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회 영평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남우조연상 주지훈, 어우조연상 김가희, 남우주연상 이성민, 공로상 윤정희, 여우주연상 한지민, 여우조연상 권소현, 남우조연상 남주혁

38회 영평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남우조연상 주지훈, 어우조연상 김가희, 남우주연상 이성민, 공로상 윤정희, 여우주연상 한지민, 여우조연상 권소현, 남우조연상 남주혁 ⓒ 성하훈

 
1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8회 영평상 시상식은 눈물의 수상 소감이 돋보였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김가희 배우를 시작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미쓰백> 권소현 배우,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쓰백> 한지민 배우 모두 눈물을 흘리거나 간신히 참아가며 수상소감을 말했다. 한마디 한마디에 배우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에 수상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상식 초반 <박화영>으로 신인배우상 수상자로 호명돼 단상에 나온 김가희 배우가 눈물 수상 소감의 출발이었다.
 
"난 청소년이 아니고 27살이다"라며 운을 뗄 때 까지는 활기 있게 수상소감을 말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배우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몇 차례나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몇 차례의 박수가 이어지고서야 겨우 소감을 이어 나갔다.
 
"외면하고 싶은 영화, 외면하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첫 주연작이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것도 있었으나, 박화영이란 아이가 나한테 와서 배우 김가희도 성장시키고 박화영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김가희 배우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중간중간 말을 멈췄다가 이어갔다. 그때마다 객석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김 배우는 "연기를 하는 순간부터 난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다"며 "모난 돌멩이인 줄 알았는데 원석이라고 날 선택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좋은 캐릭터로 두 발 벗고 진정성 있게 늘 다가가는 배우가 되겠다"고 눈물의 수상 소감을 마쳤다.
 
생각만으로 가슴 아픈 영화 <미쓰백>, 두 배우의 눈물
 
 38회 영평상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미쓰백> 한지민 배우가 눈물을 참으며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38회 영평상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미쓰백> 한지민 배우가 눈물을 참으며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 성하훈

 
두 번째 눈물 수상 소감의 주인공은 권소현 배우였다. "눈물을 안 흘리려고 했는데, 눈물이 난다"라고 첫마디를 시작한 권소현 배우의 수상 소감에는 배우로서의 힘든 여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권소현 배우는 3년 전인 2015년 영평상 신인여우상 수상자였다.

그는 "<마돈나> 이후 3년 동안 다시 이런 자리에 설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고 두려웠던 시간이었지만 <미쓰백>의 미경을 꼭 하고 싶었고 해내야만 했다"며 <미쓰백>을 "애증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작품을 향한 집착과 무한한 애정으로 열심히 만들어 주신 이지원 감독님과 한지민 언니가 있었기 때문이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영화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만들었다"고 함께 애써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권소현 배우는 "저는 자세히 봐야 조금은 예쁜 배우다. 그런 저를 따뜻하게 자세히 봐 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고, 더 용기 내서 '오래 봐도 사랑스러울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큰박수를 받았다.
 
권소현 배우가 수상 소감을 말할 때 고개 숙여 훌쩍이며 듣고 있던 <미쓰백> 한지민 배우는 여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무대로 올라서는 눈물을 참기 힘든 듯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듯 고개를 들지 못하다가 역시 눈물 섞인 수상소감을 이었다.
 
한지민 배우는 "울다가 올라왔다"면서 "<미쓰백>은 영화가 끝난 지금까지도 생각만으로도 가슴 아픈 영화"라고 말해 아직도 영화의 여운이 길게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기에 이 순간이 더욱 꿈같이 다가온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험난한 여정을 잘 싸워서 <미쓰백>을 만들어주신 이지원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 때문에 한 마음으로 개런티를 낮춰 참여해주신 스태프분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미쓰백>을 지켜준 관객들에 대한 감사와 수많은 <미쓰백>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영화운동 1세대 예우 
 
