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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해결을 위한 경남지역 모임
 양육비 해결을 위한 경남지역 모임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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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남지역 양육비 해결 모임에서 활동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양육비로 고통받는 엄마와 아빠,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습니다. 이혼하며 양육권과 양육비를 합의하는 것으로 알았으나 현실은 많이 달랐습니다. 이혼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합니다. 

양육자는 아이와 함께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게 되고 고통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경남지역 양육비 해결모임 회원이자 양육비 안 주는 아빠와 엄마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에서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 어떻게 이 일에 동참하게 되었습니까?
"배드파더스를 통해 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도 특별한 제재가 없는 사회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아이가 자라서 부모가 되고 내 아이 또한 당사자가 될 수 있기에 양육비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 현재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엄마나 아빠의 수는 어느 정도 됩니까?
"가구수로 따지면 100만 가구가 되는 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혼 후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사례는 87%에 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양육비를 강제로 받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현재 법적으로 강제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양육비 이행명령, 감치(고액 상습 체납자를 법원 재판을 통해 일정기간 구금하여 과태료 납부를 간접 강제하는 제도)라는 법률적 절차가 있지만 비 양육자들이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제도입니다. 

주소를 이전한다든지, 아프다는 증명서류를 내면 피해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행명령을 주소지에서 받지 않으면 기각이 되어버리고, 감치 판결까지 간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없으면 경찰은 민사이기 때문에 수배를 내리지 못합니다. 강제성이 없다는 뜻이지요. 즉, 주소지에 그 사람이 없으면 감치이행 자체가 안됩니다." 

- 감치가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직접적 수단은 아니네요?
"양육비를 받지 못하면 감치라도 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감치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설사 감치한다고 해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감치에서 풀려나려면 법원에서 판결한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나 사실상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최소한 아이를 생각한다면 감치 명령 받기 전에 양육비를 주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정부가 처음부터 강력한 법안을 마련해야

- 양육비를 받지 못하면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비 양육자가 전문직장이 있거나 정확한 재산이 있을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어느 정도 집행이 가능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양육비를 지급받기 힘든 구조인 것이 현실입니다."

- 오늘(11월 14일) 재판 결과가 나왔다는데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오늘 재판은 20년 동안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분입니다. 양육비 주지 않으려고 비 양육자가 의도적으로 재산을 숨겼고 주소지도 숨겼습니다. 그 사람은 고급 밴을 탄다거나 수상스키 동호회를 운영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년간 양육비를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아 양육자가 계속 재판을 해왔습니다.

이행명령 신청과 감치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감치까지 간다 하더라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주소를 감춰 감치 자체를 시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7번째 감치 재판이 있었습니다. 해당 판사님은 '이것이 과연 법리적으로 맞는 행동이냐'고 질문하셨다고 합니다. '이행명령과 감치, 이행명령과 감치, 이것을 7번이나 반복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맞는 일인가? 너무 소모적인 일 아닌가?'라고.

이 양육자의 경우 집에 압류절차까지 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진행을 못했다고 합니다. 판사님께서 양육비의 의미,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엄마와 아이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 앞으로 양육비에 관련된 제도나 정책이 어떻게 바뀌기를 희망하시는지요?
"양육비가 한 번, 두 번 밀리기 시작하면 지급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적립금액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처음부터 양육비 지급이 미이행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실효성, 강제성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외국처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면허증 정지, 여권 정지 등 강력하게 나서주기를 희망합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는 아이를 방임하고 정서를 학대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이기에 아동학대 처벌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아마 양육비를 지급하고 싶어도 지급할 수 없는 부모님들도 계실 것이다. 당장 현재 상황이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럴 경우, 국가 대지급 제도를 시행해서 미리 양육비를 주고 국가가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쁜 아빠 엄마를 세상에 나타나게 하려고 운영
 
배드파더스 사이트
 배드파더스 사이트
ⓒ 배드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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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파더스를 소개해주신다면?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2016년부터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분들의 신상을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불법이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개를 결정했고 2년간 준비해온 것을 이번에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시행해 보니 두 달 만에 양육비를 받지 못한 분들이 200명 가까이 등재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분에 대한 등재는 제보자가 원한다고 바로 하는 것이 아니라 판결문이나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는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만 사이트 등재가 가능합니다.

저희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보통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고 하면 아빠라고들 생각하시는데 엄마들도 있습니다. 저희들은 나쁜 엄마라고 하는데 그분들 등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판결문과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만 사이트 등재가 가능합니다."

