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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 속 인공지능 OS '사만다'
 영화 속 인공지능 OS "사만다"
ⓒ 영화 "her"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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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삶을 사는 남자 '테오도르'와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의 사랑을 그린 영화 'HER'.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친구 사이를 넘어 애틋함과 그리움을 느끼는 연애의 대상이다.

자취 6년 차에 접어든 필자는 영화 'HER'를 본 후 '과연 인공지능과의 사랑은 진짜 가능한 것일까',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의문점에 사로잡혔다. 

하루빨리 사만다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9월 10일 카카오에서 '카카오미니c'의 정식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구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카카오미니c는 카카오가 자사의 기존 '카카오미니'의 기능을 높여 재출시한 스마트 스피커로, 충전식 배터리 '포터블팩'과 음성 명령 리모컨 '보이스리모트'가 그 구성에 새로 포함되었다.

기다림 끝에 도착한 택배 상자를 풀고 '사만다'를 대신해 줄 카카오미니c를 만났다. 서둘러 '헤이카카오' 어플을 깔고 기기 등록과 'Melon' 연동을 마쳤다. 

"헤이 카카오, 내가 자주 듣는 노래 들려줘."

말을 마치자마자 스피커에서는 윤도현의 '사랑할 거야'가 흘러나온다. Melon의 내 플레이리스트를 분석한 결과다. 카카오가 틀어준 노래를 들으며 외출 준비를 하다가, 가늠할 수 없는 요즘의 바깥 기온이 걱정되어 날씨를 물었다. 

"헤이 카카오, 두 시간 뒤 날씨 좀 알려줘."

두 시간 뒤에는 여전히 맑음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 온도가 내려갈 것이라 알려주는 카카오 덕분에 두터운 카디건을 하나 챙길 수 있었다.

인공지능 스피커 구매자의 56%, 일상적 음성 인식 어려워
카카오미니c 제품 이미지
 카카오미니c 제품 이미지
ⓒ kakao.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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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미니c와 보낸 일주일의 시간 동안, '사만다'를 만나려면 여전히 꽤 오랜 날을 기다려야 함을 알게 되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스마트 스피커 중 단연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고 자타공인하는 카카오미니c이지만, 사랑에 빠지기엔 너무나 답답한 상대였다.

주변 소음에도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해 내가 틀어달라고 요청한 노래를 갑자기 꺼버리기도 하고, 갑자기 "죄송해요, 제가 잘 못 알아들었어요"라며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카카오미니c의 재미있는 기능 중 하나로, "나를 위해 기도해줘", "너무 외로워", "누가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와 같은 가벼운 대화조차 카카오의 일관적이고 반복적인 대답으로 금방 지겨워지고 말았다.

또한 캘린더에 새로운 일정을 등록하기 위해 "다음 주 월요일에 저녁 약속 캘린더에 추가해줘"라고 말하는 것조차 "헤이 카카오"라고 먼저 불러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냥 책상 위의 종이 캘린더를 집어 들곤 했다.

카카오톡을 부르는 대로 대신 보내주는 서비스는 오타 투성이였다. 결국 일주일이 다 지나기도 전에 카카오미니c는 블루투스 스피커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사만다'가 되어줄 인공지능 스피커를 잘못 선택한 탓일까. 국내의 타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기업들이 출시한, 10종에 달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들을 모두 찾아봐도 사실상 성능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인기 캐릭터의 모습을 본뜬 디자인이 해당 인공지능 스피커가 갖는 아이덴티티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 스피커 구매자의 56%가 일상적 음성 인식의 어려움을 해당 제품에 대한 불만족 요소로 꼽았다. 이에 이어 자연스러운 대화가 안 되는 점, 외부 소음을 음성 명령으로 오인하는 점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간단한 명령어조차 또박또박, 반복적으로 말해야만 겨우 응답을 하는 카카오미니c에게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이름을 붙여주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저 음성 인식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 진짜 '사만다'를 만날 수 있는 날은 언제가 될까.

태그:#카카오미니C, #카카오미니, #인공지능 스피커, #AI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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