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 주차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새마을기가 등장했다. 구미시가 새마을과를 없애기로 하자 반발하면서 새마을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 주차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새마을기가 등장했다. 구미시가 새마을과를 없애기로 하자 반발하면서 새마을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새마을과'를 없애는 방향의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던 경북 구미시가 정치권과 보수단체의 압력에 결국 명칭 변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구미시는 지난달 22일 안전행정국 산하 새마을과의 명칭을 '시민공동체과'로 바꾸는 대신 밑에 새마을계를 두는 내용의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이달 26일부터 열리는 구미시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구미에만 있는 전국 유일 '새마을과' 폐지해야")

당시 구미시는 "해당 부서에서 새마을운동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다면 새 조직은 시민사회 전체로 업무영역을 넓히게 된다"며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균형적인 발전과 소통, 실질적 시정참여를 도모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시의회와의 협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치"라며 "이번 조직개편안을 두고 '새마을정신을 격하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나 '시의 각종 보조 사업에서 새마을이라는 단어를 퇴출시키기로 했다'는 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수 세력 벽에 부딪친 민주당 시장

하지만 구미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치권과 보수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장세용 시장은 명칭 변경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미시의회 전체 22석 중 12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13명의 시의원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새마을과 폐지를 구미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1978년 새마을과 신설 이후 새마을운동 종주도시로서 국내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라며 "이념적 분열을 중단하고 경제살리기에 하나가 되도록 소통과 협치에 나서라"고 장 시장을 압박했다.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박정희역사지우기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도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새마을과를 국제화에 맞게 국으로 격상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계속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8명은 지난 13일 "새마을과를 축소하고 공무원 5명이 관리하는 새마을 지원사업을 민간단체에 이관하라"며 "새마을과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장 시장을 시민들이 선택한 것은 '새마을과 폐지'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걸려 있는 '새마을기'.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걸려 있는 "새마을기".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결국 구미시의회의 벽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한 구미시는 지난 14일 '새마을' 단어를 살리기로 하고 '시민협치새마을과', '시민소통새마을과', '새마을공동체과' 등 3개 안을 구미시에 제안했다.

그러나 하루만인 15일 구미시는 새마을과 명칭을 유지하는 조직개편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미시는 "입법예고 기간 중 제출된 의견검토와 조례규칙심의회의 심도 깊은 심의를 거쳤다"며 "'새마을과'를 '시민공동체과'로 명칭 변경하기로 한 내용을 삭제하고 기존 '새마을과' 명칭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7일 열린 시의회 전체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시의회와의 협치 실현 차원에서 적극 수용한 것"이라며 "시민사회 갈등해소와 지역정서 반영을 염두하고 시의회를 비롯한 시민, 각종단체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는 "새마을과를 유지하면서 새마을단체는 물론 다양한 시민단체의 시정참여 및 소통기능을 담당하게 된다"며 "정부 주요정책인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능도 담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 시장은 "시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당초 의도와 달리 단지 새마을 명칭만으로 시민사회에 갈등과 논쟁이 되는 부분은 안타깝다"면서 "부서 명칭에 따른 시정낭비를 종식하고 구미발전을 위해 실질적 기능과 역량을 갖춘 행정조직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망한 시민사회 "싸울 땐 싸워야"

하지만 새마을과 폐지를 촉구했던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구미시의 조처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구미참여연대는 "새마을과 명칭 변경 포기로 인해 '시민사회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명분만 잃은 것이 아니라 '새마을'과 관련한 시민 논의의 장마저 막아버리고 새마을과 관련한 꼭 필요한 개혁조차 멈춰버리는 것은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이어 "민간단체의 활동인 '새마을'이 구미시의 고유사무인 양 공무원을 배치해 구미시가 실질적으로 주도해 온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열릴 것을 기대해 왔다"며 "이미 기득권이 되어버리고 이념화한 새마을이 순수 민간운동으로 자리 매김할 때까지 계속 문제제기하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인혁 전 구미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미시의 결정은 구미지역의 정권교체를 위해 지지해준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이자 앞으로 시정운영에 있어 막대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당이 시의회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사건건 발목잡을 게 뻔하지 않은가"라며 "때로는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힘있고 소신있는 시장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지만 기대가 너무 컸다"고 비판했다.

태그:#새마을과, #구미시, #장세용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