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의 초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전력 평준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의 부상과 교체로 고전한 사이 지난 시즌 하위권이었던 GS칼텍스 KIXX와 KGC인삼공사가 약진했다. 실제로 16일 현재 1위 GS칼텍스와 5위 도로공사의 승점 차이는 단 6점으로 상위(?) 5개 구단이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홀로 순위싸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팀이 있다. 8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1점에 그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31일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하며 시즌 첫 승점을 따낸 이후 4경기 연속 승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는 연속으로 0-3 셧아웃 패배를 당하면서 일찌감치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 있다.

현대건설은 4경기에서 56득점에 그친 외국인 선수 베키 페리를 교체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마땅한 대체 선수를 구하지 못해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르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V리그의 특성상 늦어지고 있는 외국인 선수 교체는 현대건설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현대건설이 시즌 개막 후 8연패의 부진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김세영 이적에도 지지부진했던 전력보강, 6년 전 퇴출됐던 베키 영입
 
 공격도 수비도 아쉬웠던 베키는 현대건설에 어울리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공격도 수비도 아쉬웠던 베키는 현대건설에 어울리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7승3패를 기록하며 도로공사,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선두경쟁을 벌였던 현대건설은 마지막 10경기에서 2승 10패로 추락을 경험했다. 시즌 초반에 넉넉하게 승수를 벌어둔 덕에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지난 시즌 내심 우승에 도전했던 현대건설이기에 3위는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작년 FA시장에서 '밍키' 황민경을 영입하며 수비와 서브리시브의 약점을 보완한 현대건설은 올해 FA시장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양효진과 함께 '트윈타워'를 형성하며 현대건설이 자랑하는 높이의 배구를 주도했던 노장 센터 김세영이 FA자격을 얻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했다.

현대건설은 김세영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는 정시영을 보상 선수로 지명했고 도로공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왼쪽 공격수 백채림을 영입했다. 하지만 트레이드의 경우 비주전급 신예 선수들끼리의 거래였고 김세영에 비해 높이와 경험이 크게 떨어지는 정시영 지명도 전력보강으로 부르긴 힘들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 외국인 선수 베키였다. 지난 2011-2012 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하다가 12경기만 뛰고 테레사 로시로 교체됐던 베키는 6년 만에 현대건설의 4순위 지명을 받고 V리그에 재입성했다. 하지만 2011-2012 시즌 GS칼텍스에서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하던 베키는 현대건설에서 왼쪽 공격수로 변신해야 했다. 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왼손잡이 라이트 황연주의 존재 때문이다.

황연주는 탁월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엘리츠 바샤나 폴리나 라히모바가 활약하던 2013-2014 시즌과 2014-2015 시즌을 제외하면 선수 생활 내내 서브 리시브를 면제받고 공격에만 전념했다. 따라서 현대건설은 매 시즌 황연주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서브리시브 능력을 겸비한 외국인 선수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베키는 현대건설이 찾던 유형의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시즌 개막 후 8경기 승점 1점, 2007-2008 시즌 수모 재현될까
 
 팀이 예상 밖으로 부진한 덕분에(?) 김주향은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팀이 예상 밖으로 부진한 덕분에(?) 김주향은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베키는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고작 56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부상에 허덕이다 교체가 확정된 도로공사의 이바나를 제외하고 경기당 평균 20득점을 넘기지 못한 외국인 선수는 베키가 유일했다. 베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다영 세터는 '거요미' 양효진에게 공격을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양효진은 50.77%의 공격성공률로 128득점을 올리고 있지만 센터가 팀 내 득점 1위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우려했던 서브 리시브에서도 베키는 실망스런 활약을 보였다. 베키는 4경기에서 37번 서브시리브를 시도했지만 이다영 세터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올라온 공은 6회에 불과했다. 성공률은 고작 5.41%. 만약 베키의 공격력이 다른 팀 외국인 선수와 경쟁할 만한 수준이 된다면 베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전술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베키가 보여준 능력은 너무 어중간했고 결국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결정했다.

현대건설은 11월부터 베키 대신 프로 2년 차 김주향과 루키 정지윤을 중용하며 국내 선수들만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물론 선배들에 가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김주향,정지윤에게는 대단히 좋은 기회지만 두 선수 모두 레프트가 주 포지션이 아니라 서브리시브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43.9%의 서브리시브와 세트당 4.25개의 디그를 기록하고 있는 황민경도 이번 시즌 공격성공률이 24.43%에 그치며 공수 균형이 썩 좋지 않다.

현재 유럽리그 등에서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하루 빨리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2015-2016 시즌 우승의 주역 에밀리 하통처럼 공수를 겸비한 선수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선 공격이라도 강한 선수를 영입해 팀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일단 외국인 선수가 확실한 공격력을 선보인다면 황민경과 김연견 리베로로 2인 리시브 체제를 구축하고 황연주(김주향)를 더해 쌍포를 구축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개막 11연패로 출발했던 2007-2008 시즌 4승24패의 성적으로 프로 출범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하위에 그친 바 있다. 이미 개막 8연패를 당한 이번 시즌의 현대건설도 2007-2008 시즌의 초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상위권 구단들의 전력 평준화가 이뤄진 만큼 현대건설이 빨리 팀 분위기를 추스르지 못한다면 10년 전의 수모를 다시 한 번 겪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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