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잭슨(40·191cm), 조 잭슨(26·180.2cm) 등 팀을 우승까지 이끌며 큰 임팩트를 남겼던 단신 외국인 가드는 확실한 자신만의 무기가 있었다. 폭발적 외곽슛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급이 다른 운동 능력과 스피드로 '코트를 찢어버리는' 유형이 많았다.

단신이라는 한계상 높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 선수라는 팀 내 위치를 감안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지 득점에 관여해야 한다. 잭슨은 다소 기복은 있었지만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못 말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3점슛 능력을 자랑했다. 수비가 있건 없건 거리가 멀건 가깝건 마구 외곽포를 쏟아내며 상대 수비진을 붕괴시켜버렸다.

특히 스탭백 3점슛은 수비진 입장에서 잭슨을 막기 힘든 요소 중 하나였다. 현란하고 빠른 드리블에 다양한 훼이크 동작까지 섞어가며 수비수와의 간격을 벌리고 어느 정도 슛 거리가 확보됐다 싶으면 빠른 타이밍으로 올라가 외곽슛을 적중시켰다. 거기에 수비진이 3점에만 신경을 썼다 싶으면 좀 더 치고 들어가 미들슛을 쏘거나 아예 돌파 후 골밑 공략을 해버리는지라 까다로움을 더했다.

잭슨은 출중한 운동능력과 탄력 거기에 스피드를 앞세워 코트를 휘젓는 스타일이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워낙 빠르고 덩크슛까지 가능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어 국내 선수가 일대일로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컨디션이 좋을 때의 잭슨은 무수한 돌파와 폭발적 외곽포로 수비를 찢어내고 흔들어버렸다. 자신에게 수비가 몰렸다 싶으면 빈공간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도 곧잘 찔러줬다. 잭슨이 휘젓기 시작하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아직 티그와 KCC는 제대로 상호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 티그와 KCC는 제대로 상호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전주 KCC

 
좋은 선수인 것은 확실, 잘 써먹는 것도 팀의 힘
 
전주 KCC 단신 외국인 선수 마퀴스 티그(25·185.4cm)는 그동안 쉽게 보기 힘들었던 유형의 외국인가드다. NBA에서 활약 중인 제프 티그의 동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공격력을 앞세운 대부분 단신 외인들과 달리 정통파 1번 유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안드레 에밋의 '묻지마 공격'에 지쳐버린 KCC 팬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스타일의 선수다.

고득점을 올리는 단신 외국인 선수가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겉으로 보이는 기록 자체는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통해 팀의 조직 농구를 이끌고 있다. 패스 연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온 득점이 팀 분위기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기록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티그는 빈 공간의 동료들을 잘 살린다. 유연하고 빠른 돌파로 수비진의 눈을 자신 쪽으로 쏠리게 한 후 킥아웃 패스를 통해 외곽슛 찬스를 잘 만들어준다. 거기에 골밑으로 찔러주는 킬 패스도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픽앤롤 플레이, 컷인패스 등 패스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나무랄 데가 없다. 동료의 방향과 움직이는 속도까지 맞춰 편하게 패스를 넘겨준다.

그렇다고 수비하는 입장에서 티그의 패스만 신경 쓸 수는 없다. 순간 움직임이 매우 좋은 선수인지라 자신보다 큰 선수 사이를 헤집고 성공시키는 돌파 득점에도 능하기 때문이다. 원맨속공이 가능할 정도로 빠른지라 조금의 빈틈만 있어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거기에 주특기로 알려진 미들슛의 영점이 점점 잡히고 있는 상황인지라 더더욱 막아내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CC의 티그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티그 같이 좋은 패스 마스터를 활용하려면 이른바 받아먹는 득점이 잘 나와야 한다. 실컷 수비진을 흔들고 좋은 패스를 해줬지만 그것이 어시스트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을 건네준 선수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신바람 플레이가 발휘되기 힘든 것이다.

이상민, 김승현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패스 기술자 옆에는 조니 맥도웰-조성원, 마르커스 힉스-김병철 등 좋은 패스를 잘 마무리 지어주던 내외곽 득점원들이 있었다. 좋은 포인트가드가 있는 팀이 잘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1번 역시 옆에서 잘 도와줄 때 만들어진다. 농구가 팀 스포츠인 이유다.

아쉽게도 현재의 KCC는 패스 기술자 티그의 어시스트를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고 있다. 티그가 수비진을 휘젓고 다닐 때 빈곳으로 움직여주는 플레이도 그렇거니와 팀 3점슛이 너무 떨어지는지라 공격시 공간창출이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티그가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차라리 득점력이 좋은 LG 조쉬 그레이(25·180.9cm)나 KGC 랜디 컬페퍼(29·178.4cm) 같은 유형이 더 어울리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좋은 패스를 받아먹기 힘들다면 스스로 나서서 득점을 올리는 쪽이 팀에 더 낫기 때문이다.

올 시즌 그레이는 꾸준히 득점 머신의 위용을 발휘 중인데 워낙 공격력이 좋다보니 자신 쪽으로 수비가 몰린 사이에 패스를 넘겨주며 어시스트 숫자까지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컬페퍼는 13일 LG전에서 3점슛 9개를 적중시키는 등 42득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로 펄펄 날며 소속팀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단신 외국인선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 시즌 KCC는 패스 기술자가 아쉬운 팀이 아니다. 전태풍(38·178cm)이 노쇠화로 인해 예전 같지 않지만 차세대 1번 유현준(21·180cm)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1번은 아니지만 김민구(27·191cm), 이정현(31·191cm) 역시 경기 조율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특히 김민구 같은 경우 예전의 센스가 점점 살아나면서 충분히 장신 1번으로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티그는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다. 티그가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안정감 차이는 크다. 득점형 가드가 더 좋은 조합일수도 있겠지만 이미 뽑아버린 티그를 교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장신외국인선수 브랜든 브라운(33·193.9cm)이다.

그렇다면 KCC는 티그를 살려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티그와 함께 할 때는 김민구, 이정현 등이 좀 더 득점과 받아먹기에 집중하는 등 시너지 효과에 골몰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같은 문제는 티그를 뽑기로 한 시점부터 고심해야 할 부분이었다. 좋은 칼 티그를 KCC가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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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티그 데이비드 잭슨 조 잭슨 마퀴스 티그 패스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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