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11월 A매치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늘었다.

▲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11월 A매치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늘었다. ⓒ 대한축구협회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차포'를 뗀 벤투호 3기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호주 원정길에 오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늘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났다. 호주에서 열리는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에서 호주(17일, 브리즈번 선코프스타디움), 우즈베키스탄(20일, 브리즈번 발리모어 스타디움)과 차례로 맞붙는다. 

아시안컵 앞둔 마지막 모의고사

이번 평가전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되는 2019 AFC 아시안컵을 대비한 최종 모의고사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정상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1960년 이후 아직까지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할 만큼 아시안컵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한국 축구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신태용 감독이 물러나고,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가 새롭게 지휘봉을 잡으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은 호평일색이다.

코스타리카(2-0승), 칠레(0-0무), 우루과이(2-1승), 파나마(2-2무) 등 북중미와 남미의 강호들을 상대하며 2승 2무를 기록, 무패 행진을 내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빠르게 이식하며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고무적이다. 골키퍼와 수비수부터 시작되는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고, 좌우 측면 공간으로의 긴 패스와 속도감 있는 전진성으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특히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하기보단 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 것이 눈에 띈다. 벤투 감독의 시선이 2019 아시안컵으로 맞춰져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두 차례 호주 원정 평가전이 중요한 이유는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놓고 다툴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예방주사를 맞고,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 호주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1-1무),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1-2패)에서 맞붙었다.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011년 대회에서는 3-4위전(3-2승), 2015년에는 8강(2-0승)에서 격돌한 바 있다. 

벤투호 출범 이후 첫 번째 원정 경기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총 네 번의 A매치 모두 한국에서 치러졌다. 아무래도 홈 경기는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을 떠안고 싸울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이번에는 반대 입장이다. 원정 경기력을 높여야만 아시안컵에서 승산이 있다. 우즈베키스탄과는 중립 경기로 맞붙지만 호주와의 평가전은 제대로 된 원정 경기다.
 
이청용 최근 독일에서 부활에 성공한 이청용이 벤투 감독으로부터 처음으로 호출받았다.

▲ 이청용 최근 독일에서 부활에 성공한 이청용이 벤투 감독으로부터 처음으로 호출받았다. ⓒ 대한축구협회

  
손흥민-기성용 등 주전 다수 결장실험 불가피한 '플랜 B'

벤투 감독은 대체로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척추 라인의 틀을 유지하며 조직력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손흥민, 기성용, 이재성, 황희찬, 정우영, 장현수 등은 벤투 감독 전술에 있어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이번 11월 A매치에서 제외됐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차출을 위해 소속팀 토트넘과 11월 A매치에 휴식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기성용, 이재성은 체력과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불참했고, 황희찬과 정우영은 부상을 당했다. 장현수는 병역 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 논란으로 영구제명됐다.

이에 따라 벤투 감독은 플랜 B를 가동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어찌 보면 잘된 일이다. 대회를 치르다 보면 언제든지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차라리 평가전에서 할 수 있는 실험을 최대한 해보고, 대안을 미리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벤투 감독은 출국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이유로 선수들이 대표팀에 빠진다. 두 경기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새로 들어온 3명은 물론, 이전에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선수들을 실험하며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실험 대상자가 많다. 모처럼 대표팀에 합류한 노장 구자철과 이청용이 첫 손에 꼽힌다. 두 선수 모두 독일 분데스리가 1부와 2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청용은 최근 보훔에서 뛰어난 몸놀림으로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2선과 3선에서 활약할 수 있어 벤투 감독의 선택 폭을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10월 A매치 명담에 포함됐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진현, 김승대도 도전장을 던졌다. 또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게 된 유망주 김정민, 나상호, 이유현의 활약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장현수 장현수가 대표팀에서 영구제명됨에 따라 센터백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이 예상된다.

▲ 장현수 장현수가 대표팀에서 영구제명됨에 따라 센터백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이 예상된다. ⓒ 대한축구협회

  
장현수 빈 자리, 확실한 대안 찾기 시급

현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은 수비의 안정화다. 벤투 감독은 지난 A매치 4경기에서 변화의 폭을 최대한 줄인 채 운용한 포지션이 바로 수비진이다. 이용-장현수-김영권-홍철로 구성된 포백 라인을 가동하면서 연속성을 유지했다. 수비 조직력을 다듬으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장현수는 오랫동안 축구팬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장현수를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장현수를 포백의 키로 낙점한 바 있다. 후방 빌드업과 수비 리딩 능력을 높게 산 것이다.

그러나 장현수는 더 이상 대표팀에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아시안컵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현재로선 김민재가 확실한 대안이다. 벤투 감독은 장현수, 김영권에 이어 김민재를 세 번째 센터백으로 활용한 바 있다. 파나마전에서는 선발 출장시켰고,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했다.

김민재는 이미 신태용 전 감독 체제에서 여러차례 A매치를 소화하는 등 한국 축구의 미래로 각광을 받았다. 부상으로 인해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지만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 시즌 전북의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물론 정승현, 박지수도 김민재 못지않게 경쟁력을 갖췄다. 정승현은 2018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소속팀 가시마 앤틀러스의 우승을 이끌 때 주전 센터백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A매치때 깜짝 발탁한 박지수는 이번 호주 원정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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