4차례 평가전에서 후방 빌드업과 좌우 풀백의 전진에 의한 폭넓은 플레이 및 원톱 또는 스리톱을 활용하는 공격적인 팀 컬러로 2승2무의 호성적을 거뒀다.

실질적으로 이번 호주 원정에 임한 벤투호는 새판을 짠 1.5군 성격의 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경기 결과 보다는 벤투호에 새롭게 승선한 선수들의 검증에 의한,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백업 요원 발탁에 더 큰 의미가 있었고, 또한 59년 만에 다시 아시안컵 정상 등극을 노리는 한국에게 호주 원정 평가전은 그 가능성을 점검하는 전초전이었다. 호주 원정은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에게는 부임 후 첫 해외 원정 경기였다.

이에 국내 평가전에서의 분위기와 환경과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결국 이와같은 상황도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고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도 좋은 약이 됐다. 홈팀 호주는 벤투호와의 평가전에 해외파인 로비 크루스(30.보훔), 애런 무이(29.허더즈필드), 트렌트 세인즈버리(26.PSV 아인트호벤) 등 핵심 선수들을 모두 소집했고, 골키퍼도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우수 골키퍼에 선정됐던 매트 라이언(27.브라이튼)까지 불러들여 최고의 스쿼드로 한국을 상대했다.
 
호주전 17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황인범이 공을 컨트롤하고 있다.

▲ 호주전 17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황인범이 공을 컨트롤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플랜 B, 탈압박 벤투호의 과제

벤투호는 이런 객관적인 선수 스쿼드면에서 부터 한국은 호주의 적수가 되지 못했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경기는 잘 할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 차이가 단지 선수 구성의 불리함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기본적인 팀 컬러를 벗어난 경기 내용과 운영이 노출된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로 벤투호는 호주를 상대하여 무승부를 거뒀지만 탈압박과 집중력 부족 그리고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기력은 약점으로 대두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벤투호가 이런 약점을 노출하면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랜 B가 엿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주세종(28.아산 무궁화) 카드로 인한 경기 흐름과 분위기 반전을 어느정도 이루며 플랜 B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지만, 석현준(27.스타드 드 랭스), (정승현(24.가시마 앤틀러스), 나상호(22.광주 FC), 이진현(21.포항 스틸러스), 김정민(19.리퍼링) 등은, 플랜 B 자원으로서 전술적인 면에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정상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호주전을 통하여 드러난 문제점을 직시하고 자신의 축구철학 까지도 변화할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호주전은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아시아축구에 대한 적응과 파악의 좋은 예방 주사였고, 한편으로 무패에 고무된 벤투호에 대한 냉철한 현실을 뒤돌아 보는 기회의 경기였다.

진정 파울루 벤투 감독은 원정 경기력을 높여야만 아시안컵에서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호주 원정 출국 기자회견에서 "두 경기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새로 들어온 3명은 물론, 이전에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선수들을 실험하며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벤투호 최대 아킬레스건인 수비 안정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부임 후 수비의 안정화를 언급하며 국내 평가전 4경기에서 그 어느 포지션 보다 변화 폭을 줄인 채 운용한 수비진에서, 장현수의 이탈로 김민재(22.전북 현대)의선전에도 불구하고 집중력  부족의 수비취약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던 점은 벤투호에게 하나의 과제다. 궁극적으로 홈팀 호주에게 전반 22분 황의조(26.감바 오사카)의 원샷 원킬 선취골로 다 잡았던 승리를, 무승부로 마칠수 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는 바로 수비의 안정화가 뒷받침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기 후 파울루 벤투 감독은 " "우리가 특히 전반엔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 지지 않은 점은 괜찮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유지하진 못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런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자세와 태도는 벤투호 발전에 긍정적이다. 아시아 최강인 호주를 상대로 적지에서 무승부는 벤투호에게 절반의 성공을 의미한다. 그러나 구자철, 황의조의 예기치 못한 부상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악재의 한판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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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황의조 구자철 주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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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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