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 시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독일의 친선 경기에서 승리한 독일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독일의 친선 경기에서 승리한 독일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10여 년간 독일 축구는 탄탄한 유소년 시스템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화수분처럼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등장했으며 요아힘 뢰브 감독의 장기 집권 속에 모든 게 안정적이었다.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비롯해 유로 4강,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을 이룩했다. 여기에 UEFA U-21 선수권 대회 우승은 물론, 2016 리우 올림픽 은메달까지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실적을 내며 독일축구의 미래는 장밋빛 그 자체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독일 축구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독일이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오스트리아,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부진할 때만 해도 월드컵에선 다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도 전혀 강력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단조로운 전술로 일관한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특히 독일의 조별리그 탈락은 80년 만의 일이다. 게다가 FIFA 랭킹 57위였던 대한민국에게 패배해 탈락했단 점에서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또 한번 독일을 충격에 빠트리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UEFA 네이션스리그(UNL)에서 독일은 강등이란 결과를 받아들었다. 네덜란드, 프랑스와 그룹 A 1조에 편성된 독일은 프랑스, 네덜란드에 패해 1무 2패로 조 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17일(한국 시각) 네덜란드가 프랑스를 2-0으로 꺾으면서 독일은 네덜란드전 결과에 관계없이 다음 시즌 강등이 확정되었다.

'격세지감'이란 표현이 어울릴 법한 독일의 지난 1년이었다. 독일 축구의 추락을 두고 단조로운 전술, 해결사 부재, 뢰브 감독의 고착화된 운영 등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메수트 외질의 은퇴 과정에서 빚어진 인종차별 논란 등 팀 내외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 또한 선수단의 분위기를 위축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네이션스 리그 B로 강등이 확정된 독일은 다음 시즌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독일 대표팀은 그동안 상대 팀을 무시하는 발언을 여러 번 해왔다. 독일이 리그 강등을 당한 굴욕스러운 상황에 새삼스럽게 이 발언들이 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독일은 2016년 11월 열린 산마리노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8-0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토마스 뮐러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뮐러는 산마리노를 "아마추어 같은 팀"이라고 비하하면서 "이런 팀들과의 경기는 무의미하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최근에는 올리버 비어호프 단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지난 10월 비어호프 단장은 UNL에 대해 발언하면서 "조지아 같은 팀과 친선경기하는 것보다 낫지 않냐"고 말하는 등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 비어호프 단장의 발언 이후 치러진 네덜란드, 프랑스와의 2연전에서 독일은 각각 0-3, 1-2로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네덜란드가 최근 몇년간 전력 하향세에 접어들어 메이저대회 실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네덜란드전 패배는 충격이 더욱 컸다. 또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등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던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독일로서는 뼈아픈 패배였다.

독일은 16일(한국 시각)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모처럼 3-0 쾌승을 거두며 네덜란드전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불과 하루 만에 끝났다. 올해 A매치에서 전무후무한 6패를 기록하는, 치욕적인 한 해를 보낸 독일은 네덜란드전에서 올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한다. 다음 시즌 UNL을 리그 B에서 맞이해야 하는 독일이 부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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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스리그 UEFA 독일 요아힘 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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