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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 2016년 당시 감천 합수부에 도래한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 2016년 당시 감천 합수부에 도래한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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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 해평습지의 가치를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 말이다. 해평습지는 낙동강의 중류에 속하는 경북 구미시 해평면과 고아면 일대의 농경지에 속해 있는 강 습지다. 많은 겨울 철새들이 찾는 낙동강의 유명한 철새도래지이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의 최대의 도래지로서 명성이 드높다. 재두루미와 큰고니,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들도 찾아오는 장소다. 특히 해거름녘 이들의 군무와 해평 들녘을 오가며 들려주는 정겨운 소리는 우리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해평습지를 찾은 쇠기러기떼의 편대 비행
 해평습지를 찾은 쇠기러기떼의 편대 비행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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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평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쇠기러기 무리
 해평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쇠기러기 무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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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를 제외하면 해평습지는 많은 수의 겨울 철새가 목격되는 곳이다. 그만큼 겨울 철새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런 핵심 생태거점인 해평습지가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지기 시작했다.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 해평습지 심각한 위기 

겨울 철새들에게 안식의 공간일 정도로 과거 이 일대는 소음이 일절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후 해평습지의 드넓은 모래톱은 수천 대의 굴착기가 동원된 '삽질'로 대부분 사라졌다. 20여㎞ 하류에 들어선 칠곡보에 물을 채우기 시작하자 해평습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대한 호수 형태의 낙동강이 들어섰다. 해평습지가 아니라 '해평 호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해평 호수'가 된 후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도, 그들이 들려주던 대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4대강사업 당시 철새들이 도래하는 시기에 토건공사는 그대로 강행됐다.
 4대강사업 당시 철새들이 도래하는 시기에 토건공사는 그대로 강행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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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사업 후 '해평 호수'가 된 해평습지의 모습
 4대강사업 후 "해평 호수"가 된 해평습지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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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한 차례 치명상을 입은 해평습지는 연이어 벌어진 토건 공사로 인해 사망 선고가 내려질 위기에 처했다. 2016년 착공한 고아대교에 이어 최근 상류 4㎞ 지점인 해평습지 한가운데 또 다른 거대한 교량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벌이는 이 신설 교량사업은 겨울 철새들이 도래하는 지금도 강행 중이다. 심지어 밤에도 서치라이트를 밝히고 굉음을 내지르며 공사를 하고 있다. 16일 저녁에 찾은 공사 현장은 매우 분주해 보였다. 철새도래지란 사실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듯 야간 조명까지 밝히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려는 시공사의 욕심이 보였다.
 
 어둠이 내렸지만 서치라이트를 밝히면서 공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어둠이 내렸지만 서치라이트를 밝히면서 공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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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린 해평습지에 공사장 불빛이 가득하다
 어둠이 내린 해평습지에 공사장 불빛이 가득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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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토건 공사가 국토부에 의해 강행되고 있었다. 국토부는 4대강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든 주무 부처다. 그런 국토부가 또 다시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 한가운데에서 벌이는 이 믿기지 않은 '삽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 사상 최저 고작 23개체 

국토부가 벌인 '삽질'의 결과는 참혹했다. 해평습지의 명성을 안겨준 흑두루미가 더는 이곳을 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00여 마리가 넘던 흑두루미는 4대강 사업 후 1000마리 선으로 줄었다. 2017년에는 87마리, 올해는 그마저도 줄어 23마리만 이곳을 찾고 있다. 

4대강 사업 후 새롭게 만들어진 합수부 모래톱 위에 흑두루미가 겨우 몇 마리 있었는데, 그 옆에서 벌어진 국도 확장 공사로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2016년 감천 합수부를 찾은 흑두루미들. 올해는 사상 최저인 고작 23개체에 그쳤다. 해평습지 최대의 위기다
 2016년 감천 합수부를 찾은 흑두루미들. 올해는 사상 최저인 고작 23개체에 그쳤다. 해평습지 최대의 위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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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는 물론, 법정 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떼도 보이질 않는다. 작년 겨울 큰 고리 무리가 집단으로 쉬던 바로 그 자리에 교량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철새도래지 해평습지는 넓게 보면 감천 합수부에서부터 구미천 합수부 일대까지 10여㎞에 이른다. 이 구간은 아주 중요한 생태적 공간으로 철저한 보호가 필요하다. 또한 이곳은 구미시의 취수원이 있는 곳으로 상수원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식수원 보호 차원에서라도 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런 곳에 두 개의 큰 교량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문재인 정부하에 벌어진 공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거의 완공 단계에 있는 고아대교는 차치하고라도 올해 8월에 착공한 신설 교량공사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토부와 환경부의 합작 토건 공사로 해평습지가 위태롭다

구미 5차 국가산단을 연결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신설 교량 예정지 바로 2㎞ 상류에는 숭선대교가 이미 들어서 있다. 그런데도 대규모 토건 공사가 어떻게 핵심 생태거점이자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진행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 제기에 신설 교량공사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고 철새들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시공하겠다"는 기계적인 답변을 들려주었다.
 
