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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고사장에 시험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고사장에 시험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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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되었다. 수능시험 하면 수험생과 수험생의 가족들을 떠올리지만, 시험을 긴장 속에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이 있다. 바로 수학능력시험 고사장으로 지정된 일선 학교이다.

고사장으로 지정된 학교에서는 시험장 운영을 위해 수능 몇 개월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시험 고사운영을 위한 사전연수, 고사장 환경점검 및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 수능감독관 확보 등 수능시험이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이에 학교입장에서는 수능고사장이 되는 것이 무척 부담되는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능감독관으로 지정된 교사들은 수험생만큼은 아니겠지만 마음의 큰 부담을 안고 업무에 임한다.

수차례 반복되는 감독관 연수 속에서 감독관의 역할 및 주의사항을 듣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은 실수에 의해 소송에도 휘말릴 수 있는 부담스러운 일이 수능시험 감독관이다. 본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수능감독관에서 빠질 수 있었으나 수학능력 시험이 진행되는 내내 마음이 늘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점심 먹고 저녁 7시까지 화장실도 못 갔어요"

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날 저녁,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장애인 수험생 고사실에 들어갔던 동료교사가 점심식사 직후부터 저녁 7시까지 5시간 정도를 화장실도 못가고 감독관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 수험생이 시험을 보는 교실은 일반수험생 교실에 비해 1.5배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여 시험을 진행한다. (경증 시각장애·뇌병변의 경우 1.5배, 중증시각장애의 경우 1.7배의 시간을 준다, 편집자 말) 그만큼 감독관의 업무시간도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 수험생의 경우 답안지 옮기는 작업을 쉬는 시간을 이용해 감독관이 수행해야 한다. 연속해서 수험 감독을 하는 경우 쉬는 시간에 이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니 2개 교시 시험시간인 5시간 이상을 화장실도 못가고 내내 감독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오전에도 해당교사는 1교시에 감독관 업무를 수행하였다.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인 수험생 고사실의 감독관 업무수행시간은 일반 감독관의 1.5배 이상이다. 2개 교시만 감독을 들어가도 일반 수험실 감독관이 3개 교시를 들어가는 것 이상의 시간을 감독하게 된다. (일반 수험실을 맡은 감독관은 보통 3개 교시 정도의 감독업무를 수행하곤 한다.)

즉, 장애인 수험실에서 감독을 수행하는 교사가 3개 교시의 감독관 업무를 수행하면, 일반 수험실 감독관이 1교시부터 5교시까지 내내 감독을 한 것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시험시간만을 예로 들어도 장애인 수험실의 시험시간은 1교시~4교시 중 3개 교시를 운영할 경우 최소 372분에서 최대 417분이 나오는데 비해, 일반시험실은 같은 방식으로 시험시간을 운영할 때, 최소 250분에서 최대 282분이 나온다. 심지어 일반수험실의 경우에는 3개 교시가 아니라 5개 교시(제2외국어 포함)를 모두 운영해도 392분이 나온다. 같은 교시의 감독관업무를 수행했을시에는 장애인 수험실에 배치되는 감독관의 업무수행시간이 일반수험실에 비해서 지나치게 많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는 감독관의 실제 수험실 입실시간이 아니라 단순하게 시험시간만을 이야기했을 경우이다.

이런 몰상식한 학교가 다 있나? 처음에는 감독관 업무를 수행한 해당 학교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인이 몇 개 학교를 확인해보니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는 학교들이 있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만약 나에게 이런 업무를 요구했다면 나는 강하게 관리본부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을 것이다. 내가 특별히 까칠해서는 아니다. 어느 누구라도 경력이 조금 있는 교사들이라면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을 것이다. 상상해보시라. 일반수험실로 표현하면 오전 7시에 출근해, 8시에 입실해서 5교시가 끝나는 오후 5시 40분까지 쉬는 시간 없이 계속 감독관 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장애인 수험실 수능감독, 이대로 괜찮나?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를 학교가 특수학급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에서 비롯된 차별행위라고 생각한다. 통합교육의 일환으로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특수학급을 별개의 학교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별개라 함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돌보고, 교육해야 하는 몫은 일반학급 교사가 아닌 특수학급 교사라는 인식을 말하는 것이다. 엄연히 학생은 학년과 소속 학급이 있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인식은 평소 교육활동 속에서도 협력적 관계의 교육활동이 아니라 분리적 관계의 교육활동을 만들어낸다.

본인은 이러한 현상이 이번 대학수학능력 시험과정에서도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감독교사를 편성할 때,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장애인 수험생 고사장과 일반 수험생 고사장 감독을 처음부터 분리해서 운영하는 현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장애인 수험생 고사장에 3~4명의 감독관을 할당하고, 알아서 그 고사장을 운영하라는 식이다. 물론 감독관을 통합하여 운영을 하지 않는 한 장애인 수험생 고사장에는 최소한의 인원만을 할당하게 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고 할까?

이 '소수의 희생'이 가능한 것은 장애인 수험생 고사장에 배치되는 감독관들이 대부분 특수교사이거나 저경력의 교사이기 때문이다. (타 교과에 비해 특수교사는 기간제 교사의 비율이 현저히 높고, 일반교사들 속에 둘러싸여 있기에 학교에서는 소수자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 장애인 수험실이니 긴장감도 덜하고, 상대적으로 변칙적인 감독관 활동(앉아있거나, 딴짓하기 등)이 가능하지 않냐는 의견을 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수능감독관 업무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본인은 장애인 수험실 감독관에 대한 차별이 학교현장의 정의롭지 못한 단면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을 얼마전까지는 본인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물론, 학교의 많은 분들이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학교현장의 자연스러운 차별은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체화한 많은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 이를 당연시 여기게 될 것이다.

혹자는 일부 학교의 문제를 지나치게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물론, 일부의 일이라고 믿고 싶다. 일부의 일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교육부나 교육청의 몫일 것이다.

태그:#수학능력시험, #차별, #장애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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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외곽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등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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