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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울산의 한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한 남성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향해 음식을 던진 사건이 벌어졌다. 후일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음식을 던진 이유에 대해서는 세트를 주문했는데 단품이 나와서 순간적으로 화가 났고,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한 순간에 감정이 폭발했다고 말했단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며 또 다른 갑질 횡포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러한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 나왔다. 김의경 작가의 신작 <콜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갑질에 시달리는 콜센터 직원들이 매일 같이 전화해 욕설과 트집을 일삼는 '부장'을 응징하기 위해 찾아나서는 로드무비"이다. 과연 성공했을까?
 
<콜센터> 표지
 <콜센터> 표지
ⓒ 광화문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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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주문 전화를 받는 콜센터 상담사 용희, 주리, 시현은 매일 비슷한 하루하루를 반복하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취직할 때까지만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1년이 넘어 2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과 초조함, 무기력감이 커진다.

서로 격려해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모두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는 사람은 자신일 거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같은 콜센터에서 일하는 형조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주리에게 마음을 열 시간이 없다. 피자 배달을 하는 동민 또한 악마 같은 사장 밑에서 이를 악 문다.

이들이 진상 고객인 '부장'을 응징하기 위해 나선 이유는 울산의 맥도날드 갑질남 사건과 오버랩 되면서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바로 이들의 폐부를 송곳으로 찌르는 '언어폭력' 때문이다.

"평생 콜센터에서 일해라."

<콜센터>는 이 다섯 청춘들의 삶을 현미경처럼 관찰한다. 마치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작가 김의경은 실제로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했다. 작가로 등단하기 전인 2014년, 피자 주문을 받다가 꼭 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마음 먹었단다.

콜센터를 관두고는 콜센터를 배경으로 추리소설을 썼다가 재미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다시 현실적인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왜 추리소설을 먼저 썼는지 이해가 된다). 결국 <콜센터>는 '디테일'과 '눈물겨움' 덕에 제6회 수림문학상을 받는다.

책을 더 자세히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간단한 감상 평만 남기자면 이렇다.

"잘 만든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는 느낌, 장진과 홍상수가 공동 연출하는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냥 내 짐작일 뿐이지만 김의경 작가도 영화의 판권을 염두하고 소설을 쓴 것 같다.

울산 맥도날드 갑질남은 경찰 조사에 앞서 피해 알바생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 모양이다.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갑질남의 주소를 알려줬으면 좋겠다. 김의경의 책 <콜센터>를 읽으라고 선물하고 싶어서. 그리고 당신의 갑질에 당한 이의 푸념도 들어보라.
 
"아무런 의미를 못 찾겠어.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깎여 나가는 것 같아." - <콜센터> 中 용희의 말.

콜센터 -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광화문글방(2018)


태그:#김의경, #콜센터, #광화문글방, #수림문학상,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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