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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 교황에게 받은 묵주 든 문 대통령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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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의 방북은 평화를 위한 외교에요. 지금 북의 비핵화 의지나 인권 문제를 따지는 게 옳은 일일까요?"

평화를 이야기하며 잔잔하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1호 북한학 박사 사제이자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으로 있는 강주석 신부(가톨릭 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교황님의 방북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교회 내의 '남남 갈등'이다.

교황 방북이 불편한 사람들

지난 10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사실상 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긍정의 뜻을 표시한 것.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측의 공식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 봄 교황이 방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교황의 방북을 불편해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황은 한 종교의 지도자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교황의 방북에 여러 종교적, 정치적인 잣대가 가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의 인권 문제. 실제로 지난 1일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 Watch)라는 인권단체는 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를 폭로하며 교황의 방북을 반대했다.

종교계의 반대 목소리도 있다. 강 신부는 "교회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라며 "수령 유일신 체제에서 수령을 믿는 북에 교황님이 가게 되면, 사이비 신자를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는 비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일본,러시아도 "적극 지지"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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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강 신부는 그가 소장으로 있는 가톨릭 동북아평화연구소를 통해 교황님의 방북을 두고 의견을 모았다. 미국, 러시아, 일본, 아일랜드까지. 아일랜드 외교관을 비롯해 워싱턴 정가와 의견을 주고받는 미국 주교회의 전 의장 등을 초청해 교황 방북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교황님의 방북을 두고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였어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할거라는 거죠. 필립 맥더나 아일랜드 전 외교관은 '교황님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장 어려운 상황 속으로 가시는데, 방북도 그런 발걸음 중 하나'라고 설명 하더라고요."

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대된 후 유럽 중 처음으로 방문했던 곳이 가장 작은 나라였다"라고 언급했다. 교황이 유럽연합에 속해있지 않은 알바니아를 방문하고,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팔레스타인, 미얀마 등 분쟁과 아픔의 흔적이 새겨있는 곳을 찾아다녔다는 것.

그는 "맥더나 전 대사가 지난 9월 바티칸과 중국의 외교를 설명하며 새로운 관계가 이루어졌다는 말을 했다"라면서 "그 동안 교류가 없었던 바티칸과 중국이 외교를 시작한 것처럼 교황님의 방북도 바티칸과 북측의 새로운 교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천주교, 미국 정부에 의견 전한다고 해"
 
강주석 베드로 신부.
 강주석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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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윌리엄 스카일 스테드 주교(전 미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는 교황님께서 북한에 정말 가신다면 이는 바로 전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했어요. 비핵화에 대한 필요성, 평화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이라는 것이죠.

미국 천주교주교회의에서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직접 편지를 썼는데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평화적 수단을 사용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강 신부는 "다양한 나라에서 교황 방북의 지지를 표하는 것만큼 우리 교회가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외교단이기도 한 바티칸의 교황청은 신중의 신중을 다한다는 것. 본래 교황청은 여러 절차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데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강 신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당사자인 남측 교회의 의견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는 세상의 평화, 지상의 평화를 추구하는 사명이 있는 곳"이라며 "한국 천주교가 연대해 교황 방북을 환영하는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종교가 왜 정치적인 일에 목소리를 내느냐며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강 신부는 "전쟁의 공포, 불평등의 문제, 사회적인 부조리가 있는 곳에서 그리스도가 탄생했다"면서 "교회는 기본적으로 평화를 고민하며 세상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태그:#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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