- 현재 몇 명정도 등재되어 있는가요?
"아빠는 180명 정도, 엄마는 15명 정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 양육비 지급이 해결되면 즉시 삭제한다고 되어 있던데 사실인가요?
"미지급된 양육비가 해결되었다고 양육권자가 확인을 해주면 사이트에서 바로 삭제합니다. 같이 협의 중이신 분들에 대해서는 섣불리 올리지 않습니다. 협의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협의 후 양육비 지급건이 해결되면 삭제하고, 협의가 안 되면 다시 올리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얼굴 사진, 사는 곳까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얼굴 공개를 동의할 것 같진 않은데 사이트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조치해도 나타나지 않으니 불법 사이트를 운영해서라도 그분들이 세상에 나타나기를 바라고 운영합니다. 명예훼손 고소, 고발을 하려면 본인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래서 주소를 찾을 수 없는 나쁜 아빠, 나쁜 엄마를 세상에 나타나게 하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기도 했고 명예훼손이 진행 중인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초상권과 명예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비 양육자의 초상권과 명예보다 아이들의 생존권이 더 우선이라고 확신합니다. 사이트를 운영하며 협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심지어 운영자를 살해하겠다는 연락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분명 힘든 일이지만 양육비를 받지 못해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인 분들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이트를 운영하며 안타까운 부분도 있습니다. 제보자가 미혼모인 경우입니다. 미혼모의 경우 미성년자이기에 법적인 서류가 미비합니다. 그분들을 등재할 때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서류 증빙이 쉽지 않아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

- 고소가 들어간 사례가 있다고 하셨는데 재판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줬는지 결과가 궁금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판결이 난 사례는 없습니다. 구본창(배드파더스 운영자)씨가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다니는 중입니다. 이 외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가 사이트에 자신을 제보한 양육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경우도 두 건 있습니다."

-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양육권자가 87%에 달한다고 하셨는데, 이분들의 삶은 실제로 어떤가요?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양육자가 한 명이다 보니 방치된 아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분 중에 아빠도 계십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니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애를 혼자 키워야 하니 일을 하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애들이 방치되니까요.

일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수입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자연스레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양육비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닙니다. 이혼할 때 약속된 양육비만 지급되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빠의 수입이 어느 정도 선은 유지되다 보니 복지 혜택은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분들이 오히려 더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같이 가달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혼자 가기 무섭기 때문입니다. 비 양육자를 만나러 갈 때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민사라서 도움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양육비 미지급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 문제입니다. 민사로만 처리되는 것도 아쉽습니다.

양육비 지급하지 않는 비 양육자들도 만나봤습니다. 그분들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못 받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뿐 아니라 어른들로부터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고 자랐음을 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어른이 될 것 같습니다. 다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향후 활동 계획은 어찌 되는지요?
"16일에 양육비 책임지지 않는 비양육자 처벌을 요구하는 아동학대 고소에 대한 집단 접수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할 것입니다. 집단 고소가 아닌 집단 접수를 하는 이유는 경찰서에 개인이 찾아갔을 때 접수 자체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동시에 하려고 합니다.

24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배드파더스에 등재된 200여 명의 비 양육자 사진전을 열 계획입니다. 양육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처벌법 도입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100만 명인 이유는 현재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가구가 100만 가구이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아이들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으니 헌법재판소에서 재판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준비중입니다. 현재 200명 모였습니다. 애초 목표는 330명이었는데 변호사 비용이 330만 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인 1만 원으로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변호사분께서는 사정을 아시고 330만 원 안 줘도 된다고, 모이는 사람만 함께 하자고 하셨으나 저희는 꼭 330명을 모아 헌법소원을 내려고 합니다.

11월 말에는 여성가족부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나 국가 대지급제도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합니다. 그 결과를 보고 촛불 집회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100만인 서명운동 하는 모습
 100만인 서명운동 하는 모습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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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배드파더스 구본창 운영자

-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관리하면서 양육비 문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양육비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았고, 사이트에 제보하는 엄마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두 딸의 아빠로 우리 딸들에게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안되기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양육비 지급 판결 후 10명 중 8명이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성과는 있는지요?
"200여 명의 비 양육자들이 등재되었고 현재 35건이 해결되었으며, 협의 중인 사례도 많습니다. 이 사이트가 없었다면 시작조차 안 되었을 일입니다. 힘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각종 고소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존권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이 일을 해나갈 것입니다."

- 앞으로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대책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대책은 없습니다. 국가가 나서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아동학대, #양육비, #양육비미지급, #배더파더, #배더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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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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