 해평습지의 핵심 생태거점에 교량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이런 곳에 이런 대규모 교량을 건설해도 되는 것인가??
 해평습지의 핵심 생태거점에 교량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이런 곳에 이런 대규모 교량을 건설해도 되는 것인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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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것도 의문이지만, 철새들을 보호하면서 시공을 강행하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철새 보호란 말은 공사를 위한 '립서비스'로 보인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준 것도 의문이다. 

애초에 이 신설 교량공사는 2009년도부터 계획됐으나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바 있다. 교량이 해평습지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계획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에서도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지 못한 채 두 번이나 반려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은 박근혜 정부인 2015년, 전문가 자문을 거쳐 2016년 1월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해주었다. 

당시는 4대강 사업으로 이미 해평습지가 망가진 때였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런 형편을 틈타 협의를 해주었고, 결국 몇 차례 부동의 끝에 국토부 역시 손을 들어줬다. 환경부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망각한 처분이었다.
 
 모래톱이 사라지고 해평 호수가 된 낙동강이 꽝꽝 얼자 얼음판 위에서 쇠기러기 무리와 큰고니들이 위태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모래톱이 사라지고 해평 호수가 된 낙동강이 꽝꽝 얼자 얼음판 위에서 쇠기러기 무리와 큰고니들이 위태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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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습지는 현재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지금 건설 중인 고아대교에 이어 예정대로 이 신설 교량이 완공된다면 해평습지의 미래는 없다. 생태적 사망 선고가 내려지게 되는 셈이다. 

식수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철새도래지 해평습지 반드시 되살려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4대강 재자연화가 논의되었다. 수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식수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4대강 재자연화는 필요하다.

낙동강이 재자연화될 때 생태적 변화가 빠르게 예상되는 곳이 바로 이곳 해평습지다. 칠곡보 수문을 열거나 해체한다면 해평습지는 이른 시간 안에 이전의 모습을 복원할 것이다. 드넓은 모래톱이 돌아오고 주변 식물들과 습지의 기능이 부활한다면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다시 화려한 군무를 뽐낼 것이다. 또한 상수원 보호구역에 걸맞게 맑고 안전한 식수도 제공해줄 것이다.

이 '희망의 시기'에 국토부가 추진하고 환경부가 협의해준 대규모 교량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질과 생태계를 해친 이들 국가기관이 또다시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해평습지가 부활해 해평습지에서 흑두루미들의 신비로운 비행을 다시 보게 될 그날을 꿈꿔본다. 그러기 위해선 4대강 사업식 토건 공사는 중단되어야 한다.
 해평습지가 부활해 해평습지에서 흑두루미들의 신비로운 비행을 다시 보게 될 그날을 꿈꿔본다. 그러기 위해선 4대강 사업식 토건 공사는 중단되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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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종은 그곳의 건강성을 확인해주는 척도다. 어떤 생물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곳의 환경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고유종 흰수마자가 낙동강에서 사라졌다. 이제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까지 사라지게 생겼다.

강은 다양한 생물종들의 상관관계로 건강성을 유지해간다. 강이 망가지면 인간의 삶도 훼손된다. 강이 건강하지 않으면 건강한 식수를 얻을 수 없는 게 이치다. 영남의 식수원 낙동강이 이런 환경에 처해 있다. 안전한 식수원을 위해서라도 이들 생물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끝은 공멸일 뿐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라도 이번 신설 교량공사와 같은 토건 공사는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다행히 아직 본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은 본 공사를 위한 가도 공사일 뿐이다.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4대강 사업의 선봉에 섰던 국토부와 국토부의 '2중대' 노릇을 한 환경부가 보여줄 최소한의 반성이자 책임 있는 행정이다.

덧붙이는 글 |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0년 동안 해평습지를 모니터링해오고 있습니다. 해평습지는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꼭 원래대로 되돌아와야 할 중요한 생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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