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전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던 SK 와이번스가 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냈다. SK는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에서 연장 13회 승부 끝에 한동민의 역전 솔로포에 힘입어 5-4로 승리,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내내 선발 투수로 활약한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책임지며 SK의 역대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1차전부터 5차전까지 승-패-승-패-승을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 점 차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정이 극적인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10회초부터 3이닝 동안 추가 득점을 뽑지 못하는 사이, 두산도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쳤다. 결국 SK가 자랑하는 한방으로 승기를 잡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가을야구를 마무리했다.
 
환호하는 SK 선수단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SK 선수들이 뛰쳐나와 기뻐하고 있다.

▲ 환호하는 SK 선수단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SK 선수들이 뛰쳐나와 기뻐하고 있다. ⓒ 유준상


업그레이드된 SK, 짜임새 있는 투-타로 업셋 우승 달성했다

지난해 SK의 가을야구는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가 전부였다. 당시 마산 원정을 떠났던 SK는 5-10으로 패배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만 했다. 정진기의 연타석 홈런에도 불구하고 최정을 비롯한 나머지 타자들이 부진했고, 선발 등판한 켈리가 2.1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단일 시즌 팀 홈런 신기록을 세우면서 뚜렷한 성과를 냈음에도 2018 시즌에 풀어야 할 과제도 동시에 남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 '에이스' 김광현이 가세하면서 SK는 단숨에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비록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더라도 전년도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만큼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SK는 시즌 내내 상위권을 지켰다. 두산의 독주가 시작된 이후 선두 경쟁에서 멀어졌으나 한화와의 2위 경쟁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홈런 의존도는 여전했어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타선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 크게 두 가지로, 출루율 상승과 도루 개수 증가다. 지난해 SK의 팀 출루율은 0.341로 8위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올핸 0.356으로 두산(0.376), KIA(0.367)에 이어 전체 3위였다. 또한 지난해 53개(최하위)에 불과했던 도루 개수는 108개(전체 3위)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팀 내 도루 1위 노수광(25개)을 필두로 김동엽, 정진기(이상 11개), 김강민과 로맥(이상 10개) 등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내가 SK 켈리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6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켈리가 환호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6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켈리가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운드에서는 '평균자책점 1위' 선발진이 팀의 원동력이 됐다. 박종훈(14승)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올렸고, 외국인 투수 켈리(12승)의 위력은 변함이 없었다. 코칭스태프의 관리 속에서 11승을 챙긴 김광현의 호투, 8승씩 기록한 문승원과 산체스의 선전 등 다섯 명의 선발 투수가 대체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선발 로테이션에 빈 자리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 선발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김태훈(9승)도 팀에 큰 보탬이 됐다.

어느 한 명의 활약이 두드러지진 않은 불펜에서는 신재웅, 박희수, 윤희상, 서진용 등이 힘을 합쳐 뒷문을 단속했다. 마무리 신재웅이 불안했던 포스트시즌은 정영일과 김태훈 두 명의 몫이 컸다. 여기에 8월 이후 부진에 시달린 산체스가 팀이 필요할 때마다 불펜 투수로 등판해 빠른 공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정규시즌 최다 실책 2위에 이름을 올린 야수진은 안정적인 수비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주면서 짜임새 있는 야구가 완성됐다. 그렇게 왕조의 재건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힐만 감독에게 전한 마지막 선물, 이젠 '염경엽 체제'로 KS 2연패 도전

전력 외적인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 힐만 감독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타 팀으로의 이적이 아닌 가족 문제 때문이었다. 힐만 감독의 깜짝 발표에 의견이 엇갈렸고 이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가을야구에 앞서 선수단에 작별 인사를 고한 것이 오히려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2006년 NPB(일본프로야구)에서 닛폰햄을 정상에 오르게 했던 힐만 감독은 올해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역사상 첫 한일 챔피언 감독으로 등극했다.

성적과는 별개로 선수들과의 스킨십도 적극적이었고, 행사를 포함해 구단이 진행하는 마케팅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힐만 감독은 리그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받은 이유다. 선수단, 팬들 모두 그를 쉽게 떠나보낼 수 없었지만 더 이상 국내에 머무를 수 없는 힐만 감독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마지막 선물을 전했다. 강력한 우승 의지를 드러낸 특히 김강민, 박정권 등 정규시즌에서 활약이 미미했던 베테랑 선수들의 진가가 포스트시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 경기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과 선수들이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는 의미가 담긴 수어로 인사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 경기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과 선수들이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는 의미가 담긴 수어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힐만 감독과 SK 선수단의 동행은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구단 역사상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이후, 이튿날(13일) 오전 SK는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염경엽 단장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염경엽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의 입장이 됐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지휘봉을 잡았다.

염경엽 감독은 "(감독 선임에 관련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 것이) 부담스러웠다. 구단이 어떠한 선택을 내려도 좋으니 난 담담히 기다렸다. 단정으로서 계약이 1년 남았기 때문에 감독 자리에 큰 욕심을 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감독으로 선임된 소감을 밝혔다. SK 입장에서는 염 감독이 감독, 단장 경험을 모두 해 본 이후에 다시 감독직을 맡기 때문에 좀 더 넓은 시야로 팀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본 것도 잠시, 스토브리그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중이다. 올겨울 켈리의 재계약 여부, FA 시장에 나가는 최정과 이재원 등 마이너스 요인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대어급 FA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각 팀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려볼 만하다. 정규시즌 개막 2연전부터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한 SK의 2019년에 벌써부터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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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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