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시즌 내내 8개 팀이 경쟁하다 마지막에 SK가 우승하는 스포츠다.'

8년 전인 2010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4전 전승을 거두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던 SK의 야구를 두고 나왔던 농담섞인 평이다. 당시 SK는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3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었다.

그로부터 꼬박 8년이 흘렀다. 8년 전 한국시리즈 마운드에서 팀의 우승을 확정짓고 대선배 포수 박경완에게 꾸벅 인사를 하던 23세의 영건 김광현은 자타공인 리그를 대표하는 31세의 성숙한 에이스로 변모해 있었다.

8년 전처럼 김광현은 SK의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5-4로 앞선 13회말 투수로 등판한 김광현은 2아웃째를 잡아내고 마지막 타자 박건우를 상대하는 도중 감정이 복받쳤는지 잠시 마운드를 내려와 붉은 눈시울을 보이며 감정을 추스리기도 했다.

김광현은 2010년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8년만에 가장 환하게 웃었다. 다만 이번에도 한국시리즈 MVP는 김광현의 몫이 아니었다.
 
 결정적인 2개의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SK 한동민

결정적인 2개의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SK 한동민 ⓒ SK 와이번스


김광현이 등판하기에 앞서 13회초 두산 유희관을 상대로 결승홈런을 때려내며 김광현에게 한국시리즈 피날레를 장식할 무대를 만들어준 한동민이 바로 시리즈 MVP의 주인공이었다.

한동민의 한국시리즈 타율만 살펴보면 MVP를 수상한 것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모두 2번타자로 출장해 21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0.190으로 저조한 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의 안타만으로도 충분했다. 한동민은 시리즈 1차전 1회초 첫 타석에서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을 상대로 벼락같은 투런포를 때려냈다. 바로 이틀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터진 포스트시즌 연타석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SK는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두산을 상대로 기선 제압이 가능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기는 했지만 양 팀의 정규리그 간극은 무려 14.5게임차였다. 한동민의 투런포가 1회초에 터지며 1차전을 쉽게 풀어가지 못했다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를 보이는 SK가 시리즈를 쉽게 내줄 가능성도 있었다.

한동민의 기선제압 덕분에 SK는 체력과 전력에서 열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우승을 향해 한발씩 나아갈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 한동민의 홈런포

한국시리즈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 한동민의 홈런포 ⓒ SK 와이번스

 
한동민의 역할은 기선제압에서 끝나지 않았다. 1차전 시작과 동시에 홈런을 날리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던 한동민은 한국시리즈의 마지막도 자신이 결정지었다.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6차전은 그야말로 대혈투였다. 내일이 없는 두산은 2회부터 선발 이용찬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불펜을 가동시켰다. SK 역시 필승조인 김태훈과 정영일이 마운드를 떠나자 7차전 선발로 예상되던 문승원까지 출격시키며 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4-4 동점, 13회까지 진행된 연장전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승부였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1년 농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순간이었기에 양 팀 야수들은 자칫 수비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되던 6차전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바로 한동민의 홈런포였다. 시리즈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유희관을 상대로 한동민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135미터짜리 대형 솔로홈런을 작렬했다. 2아웃을 손쉽게 잡아내고 다음 이닝을 준비하던 두산에게는 충격적인 KO펀치였다.

1차전 1회초와 최종전 13회초에 터진 두 방의 홈런, 한국시리즈 6경기를 관통하는 홈런포를 가동한 한동민은 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비록 2할이 채 되지 않는 한국시리즈 타율을 기록했지만 한동민의 KS MVP 선정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다.

김광현, 김강민, 박정권, 최정 등 '왕조'시절의 멤버들과는 달리 한동민에게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는 한동민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출장하는 포스트시즌이었다. 2012년 입단 이후 군복무와 부상으로 포스트시즌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지만 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의 승부를 끝내는 홈런을 터뜨리며 그간의 아쉬움을 말끔히 지웠다.

가을야구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상은 때론 선수의 커리어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30세 시즌을 보낸 한동민은 이제 막 전성기를 맞았다. 정규시즌 40홈런 고지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거포로 도약했고 플레이오프 끝내기 홈런과 한국시리즈 수미상관포로 MVP까지 차지했다. 가장 행복한 가을을 보낸 한동민이 내년 시즌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그 정상급 거포로 도약한 한동민 (출처: [KBO 야매카툰] 2018 홈런왕은 누구? 편 중/엠스플뉴스)

리그 정상급 거포로 도약한 한동민 (출처: [KBO 야매카툰] 2018 홈런왕은 누구? 편 중/엠스플뉴스)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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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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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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