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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즐기는 닭갈비?

'닭갈비의 본고장'인 춘천은 일일 관광객 수가 15,115명에 이르는 관광도시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향토음식인 닭갈비를 즐기기 위해 춘천을 찾는다.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춘천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노약자들이 다니기 어려운, 이른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가 고려되지 않은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명동 닭갈비 골목 초입, 황금 닭 동상
 명동 닭갈비 골목 초입, 황금 닭 동상
ⓒ 경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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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닭 동상이 반겨주는 닭갈비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 많은 가게 중 어디를 들어가야 할까 고민이 된다. 그러나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는 선택권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닭갈비 전문점이 좌식 형태라 양반다리를 할 수 없거나 어려운 장애인은 입식 테이블이 있는 곳만을 찾아간다. 입식이 있는 가게도 내부 공간이 좁으면 들어갈 수 없다. 계단이 있거나 높낮이 차가 커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는 더 많다. 경사가 가팔라 혼자 다니기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13일 닭갈비 골목에서 만난 김태성씨는 "명동에 오면 휠체어를 탄 제가 갈 수 있는 음식점은 거의 없어 매번 닭갈비를 먹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자주 가던 닭갈비집도 없던 계단을 만들어 이제는 못 가게 되었습니다. 상자를 깔아 경사로를 만들어 주겠다거나 들어주겠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매번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요"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명동 닭갈비 골목 내에 유일하게 배리어 프리가 고려된 곳이었다.
▲ 명물 닭갈비 명동 닭갈비 골목 내에 유일하게 배리어 프리가 고려된 곳이었다.
ⓒ 경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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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골목 안 닭갈비 전문점 총 19개 중 입식 테이블이 있는 점포는 다섯 곳이었고 턱이 없는 곳은 한 곳뿐이었다. 그리고 높낮이 차가 없는 '명물 닭갈비'에 유일하게 점자 블록이 설치되어 있었다. '명물 닭갈비'를 운영하는 이성준씨는 "작은아버지가 장애인이라 불편함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제약 없이 오실 수 있도록 계단을 없애고 점자 블록을 깔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은 배제된 중심지

닭갈비 골목이 위치한 명동은 영화관, 백화점,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춘천 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중심지다. 하지만 강원대학교 장애 학생 인권동아리 '인지해' 회장 이원석씨는 "명동에서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턱이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라고 말했다.

명동의 중심로인 '명동길'에는 작은 상가들이 2·3층 건물 안에 줄지어 있다. 1층에 41개의 상가가 있지만, 단 4곳에만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그마저도 내부가 좁아 이동이 어려운 곳, 경사로를 설치물로 막고 있는 곳도 있었다. 명동길 내에서 2층 상가에 접근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1998년 시행된 '장애인등편의법'상 98년 4월 이전 건물, 300㎡(약 90평) 미만의 소매점과 음식점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춘천시 상가의 평균연면적은 291㎡, 소규모 상가의 경우 96㎡이다. 명동 내 위치한 상가들은 대부분 1~4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체이다. 따라서 기준치를 넘지 않는 대부분 상가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게 된다.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서는 접근 가능성뿐만 아니라 내부 시설도 고려되어야 한다. 명동길 근처 백화점에는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만, 장애인 화장실이 너무 좁아 전동 휠체어는 들어갈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춘천시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무장애 지도 기준, 명동 내 이용이 원활한 화장실은 단 세 곳이다. 닭갈비 골목, 명동길 외에도 중앙시장, 지하상가, 각종 공공기관 등이 밀집해 있는 명동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이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김태성씨는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적고 장애인 화장실이 청소도구로 가득 차 있어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라며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3,422명에게 배정된 14대의 장애인 콜택시

장애인 콜택시란 1·2급 중증장애인으로 버스 이용이 어려운 휠체어 사용자들과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수차량이다.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위해 법적으로 상비되어야 하지만 차량 수가 현저히 부족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춘천시 특별교통수단인 특수차량. (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강원지부 춘천지회 제공
 춘천시 특별교통수단인 특수차량. (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강원지부 춘천지회 제공
ⓒ (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강원지부 춘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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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총 15,363명이며 그중 1급 또는 2급 장애인은 3,422명이다. 특별 교통수단 법정 기준 1·2급 장애인 200명당 1대의 특수차량이 운영되어야 하므로 총 17대의 차량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현재 14대의 특수차량만이 운영되고 있다.

지체 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이원석씨는 이동 시 장애인 콜택시를 주로 이용하지만,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면 언제 올지 가늠이 어렵습니다. 빈 차가 생겨야 배차가 되고 배차 간격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대기 인원이 많으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배차되기 전 대기 인원 수도 전화상으로 물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차량 수가 적다 보니 예약은 관외 이용 시에만 가능하다.

배차되면 차량 번호와 차량과의 거리를 알려주지만, 단순히 미터(m)수만 표시되어 언제쯤 도착할지 예상이 어렵다. 이원석씨는 "생각했던 시간보다 차량이 더 늦게 도착해 픽업 장소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춘천시는 특수 차량을 올해 2대를 늘려 14대를 운영 중이고 장애인종합복지관 위탁운영을 통해 하루 3번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장애인 복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또 일반 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50% 할인을 지원하고 있다.

춘천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은 한림대학교, 춘천시민과 연합해 춘천시 무장애 지도를 만들었다. 춘천시 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 편의성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보기 쉽게 아이콘으로 지도에 표현했다.

김태성씨는 "20년 동안 춘천에 살았는데 이동이 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문 앞에서 돌아서야 할 때가 많습니다. 마트, 시장, 심지어 병원을 갈 때도 높낮이 차와 여닫이문 때문에 힘듭니다"라고 말했다.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로 유명하지만, 지체 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 비장애인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장애인에게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이는 비단 춘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두가 장애물 없이(Barrier free) 최소한의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는 날을 고대한다.

태그:#춘천, #장애인, #인권, #배리어프리, #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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