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추후 행보에 대한 농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 KCC는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상위권 경쟁 후보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이에 구단은 기존 추승균 감독과 결별하고 스테이시 오그먼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한 새로운 체제로 전열 재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이제 막 감독대행을 맡은 상태인지라 스테이시 오그먼이 이끄는 이지스함이 어떤 운행을 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감독대행을 맡은 직후 "공격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던 만큼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지켜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각 지도자마다 색깔이 있는 만큼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로 팀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스스로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대행의 KCC 첫경기 데뷔전은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대행의 KCC 첫경기 데뷔전은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 전주 KCC

 
이같은 발언은 현 KCC의 라인업과도 잘 어울려 보인다. 여전히 팀내에서 베테랑 전태풍(38·178cm), 하승진(33·221cm)의 존재감은 적다고 할 수 없지만 KCC가 꾸준히 리그에서 강팀으로 이름을 떨치기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분발이 필요하다.

이정현(31·191cm)이 리더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김민구(27·191cm), 유현준(21·180cm), 김국찬(23·190.1cm), 정희재(27·195cm), 김진용(24·200cm) 박세진(25·201.5cm) 등이 고르게 제 역할을 해줄 때 팀은 강해질 수 있다.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하던 고졸 특급 송교창(22·201cm)은 올 시즌 들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차세대 간판다운 면모를 과시중이다.

시즌초 삐걱거리고는 있지만 KCC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리그내 어떤 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의 가장 큰 무기가 체력과 투지임을 감안했을 때 공수에서 많이 뛰는 농구를 통해 경험까지 쌓는다면 오그먼의 농구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어 보인다.

아직 1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직전 원주 DB와의 경기(89-79승)는 오그먼이 어떤 방식으로 팀을 운영할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시즌 중에 급하게 감독대행을 맡은지라 오그먼의 색깔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오그먼 감독대행은 활발한 로테이션과 위기시 적절한 작전타임 그리고 디테일하지만 알아듣기 쉽게 전략을 설명하면서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KCC는 다소 어수선해보였다. 쉬운 골밑슛을 무수히 놓치고 수비시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팀이 흔들릴 때마다 오그먼 감독대행은 한번에 하나씩 안되는 부분만 짚어주며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줬다.

다양한 전략을 갖추고 있는 감독이 차분하게 작전을 지시하면 선수들은 큰 안정감을 가진다. 위기가 닥치거나 경기가 잘 안 풀려도 "감독님이 뒤에 계신다"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비록 1경기뿐이기는 했으나 오그먼이 이끄는 KCC 벤치에는 그런 분위기가 흘렀다.

오그먼 감독대행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활발한 로테이션이었다. 최근 몇 시즌간 KCC는 주전과 비주전의 출장시간 격차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주전 위주로 경기를 뛰다보니 벤치 선수들의 경기력은 급감하고, 주전 역시 체력적인 문제로 고생했다. 유달리 4쿼터 역전패가 많았던 이유다.

반면 오그먼 감독대행은 끊임없이 선수들을 바꿔주며 적절한 체력분배를 해주는 한편 벤치선수들도 의욕을 가지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이른바 팀이 전체가 되어 하나로 움직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높이, 공격력, 수비 등 경기 상황에 맞춰 다양한 맞춤 라인업을 만들어내며 DB벤치를 당황시켰다.

3쿼터 계속 뛸 수 있다고 어필하던 장신 외국인선수 브랜든 브라운(33·193.9cm)을 벤치로 잠시 불러들여 체력 안배를 시키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브라운은 과다한 출장시간으로 인해 경기 막판 지친 기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국 휴식을 취한 브라운은 4쿼터 펄펄 날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전체 흐름을 읽고 서두르지 않는 냉철함이 엿보인 대목이었다.

팀 스포츠의 특성상 일부에 의존하는 플레이보다는 모두가 함께 움직일 때 경기력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이날 KCC는 활발한 로테이션 속에서 코트에 나선 선수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슛을 던지고 컷인을 시도하는 등 에너지 넘치게 플레이했다. 팀 전체에 활기가 넘쳐흘렀다.

이제 막 사령탑을 맡은 그것도 감독대행 신분의 오그먼이 팀을 얼마나 바꿔놓을지는 알 수 없다. 쟁쟁한 베테랑 감독들 조차 첫 시즌 고전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상황에서 오그먼 감독대행은 준비기간 조차 가져보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첫 경기인 DB전은 충분히 앞으로를 기대해볼 수 있는 한판이었다는 평가다. 오그먼 감독대행은 노련한 전태풍을 4쿼터 마무리 담당으로 활용하는 등 팀원 모두에게 적절한 역할을 맡기며 천천히 변화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보여줄 오그먼식 농구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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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감독대행 스테이시 오그먼 전주 KCC 로테이션 함께하는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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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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