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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북 콘서트장을 찾아주신 장세용 구미시장(오른쪽)
 나의 북 콘서트장을 찾아주신 장세용 구미시장(오른쪽)
ⓒ 허성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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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편지는 만금보다 값지다

중국 당나라 시성 두보(杜甫)의 얘기다. 그는 늘그막에 객지를 떠돌다가 고향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춘망(春望)'이라는 오언율시를 남겼다. 그 시에 '가서저만금(家書抵萬金)'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를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집, 곧 고향에서 온 편지는 만금보다 값지다."

지난 12일 내 고향 구미 향장(鄕長, 현 시장)으로부터 크고도 두툼한 익일 특급 등기를 받았다. 봉투를 열어보니 뜻밖에도 큰 사진 한 장이 담겨 있었다. 사연인즉, 지난 10월 20일 고향의 한 서점(삼일문고)에서 나의 신작 북 콘서트가 열렸다. 그때 장세용 구미시장이 바쁜 일정임에도 참석하여 뜨거운 환영사를 해줬고, 기념촬영도 함께했다. 그 사진을 이메일로 전송해도 될 텐데 일부러 현상까지 해 봉투에 담아 원주 내 집으로 보내줬다.

사진 뒷면에는 "선생님은 구미의 보배입니다. 구미시장 장세용"이라는 친필 서명이 새겨져 있었다. 장 시장의 자상한 배려가 담긴 한 통 편지는 마치 두보의 시구처럼 값졌다. 늘그막에도 객지를 떠도는 한 초라한 문사는 천만금 이상으로 느꺼웠다. 그 편지로 고향을 위해 더 좋은 작품을 써야겠다는 노익장의 용기도 일어났다. 
 
장세용 시장의 친필서명
 장세용 시장의 친필서명
ⓒ 장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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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소월의 고향이라는 시의 일절이다.
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 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이 시에서 짐승은 고향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고사성어에서 볼 수 있듯이, 여우는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했다. 또 연어도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난 시내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듯 고향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의 본향(本鄕)이다.
    
해질 녘의 구미 금오산으로 누워있는 부처님 상이다.
 해질 녘의 구미 금오산으로 누워있는 부처님 상이다.
ⓒ 구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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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도시의 미래에 성원을

아무튼 구미시장이 보낸 사진 한 장과 친필 서명 한 마디는 이전에는 없었던 일로 고향을 떠나 줄곧 타향살이를 하는 나를 모처럼 울렸다. 원래 내 고향 선산 구미는 학문과 충절, 문화의 고장으로 문향이 드높은 고장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산업화에 밀려 고장 고유의 학문, 문화, 충절 등은 빛이 바랬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장세용 시장은 산업화 못지않게 내 고향 선산 구미를 학문과 충절,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시키겠다는 미래상을 펼친 바 있다. 고향사람으로 그 도전과 용기에 힘 찬 박수와 무한한 성원을 보낸다(관련 기사 : 박정희 추모제 '불참'하고, 항일운동가 유족 만난 구미시장).
 
영남학파의 원조 야은 길재 선생을 기리는 금오산 들머리 채미정
 영남학파의 원조 야은 길재 선생을 기리는 금오산 들머리 채미정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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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모르거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사람들은 산업과 경제만 부르짖는다. 하지만 그런 고장은 환경 오염과 퇴폐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또한 학문과 충절 도덕과 문화가 없는 고장은 쉬이 쇠락하기 마련이다.

한 예로 천년도시 파리는 문화의 도시이기에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날이 갈수록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퇴폐와 향락의 도시 폼페이는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역사학자 장세용 구미시장은 '명품도시 구미'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구미' 건설에 밤잠을 설칠 것이다. 그런데도 수구 인사들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도 모른 채 아직도 왕조 봉건시대처럼 박정희 추모제나 탄신일 행사의 '초헌관' '아헌관'만 찾고 있다. 이는 타 지역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곧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다.

지난날 바깥 세상의 흐름은 까마득히 모르고, 어리석은 백성을 수탈하거나 양반 상놈 찾으며 봉건사상에만 몰입하다가 우리가 형편없이 깔보던 이웃나라에게 나라마저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았던가.

구미여! 새롭게 태어나라. 지난날의 망령에서 가감히 벗어나라. 젊은 도시, 신바람이 나는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로 태어나라. 그래야만 쇠락하지 않는다.

아무튼 내 고향 구미가 수구, 사대, 봉건의 고장에서 깨어나 산업과 문화가 함께 융성하는 도시, 충절과 도덕, 양심, 인재의 명품 도시로 거듭나기를 고향 출신의 문사는 간절한 기도와 성원을 드린다.

알을 깨는 아픔이 있어야 새 세상을 맛볼수 있고, 또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고향 출신 문사가 고향마을의 선후배 여러분에게 충정어린 고언을 드린다.

태그:#장세용, #금오산, #채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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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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