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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락희 홍성의료원 노조 지부장
 진락희 홍성의료원 노조 지부장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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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만 4천, 충남도청과 경찰청 교육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는 응급실과 입원실을 갖춘 종합 의료시설이 없다. 내포신도시에 입주를 원하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도 없는 상황이다. 내포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의료 공백을 우려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달 15일 가진 취임 100일 기념 지자회견에서 "종합병원은 인구 30만의 도시나 가능하다"면서 "내포신도시에 홍성의료원 분원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지사는 지난 11월 9일, 홍성군민과의 만남의 자리에서도 홍성의료원 내포 분원 설치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포신도시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홍성의료원 분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홍성의료원은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홍성의료원은 간호 인력 부족으로 재활병동이 문을 닫았다. 2017년 4월 17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홍성의료원 재활병동은 이듬해인 18년 8월 8일 잠정 폐쇄됐다. 98억 원이 투입된 재활병동이 문을 연지 1년 만에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홍성의료원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결하지 않고는 내포분원 설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관련기사: "입사 보다 퇴사가 많다".. 환자 있어도 간호사 없는 지방 의료원)

게다가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홍성의료원 분원 보다는 종합병원을 원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홍성의료원 내포 분원 설치는 시작도 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노승천 홍성군 의원은 지난 달 31일 제255회 홍성군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내포신도시는 명실상부한 수부도시인데 종합병원 유치가 어렵다고 '쉬운 길(분원설치)'로 가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설령 양승조 충남 지사가 분원 설치를 강행할 경우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지난 13일 홍성의료원 노조 사무실에서 진락희(46) 홍성의료원 노조지부장을 만나 현재 홍성의료원의 상황에 대해 들어 봤다.

- 홍성의료원은 현재 어떻게 운영 되고 있나. 도비 지원, 임명권 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운영비는 시설과 장비에 대한 부분만 국비와 도비를 지원 받고 있다. 나머지 운영은 의료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의료원장에 대한 임명권은 충남도지사에게 있다."

- 간호 인력 부족으로 폐쇄된 재활 병동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재활병동은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일부 환자는 퇴원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본원 3층에 머물고 있다. 병원 측에서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욕실과 같은 일부 시설을 보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새 건물인 재활병동 보다는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3층에 있는 환자들은 재활병동이 다시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재활병동까지 폐쇄한 홍성의료원

- 홍성 의료원은 간호 인력의 부족으로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 사이 재활병동에서 본원으로 옮긴 두 명의 간호사가 퇴직을 했다. 본원에 간호사가 부족해서 재활병동의 인력을 빼내 충원했다. 하지만 충원된 숫자 만큼의 간호사가 또다시 퇴사한 것이다. 여전히 간호사 수급이 어려운 상태이다. 그나마 내년에는 신규 간호사가 대략 40명 정도 영입될 예정이다. 의료원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인력이 충원될 전망이다. 하지만 새롭게 영입된 간호 인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병원에 머물 것인지가 관건이다."

- 간호사들의 근무형태가 지나치게 빡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부분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선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없나.
"간호 인력이 부족한 것은 비단 홍성의료원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무 조건에 문제가 있으니까 간호 인력이 빠져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서울에 있는 3차 병원급의 간호사들도 이직이 잦다. 그 자리를 지방 의료원 출신 간호사들이 이직해 채우고 있다. 이것도 지방의료원의 간호인력 수급이 어려운 원인 중 하나이다.

간호사 수급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임금 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즉, 노동 환경 측면에서도 개선할 점이 많다는 뜻이다. 간호사를 수시로 모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간호사가 영입된 숫자만큼 퇴직 하고 있다. 때문에 간호인력 문제가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고 있다. 간호 인력 수급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간호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를 하나씩 찾아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를 테면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같은 경우에는 누워있는 와상환자가 많기 때문에 업무 보조 인력이 필요하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 줘야 한다. 그런 일은 의료면허 없이도 할 수 있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의 경우, 대표적인 적자 부서들이다. 적자와 흑자의 논리로 따지면 이곳은 투자를 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하지만 공익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가 가장 절실한 곳이기도 하다.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리모콘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동침대를 도입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현재는 환자의 혈압이나 혈당 등을 측정하면 간호사들이 일일이 수기로 적은 다음 다시 컴퓨터에 입력한다. 하지만 요즘은 환자의 혈압을 재면 즉각 전산으로 입력되는 기계장치가 이미 나와 있다. 찾아보면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일들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 홍성의료원의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남자 간호사들의 경우, 주야 교대 근무가 아닌 낮 근무여서인지 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남자 간호사여서라기 보다는 근무 상황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 질 수 있을 것 같다. 수술실 외에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남자 간호사들도 더러 있다. 그분들의 근무 만족도가 어떤지는 아직 확인을 못했다. 어쨌든 홍성의료원은 현재 남녀 간호사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다. 기숙사비는 매달 2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도 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숙사는 근속 10년 차 정도까지도 이용할 수 있다."

"병원의 수익성 따지기 전에 공공성부터 살펴야"

- 양승조 충남지사가 최근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 홍성의료원 분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질문을 받을 때 마다 곤혹스럽다. 찬성이나 반대를 정해 입장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내포에 의료시설 자체가 필요한 것인지 부터 우선 검토되어야 한다. 의료시설이 필요하다면 어떤 종류의 병원을 유치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현재 내포에는 의원급의 1차 병원은 많이 있다. 다만 응급환자나 입원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

응급실이나 산부인과, 소아과는 필수 진료과목이지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과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대학병원들이 내포신도시로의 이전을 꺼리는 측면도 있다. 내포신도시에도 종합의료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내포에 의료원분원이 설치되기 위해서는 간호사와 의사 등 의료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다. 현재 홍성의료원도 간호사 부족으로 재활병동을 폐쇄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포 분원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충남도나 도의원들은 지금도 홍성의료원의 운영적인 측면 보다는 시설이나 장비 지원 문제만을 놓고 적자와 흑자를 따지곤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내포에 수요가 있는 의료 분야는 모두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과들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 정책을 우선 고려해야 분원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 홍성의료원의 공공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활병동을 되살리고, 그 안에 어린이재활병동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린이재활병동을 환영한다. 충남 서북부 지역에도 치료가 필요한 아동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폐쇄된 재활병동은 사실 환자와 가족들의 만족도가 꽤 높았다. 어린 환자들이 재활병동을 이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의사와 간호 인력이 확충되고 재활병동의 3~4층 입원실을 모두 오픈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홍성의료원 , #진락희 지부장 , #홍성의료원 내포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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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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