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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김아무개 경감이 전북대 총장 선거 과정에 소속 일부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경찰청 김아무개 경감이 전북대 총장 선거 과정에 소속 일부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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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국립 전북대 총장 선거 과정에서 경쟁 후보자들을 상대로 특정 후보에 대한 탐문 조사를 한 데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커지고 있다. 탐문조사를 한 경찰과 이를 공개하고 쟁점화한 내부 교수가 '짜고 친' 사전 기획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다.

전북대 소속 교수 34명은 16일 교육부와 청와대에 각각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전북대 총장선거 기간(10월 16일~ 28일)에 경찰이 교내에서 이남호 총장(당시 총장선거 후보자)의 비리 여부에 대해 두 차례 학교를 방문, 탐문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선거가 진행 중인 엄중한 시기에 특정 후보자에 대한 탐문과 그 사실을 공개한 행위는 '규정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본청의 한 수사팀장이 지난달 17일과 18일, 당시 총장후보였던 이남호 현 총장의 비리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전북대 교수들을 만나 탐문 조사를 벌인 일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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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탐문 후 기다렸다는 듯 '비리 내사설' 퍼져"

이들은 경찰이 탐문 조사를 한다며 만난 대상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이 이남호 당시 후보자의 비위 여부를 확인한다며 만난 교수 중에는 총장 선거에 나선 3명의 후보가 포함돼 있다. 이들은 "선거 기간인지 몰랐다는 경찰청 관계자가 무슨 이유로 1000명이 넘는 교수들 중에서 유독 경쟁관계였던 3인의 후보자를 만났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가 이남호 후보에 대한 탐문 조사를 한 사실은 일부 교수들에 의해 페이스북, 전체 교수의 전자 우편, 전 교직원이 이용하는 교내게시판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를 유포한 해당 교수들은 경찰청 관계자의 탐문 조사를 '비리혐의 내사'로 단정했다. 대학본부와 이남호 후보는 "내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비리 혐의 내사'는 기정 사실화돼 선거 당일까지 내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29일 열린 선거 결과 1차, 2차 투표에서 1위를 하던 이남호 총장 후보자는 최종 결선투표에서 2위로 밀려나고, 김동원 공대 교수가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경찰이 탐문 활동을 하자마자 교수회장 등 일부 교수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비리 혐의 내사'라며 확산시키고 나머지 6인의 후보자들도 이를 부추기거나 편승했다"며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선거 개입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개입을 기획하고 추진했는지 여부를 비롯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일부 교수와 후보자들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2차 성명에서도 "여러 정황들은 교내 내부에 있는 어떤 특정인 또는 세력에 의한 계획된 '짜고 치기' 선거였다고 본다"며 "조속한 수사를 위해 관할 경찰서에 추가 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 "업무 미숙 맞지만, 의도적인 건 아냐"

이에 대해 경찰청 본청 관계자는 "선거 기간임을 파악하지 않고 총장 후보자들을 만나 공개적인 탐문조사를 해 업무를 미숙하게 처리한 아쉬움이 있다"며 "하지만 탐문조사를 한 직원은 대학 관계자와는 아는 사람이 없고, 청탁을 받은 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탐문조사 내용이 공개돼 선거 과정 내내 주요 쟁점이 된 데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안타깝다"면서도 "처음부터 총장선거 기간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신중하지 못한 점은 있지만 탐문조사 전에 학교 상황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변했다.

관할 전주시 덕진경찰서는 내사설을 퍼트린 교수들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교육공무원법) 혐의로 조사 중이다.

태그:#전북대, #경찰청, #총장선거, #선거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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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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