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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2박 3일을 이야기해도 다 못한다"고 말했다. 1시간 가량 기자회견을 하고서 또 할 말이 있다고 했다.

15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사회복지사와 장애인 학부모들이 그랬다. 이들은 산청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일했거나, 가족을 맡기고 있는 부모들이다.

산청 장애인거주시설은 올해로 12년째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중증장애인 35명(남 20명, 여 15명)이 거주하고, 이들의 연령은 10대부터 60대까지 있다. 장애인들은 24시간 이곳에서 생활한다.

이 시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보호자로부터 월 실비 부담을 받고 있으며, 작업장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과 작업장시설의 운영자는 부부다.

사회복지사모임 "실태조사 앞서 사전 답변 연습"
 
경남 산청에 있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있는 장애인이 발에 동상이 걸려 있다.
 경남 산청에 있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있는 장애인이 발에 동상이 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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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시설에서 일하다 여러 사정으로 그만 둔 사회복지사들이 입을 열었다. 3년 6개월 가량 일하다 그만 둔 김미희씨를 비롯한 20여 명이 이름을 올렸고, 기자회견에는 10여 명이 참석했다.
  
먼저 장애인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이곳에는 지적장애와 뇌병변으로 중복장애를 가진 남자 거주인으로 성인 3명과 청소년들이 있다. 그런데 이 시설에는 남자 사회복지사가 없어 모두 여성 사회복지사들이 이들을 목욕시키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목욕시킬 때 곤혹스럽다"며 "남성 지도사를 뽑지 않는다"고 했다.

냉·난방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때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복지사들은 "더운 여름날에 에어컨을 켜주지 않아 거주인들이 땀띠가 나고, 겨울에는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방은 4개가 있는데 원장 지시가 없으면 에어컨 사용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장애인들을 방안에 가두고 식사량을 줄이기도 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아침운동 시간에 원장이 뇌병변 1급 장애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못하도록 했고, 3개월 가량 바깥구경을 한 번도 제대로 못했다"며 "그 거주인이 서럽게 우는 날도 있어 몹시 괴로웠다"고 했다.

또 이들은 "시설 옆에 직접재활시설인 작업장에 거주인을 데려다가 훈련 명목으로 하루 종일 일을 시키고 월 2~3만 원만 줬다"며 "납품 기일이 촉박해지면 직원들도 돌아가며 작업장에서 일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작업장에서는 빨래집게와 냉장고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외부 기관이나 단체에서 실태조사를 나오기 전에, 원장이 거주인들한테 사전 질문지를 나눠주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회복지사들은 "직원 뿐 아니라 거주인에게 원하는 답을 주입시켰고, 부서장 앞에서 1회 연습을 하고 당일 아침 원장 앞에서 최종 연습을 했다"며 "인권실태조사단이 '여기 직원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답변을 한다'며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부모들 "'사망 책임 없다'는 서약서 사인 강요했다"
  
경남 산청에 있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보호자한테 요구했던 서약서다. 서약서에 보면 '사망(원안)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표기되어 있다.
 경남 산청에 있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보호자한테 요구했던 서약서다. 서약서에 보면 "사망(원안)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표기되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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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설에 4명의 자녀를 맡긴 부모들이 이어 말문을 열었다. 부모들은 "해당 장애인 거주시설의 비리와 횡포를 규탄한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여러 사실을 폭로했다. 이들은 "더 이상 무자비한 갑질 횡포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먼저 '서약서' 내용이 거론되었다. 부모들은 시설에서 제시한 서약서에 "시설에서 자녀가 사망했을 시 어떠한 책임도 시설에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부모들이 제시한 서약서에는 "거주인의 보호자는 발생할 수 있는 다음의 사항에 대하여, 이와 관련한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겠음을 서약한다"고 되어 있었고, '다음 사항'으로는 '예측불허의 갑작스런 사망'과 '병원 후송 중의 사망', '식사 제공 시의 질식과 합병증 등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부모들은 "서명하지 않겠다고 하자 '협조하지 않으면 당신 아이에게 제대로 밥을 먹일 수 없다'고 하는 등 강요하여 2시간 30분 가량 버티다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부모들은 "원장은 아이를 평생 돌봐주겠다는 전제로, 보증금 300만 원과 별도로 기부금을 요구했다"며 "아이들이 입소하기로 확정된 후 부모들을 불러 보증금과 별도로 1700만 원의 기부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너무 고액이어서 어이가 없었지만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거절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다"며 "한 부모는 '그런 돈이 없다'고 하자, 700만 원을 내고 그 다음에 300만 원을 더 내야 했다"고 밝혔다.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들은 "사전에 연락하고 시설 측과 약속을 정해 오라고 강요했고, 아이가 지내는 방 안에는 못 들어가게 했다"며 "한 엄마는 아이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갔지만 미리 연락하지 않고 왔다고 해서 시설 내에서 만나지 못하게 해 결국 모텔로 데리고 가서 생일밥을 먹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한 부모들은 "간질약을 복용하는 아이에게 보호자의 동의 없이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먹여 날마다 잠에 취해 지내도록 했다", "부모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이중으로 자세유지 보조의자 구입비를 받아 챙겼다", "병원에 입원하면 간병비를 부모가 부담하도록 했지만 입원한 기간만큼 시설에서 생활하지 않았음에도 실비를 차감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경남도 감사 뒤 수사 요청했지만 1년 가까이 결과 없어"
 
경남 산청 한 장애인거주시설에 가족을 맡긴 보호자가 300만원에 이어 7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는 영수증이다.
 경남 산청 한 장애인거주시설에 가족을 맡긴 보호자가 300만원에 이어 7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는 영수증이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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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와 부모들은 관리감독과 경찰 수사의 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지난해 12월 이 시설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경남지방경찰청에 수사요청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감사 결과가 공개되지도 않았고, 1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들은 "관리감독 기관인 산청군을 찾아갔지만 담당자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거나 '당장 갈 데가 없지 않느냐'며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으며,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산청군은 최근 산청경찰서에 해당 시설에 대한 수사의뢰를 했다.

해당 시설 원장 "일방적 주장, 아주 쾌적하다"

해당 장애인거주시설 원장은 사회복지사와 부모들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짜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서약서에 '사망' 표기와 관련해서는 "서약서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가 한 동안 밥도 안 먹고 해서 병원에 데리고 가려면 지도사들이 힘들어 한다. 의사 처방에 따라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과 기부금에 대해, 원장은 "보호자들이 입소할 때 내는 후원금이고, 영수증을 다 정확하게 끊어 준다. 만약에 나간다고 하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서 후원금은 돌려주고 있다"고 했다.

에어컨과 난방장치 운영에 대해 원장은 "거주인이 동상에 걸린 적은 없다"라면서 "각 방마다 있는 에어컨도 자율적으로 틀도록 하고 있다. 지도사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한다"고 했다.

또한 "3개월 동안 한 아이가 방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라면서 "아이가 아파서 며칠 밖으로 못 나온 경우는 있었지만, 3개월씩이나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지를 보면 다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사회복지사와 부모들의 여러 주장에 대해 원장은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하는 주장이다. 시설은 아주 쾌적하다"고 했다.

태그:#장애인시설, #경상남도, #산청군, #경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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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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