 38회 영평상 특별상 수상자인 고 홍기선 감독

38회 영평상 특별상 수상자인 고 홍기선 감독 ⓒ 리틀빅픽쳐스

 
영화상이 주는 감동이 수상자뿐만 아니라 축하를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도 마음 깊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특별상도 의미 있게 선정돼 영평상의 의미를 더했다. 올해 특별상 수상자는 한국영화운동의 1세대로 꼽히는 고 홍기선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서울대 영화동아리 '얄라셩'과 '서울영화집단' '장산곶매'를 거치며 영화를 사회변혁운동의 도구로 생각했던 한국 영화운동의 출발점이었다. 군사독재의 암흑기에 광주민중항쟁을 영화로 만들었고, 장기수와 농촌, 노예선, 군 내부 비리 등을 다룬 작품을 통해 사회 개혁에 일조했다. 유작인 <일급기밀>을 남기고 2016년 12월 타계했는데, 2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영화평론가들이 특별상으로 예우한 것이다.
 
시상자는 고인의 오랜 지인으로 영화운동 초반을 함께 했던 변재란 교수가 맡았다. 변 교수 역시도 눈물을 참으려는 모습을 보이며 고인에 대한 기억을 회상했다. 수상은 고 홍기선 감독의 딸인 홍연호 씨가 대리했다. 그는 수상소감을 통해 "관계자 분 말씀을 들었는데 이번 상이 원래 없었던 상이라 하더라"며 "영화를 의미 있게 바라봐주시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비록 이 상의 주인공이 이 자리에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켜봐주시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광스럽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동정범>으로 독립영화지원상을 받은 김일란 감독과 이혁상 감독은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블랙리스트 문제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김일란 감독은 "우리 영화는 용삼참사를 다룬 다큐라며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이 안 되고 있다"면서 "그래서 이 상의 의미가 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혁상 감독은 "영화적, 비평적으로 칭찬을 많이 받고 싶었는데, 최고의 칭찬을 받게 된 것 같아 기쁘다"며 15년 동안 다큐멘터리 만들면서 상도 많이 받았지만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 되기 전 큰 문제가 조속히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영화계가 요구하고 있는 블랙리스트 관련차 처벌 문제를 상기시켰다.
 
독립예술영화에 관심과 지지 보낼 것
 
 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조혜정 회장

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조혜정 회장 ⓒ 성하훈

 
영평상은 지난해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의 부적절한 처신 논란으로 평론가들이 심사에 불참하며 다소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전임 김병재 회장이 부산영화제 사태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대필 받은 원고를 언론에 기고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결국 사퇴했으나 그간 쌓아 놓은 권위가 실추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후 지난 2월 조혜정 평론가(중앙대 교수)를 신임회장으로 선출했고 올해 행사를 무난하게 치러내며 다시 위상을 재정립하게 됐다. 대종상이 코미디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지, 영평상 시상식은 작지만 알차게 진행되며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혜정 회장은 영평상 개회사를 통해 "상업영화가 주목받는 현실에서 독립예술영화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38회 영평상 수상자 명단
 

*최우수작품상 / <1987>
*공로영화인상 / 윤정희
*감독상 / <공작> 윤종빈
*여우주연상 / <미쓰백> 한지민
*남우주연상 / <공작> 이성민
*여우조연상 / <미스백> 권소현
*남우조연상 / <공작> 주지훈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 <버닝> 이창동
*각본상 / 곽경택 김태균 <암수살인>
*촬영상 / <버닝> 홍경포
*음악상 / <1987> 김태성
*기술상 / <신과 함께> 진종현
*특별상 / 고 홍기선 감독
*신인감독상 / <소공녀> 전고운
*신인여우상 / <박화영> 김가영
*신인남우상 / <안시성> 남주혁
*독립영화지원상 / <공동정범> 김일란·이혁상, <소공녀> 전고운
*신인평론상 / 조한기
영평상 한지민 권소현 김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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