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 대한축구협회 페이스북

 

완전체는 아니었다. 벤투호의 척추를 형성하는 주축 자원들이 대거 결장했다. 대체불가 기성용을 대체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장현수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쉽지 않은 호주 원정에서 패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플랜 B를 가동한 벤투호가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5시 50분(한국 시각)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1롤 비겼다.

아쉬움 남은 구자철, 황인범-주세종 조합은 ‘합격’

이번 호주 원정길에 기성용과 정우영이 모두 불참했다. 기성용은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이번 11월 A매치에서 불참을 요구했고, 정우영은 부상으로 제외됐다. 가뜩이나 벤투호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기성용-정우영 콤비가 갑작스럽게 빠지면서 벤투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조합을 꺼내들어야 했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에서 구자철-황인범 3선 조합을 내세웠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 차출하지 못한 구자철을 처음으로 발탁하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구자철은 올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플레이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구자철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느린 순발력과 판단력 미스, 패스의 부정확 등으로 공격의 맥을 끊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호주의 전진 압박과 강력한 피지컬에 열세를 드러내며,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중원 장악력에서 큰 문제를 드러냈다. 공격에 비해 수비력의 약점이 고스란히 나타났는데 호주는 공간이 열리면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구자철과 함께 파트너로 출전한 황인범도 경기 흐름에 녹아들지 못했다. 기성용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진 전반전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자철은 전반 43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주세종이 투입됐고, 이후 한국의 경기력은 차츰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세종이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며 밸런스를 잡았고, 황인범은 뛰어난 볼 키핑과 세밀한 빌드업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

그동안 황인범은 벤투 감독으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다. 직전 경기였던 10월 파나마전에서는 선발 출장해 1골을 기록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기성용과 정우영에게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황인범-주세종 콤비의 발견은 큰 수확이다.

장현수 지운 김민재, 확실한 센터백 대안

벤투호가 극복해야할 또 하나의 과제는 장현수 지우기였다. 그동안 장현수는 벤투호의 핵심 센터백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9월과 10월 A매치에서 모두 선발 출전할 만큼 벤투 감독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장현수가 병역 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으로 인해 대표팀으로부터 영구제명됨에 따라 새로운 대체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김민재가 첫 손으로 꼽혔다. 최근 2시즌 동안 K리그 전북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 웓드컵에서도 출전이 유력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낙마한 바 있다. 벤투호에서 세 번째 센터백 옵션으로 밀려난 김민재는 이번 호주전에서 장현수 이상의 경기력으로 합격점을 이끌어냈다.    

특히 장현수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빌드업 능력은 김민재 역시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단적인 예가 호주전 전반 22분 선제골 장면이었다. 후방 빌드업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등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김민재는 세밀한 숏패스가 아닌 롱패스 한 방으로 호주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뒷 공간을 향해 투입된 패스는 최전방 원톱 황의조에게 전달되며, 깔끔한 슈팅까지 이어졌다. 한국은 김민재-황의조의 합작품에 힘입어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반전시킬 수 있었다.

김민재의 활약상은 빌드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김영권과 호흡을 맞추며 상황에 맞게 역할을 배분했고, 안정감 있는 수비로 호주의 공격에 대응했다. 김민재와 김영권으로부터 패스의 줄기가 형성됐으며, 수비에서는 정확한 위치 선정과 기민한 움직임으로 호주의 길목을 막아섰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김민재가 후반 40분 교체 아웃된 후 추가시간에 접어들어 실점을 허용했다. 그만큼 김민재의 존재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호주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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