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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의료연대본부 간접고용 노동자 3차 공동파업 날 교육부 앞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 모습
 11월 13일, 의료연대본부 간접고용 노동자 3차 공동파업 날 교육부 앞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 모습
ⓒ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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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겨울, 촛불광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통령이 바뀌면 우리의 삶이 바뀌어 집니까? 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금 당장 하루도 더 살 자신이 없습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의 삶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절규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온전한 직접고용 정규직이 되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선언은 희망고문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립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자회사를 통한 방식으로 하겠다고 한다. 국민의 건강권을 위험에 빠트리는 무책임한 처사다. 서울대병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일노동에 대한 차별은 없애야 한다. 병원 내 교통정리 시 오른쪽은 정규직이, 왼쪽은 용역업체 직원이 하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하는 업무는 같은데 방향만 달리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에서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의 업무로 나누는 것과 똑같다.

환자급식도 성인은 정규직이지만, 어린이병원 환아급식은 외주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다. 원래 환아급식도 정규직 업무였지만 2000년도에 병원이 공권력과 구사대를 앞세워 외주화했다. 외주화 이후 어린이급식은 매년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고 환자보호자의 95.6%가 서울대병원이 책임지고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2014년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급식 위생문제가 적발되어 현장조사도 나왔으며 시정지시를 받은 바 있다. 학교급식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로 급식의 질을 높이고 있는데 '밥이 치료'인 어린이환자 급식은 외주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둘째, 병원의 모든 업무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어 있고 협업을 해야 위험하지 않다. 올해 병원의 인증평가는 감염과 환경관리가 핵심이었다.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병원의 감염과 환경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반영한 결과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청소노동자의 업무를 생명과 안전과는 상관이 없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

전기, 가스, 소방 등 시설업무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고 있다. 만약 전력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상상할 수 없는 끔직한 상황이다.

셋째, 병원의 업무는 상시지속적이다. 병원은 수시로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곳이다. 평상시에 만약의 상황에 대해 대비를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상시 지속적으로 체크하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각 부서마다, 직종별, 업무별로 매뉴얼이 있고 협업을 해야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곳이다. 고용이 불안정하여 수시로 노동자가 바뀌고, 숙련되지 못한 노동자가 업무를 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

노동조합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병원이 업무를 외주화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정책에 맞서 투쟁으로 저지해 왔다. 서울대병원은 비용 확대와 사회적 분위기를 핑계로 고용주만 바뀌는 자회사 전환을 고집하고 있다.

자회사는 기존의 용역업체가 그러했듯 안전보다는 이윤창출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을 것이다.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로 운영한다면 구의역 사고가 서울대병원에서도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서울대병원은 하루에 1만여 명이 오고간다. 의사와 간호사도 중요하지만 검사파트, 청소, 시설, 주차, 경비도 매우 중요한 업무를 한다. 더군다나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환자를 안전하게 지킬 수가 없다. 모든 직종이 각자의 위치에서 불안정한 노동이 아닌, 고용이 보장되고 서로의 업무를 존중하고 인정받을 때 환자도 안전한 환경 속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할 수 있다.

이것이 서울대병원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직접고용해야 하는 이유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전환은 서울대병원이 의료공공성을 포기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지금껏 투쟁해서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쟁취했듯이,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과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도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태그:#서울대병원, #파업, #정규직 전환, #직접고용,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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