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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구속 심판대 오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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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법농단 수사에서 재판으로 넘어간 인물은 임 전 차장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14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지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으로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150일 만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적용가능한 범죄 추출해 기소"

이날 수사팀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혐의는 크게 30개 정도로 나눠진다"라며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와 관련해 현행법상 적용 가능한 범죄를 추출해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을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강화와 이익 도모와 관련된 범죄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을 위한 범죄 ▲부당한 조직보호 관련 범죄 ▲공보관실 운영비 집행 범죄 등 4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로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박근혜 정권의 관심 사안이던 재판 동향을 파악한 행위가 직권남용 혐의로 적용됐다. 검찰은 통진당 재산 환수 처분 관련해 임 전 차장이 박근혜 청와대에 관련자료를 전달한 행위를 공무상 비밀누설로 봤다.

'법관 블랙리스트'도 비판세력 탄압 범죄에 들어갔다.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법원 내 학술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내리거나 상고법원에 반대한 차성안 판사를 사찰하게 한 혐의도 직권남용죄가 적용됐다. 부당한 조직보호로는 판사가 향응을 받았다는 사실을 덮기 위해 뇌물을 건넨 건설업자 정아무개씨 재판에 개입한 혐의, 각종 영장정보 유출과 검찰 수사정보 유출 등이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공보관실 운영비는 일명 '행정처 비자금'으로 각급 법원 예산으로 배정된 운영비를 행정처가 현금으로 돌려받아 법원장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검찰은 특가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청구서에 적힌 범죄와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조금 더 추가한 부분이 있다"라며 "임 전 차장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죄는 안 된다는 식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7일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라며 임 전 차장을 구속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차장으로 근무하며 양승태 대법원의 '실무 총괄자'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사법농단 사건의 '실행자'와 '지시자' 중간에서 깊숙이 개입해 전방위적인 의혹을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은 242쪽에 달한다.

"사법농단 수사 완성 아닌 출발점"
 
KTX해고승무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KTX해고승무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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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핵심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민사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법원행정처와 직접 접촉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3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삼청동 공관에 당시 법원행정처장(2013년 차한성·2014년 박병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불러 소송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이들은 재상고심으로 대법원에 올라와 있던 소송을 지연시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로부터 3년이 지난 2015년 5월부터 피해자들이 추가 소송을 할 수 없게 만들자는 방안을 검토했다.

새로운 쟁점이 없던 판결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지난달 30일에서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이 외교부 관계자 등과 접촉하고,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부당하게 사건 검토를 지시하는 등 실무 역할을 담당했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이 기소되면서 사건을 맡을 재판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법농단 사건을 대비해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이 없는 법관 9명으로 형사합의부 3곳을 신설했다.

합의부는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로 사형, 무기징역 등 형기가 최소 1년 이상인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형사사건을 배당받는다. 임 전 차장의 혐의에 특가법상 국고손실이 포함돼있고,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특별재판부는 당장 도입이 어려운 상태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로 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을 오는 19일 오전 9시 30분에 공개소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차한성 전 대법관은 '삼청동 회동'과 관련해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은 공소장에 임 전 차장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임 전 차장이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임 전 차장에 대해 추가 수사 중인 범죄 혐의도 있는데 이번 기소엔 제외됐다"라며 "임 전 차장 기소가 사법농단 수사의 완성본은 아니다, 임 전 차장은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태그:#양승태, #임종헌, #기소, #구속기소, #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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