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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3일 48주기를 맞이한 전태일 열사의 묘소
 11월 13일 48주기를 맞이한 전태일 열사의 묘소
ⓒ 유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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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며칠 동안 미세먼지로 공기가 나빴는데, 11월 13일은 괜찮아졌습니다. 전태일 열사 48주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동대문 성곽공원 근처에서 전태일 재단 측에서 준비한 버스를 아침에 탔습니다.

몇 년 만에 가는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11월 13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특별한 일이 아닌 다음에는 참석하곤 했는데, 지난 2월에 직장에서 퇴직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갈 기회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공기도 괜찮은 데다가 날씨까지 따뜻해서 마석 모란공원 입구에서 전태일 묘소까지 올라가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저번에 왔을 때처럼 많은 사람이 묘소 주위에 모여들었습니다. 전태일의 묘를 잠깐 둘러본 다음에 바로 위쪽에 있는 그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묘에 가서 고개를 숙이고 참배를 했습니다.

언젠가 전태일 재단을 방문했을 때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실무자와 함께 셋이서 전태일 다리로 가는 도중에 창신동 한 식당에 들어가 국수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리로 가서 그곳을 방문한 대학생들에게 실무자의 부탁으로 전태일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11월 13일 찾은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묘소
 11월 13일 찾은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묘소
ⓒ 유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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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묘소 주위에는 크고 작은 추모 화환이 여러 개 놓여있었습니다. 그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여러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먼저 노회찬 재단에서 보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에는 심상정 국회의원이 보낸 것도 있었습니다.

그곳에 갔을 때마다 두 명은 거의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노회찬 의원은 세상을 떠나서 그의 뜻을 이어나가려고 만든 재단에서 화환을 보내온 것입니다.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우리 서민들이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꿈꾸었는데, 인간 사랑이라는 전태일 정신을 이 땅에 구현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애썼는데 그만 올해에는 이곳에 올 수 없는 몸이 됐기 때문입니다.

노회찬 재단에서 보낸 화환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 재단
열사의 뜻을 이어가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상정 의원이 보낸 화환이 퍽 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 두 명은 친 오누이 이상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며, 노동자가 인간답게 행복한 삶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손잡고 오랫동안 동지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2004년 4월의 일입니다. 아마도 하늘나라에 있는 전태일 열사가 환하게 행복한 미소를 지었을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처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서 예상을 깨고 열 명의 당선자를 냈기 때문입니다. 노회찬도 심상정도 거기에 끼어있었습니다. 그들 열 명이 당선 직후에 열사 묘를 방문했습니다.

이소선 여사도 같이 참석했습니다. 여사는 묘를 바라보면서 아들에게 기뻐하라고, 너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이 열 명이나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날 비가 오지 않았나요? 모르긴 몰라도 그날 거기에 참석했던 사람들 모두가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습니다. 그때의 기세로 그때의 정신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서 노동자가 진정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려고 힘썼더라면 오늘날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많이 들었습니다.

유독 눈에 띄던 화환 하나... 두 번이나 다시 봤다
 
 11월 13일 48주기를 맞은 전태일 열사 묘소 주변에 세워져있던 화환
 11월 13일 48주기를 맞은 전태일 열사 묘소 주변에 세워져있던 화환
ⓒ 유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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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의 화환이 눈에 크게 들어왔습니다. 내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두 번이나 다시 봤습니다. 그것은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매년 와 본 것이 아니라서 작년에는 재작년에는 어땠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여하튼 내 기억으로는 노동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에서 화환을, 그것도 오래전에 노동운동을 하다가 스스로를 불태운 전태일 열사 추도식에 보낸 적은 없습니다. 정말 너무나 놀랐습니다. 장관이 보낸 것도 놀라운 것이지만 거기에 적혀 있는 문구가 더 나를 놀라게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잊지 않겠습니다.
 
딴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장관의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모 화환에 그런 내용을 적을 생각을 누가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장관 자신이 했을까요? 아니면 참모진에서 의견을 내서 그것으로 결정한 것일까요?

세상이 진짜로 바뀐 것일까요? 어떻게 저런 문구를 추모 화환에서 볼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문구는 바로 전태일 정신의 핵심입니다. 그는 한자로만 된 그 어려운 근로기준법 책을 구해서 혼자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불모지인 노동운동에 뛰어든 것입니다.

그것은 '법'입니다.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반드시 지켜야 되는 것입니다. 수없이 거대한 현실과 부딪쳐 깨졌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전태일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귀한 생명을 바쳤던 것입니다.

나는 이재갑 장관이 누구인지 전혀 모릅니다. 그와 관련된 기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대강은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명의로 추모 화환이 거기에 온 것이고, 거기에 위와 같은 어마어마한(?) 문구가 적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고용노동부에 대한 믿음일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화환에 적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이 명실상부 지켜지는 것입니다.

법에 나와 있는 대로 노동 현장에서 그 조항들이 꼭 지켜져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앞장서서 일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것은 아마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입니다. 장관의 화환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희망 가득한 그런 바람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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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