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창작자에 대한 공정단 대가 지급 조항을 신설하는 영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15일 오후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창작자에 대한 공정단 대가 지급 조항을 신설하는 영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 성하훈


"영화 창작자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라."
 
영화 수익에서 창작자들의 지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조짐이다. 판권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감독들이나 시나리오 작가, 배우 등이 입법을 통한 제도적 명문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서울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대가 지급 조항을 신설하는 영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은 한 단면이었다. 형식은 국회 입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었지만 그간 개별적으로 나오던 창작자들의 지분 요구 목소리가 영화단체들의 연대를 통해 입법요구로 발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영화 제작자들을 향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배우 등이 연합전선을 펴는 모양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에 대해 영화단체들이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자리였다. 오영훈 의원 발의 법안에는 '영화상영관 이외에 추가적인 매출에 대하여 영화창작자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과 '영화창작자는 감독 등 영화 창작에 기여한 자를 말한다'는 신설 조항이 들어있다.
 
극장을 통한 영화 상영을 제외한 온라인이나 IPTV, 해외 판매 등 부가판권에 대해 창작자의 권리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안은 오는 23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후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등 과정이 녹록지 않지만,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등 영화인들은 '창작자에 대한 대가 지불'이 법에 규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도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과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연애매니지먼트협회, 한국영화조감독커뮤니티 등 7개 단체가 뜻을 모아 마련했다. 창작자로서의 지분 확보가 절실한 단체들이 중심이 됐다.
 
감독과 시나리오 직가 등 창작자 인정 못 받아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양윤호 감독은 판권이 제작자들에게 집중된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 감독은 "예전에 연출한 영화를 고향에서 상영하려고 했으나 감독에게는 아무 권한이 없고 제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상영을 할 수 없었다"라며 "한국에서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배우 등 창작자들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데도 창작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 나가던 감독들이 제작자가 되려 한다"며 "감독이나 작가들이 창작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법과 제도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양 감독은 "외국에서는 한국의 음악저작권을 극찬하는데, 감독들은 음악 작사가들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 허성수 회장직무대행도 "1970~80년대 활동을 시작해 잘 알고 있다"면서 "당시 군부독재로 짓밟히던 상황에도 지금처럼 실업자가 넘치지 않았다, 지금은 80~90%가 실업자"라고 한탄했다.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도 "예전에는 지금보다 어려웠지만 영화인들이 일했다"며 영화산업의 이익이 소수에게만 독점된 채 다수의 영화인들은 놀아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판권 수익을 얻지 못해 가난 속에서 세상을 뜬 고 최고은 작가의 사연 등은 이들 창작자들에게 지분 요구의 필요성을 더하는 사례기도 하다. 특히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음악 창작자들에 사례에 비춰 봐도 영화 창작자들은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창작자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면서 부가판권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윤호 감독은 한국은 극장 수익과 부가판권이 8:2로 극장에서 흥행하지 않으면 망하는데, 외국은 2:8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부가판권 시장을 끌어 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5:5 정도로 부가판권 시장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가판권 인정할 창작자 범위는? 
 
 15일 오후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창작자에 대한 공정단 대가 지급 조항을 신설하는 영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에서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양윤호 감독이(왼쪽에서 세번째) 감독과 시나리오작가, 배우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15일 오후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창작자에 대한 공정단 대가 지급 조항을 신설하는 영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에서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양윤호 감독이(왼쪽에서 세번째) 감독과 시나리오작가, 배우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성하훈

 
다만 현재 영화산업의 이익 배분 구조는 투자자를 유치하는 제작자의 지분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제작자들이 제작비용 전체를 끌어오고 손해가 날 경우 전적으로 제작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창작자들의 부가판권 요구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제작자들이 많다. 제작자 단체는 이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가판권에서 창작자의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감독과 시나리오작가, 배우 외에 촬영감독이나 조명감독 등 영화 창작에 기여한 주체들의 지분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법안 통과시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도 쉽지 않은 문제다.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배우들의 출연료가 만만치 않은 상태고, 배우들이 흥행 결과에 별도의 책임을 지는 일이 없는 상태에서 추가 지분을 요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도 제작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양윤호 감독은 "법안에 창작자의 지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거나 너무 많은 내용을 넣을 필요는 없고 세부적인 사안은 이후 시행령이나 협의를 통해 정하면 된다"며 "이번 법안은 영화 창작자들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보호막"이라고 말했다.
 
또 "지분을 나눈다고 하면 제작자가 투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들의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데, 법이 없으면 권리를 인정 못받지만 이번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은 배우들의 출연료와 관련해 "고액 출연료와 러닝 개런티를 받는 배우는 전체 배우의 1%에 불과하다"며 "조연이나 단역 배우들을 스타 배우들과 비교해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의 80%를 대기업 극장들에서 쥐고 흔들다보니 소자본 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대기업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영화 창작자 영비법 감독 시나리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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