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2년 4대강 수문이 모두 닫혔다. 수문이 닫히던 그때를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지금은 감옥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연을 짓밟아 만든 4대강의 16개 보가 완공되면서 강의 흐름은 멈췄다. 정말 폭풍처럼 공사를 진행하고 철저하게 환경의 가치는 무시된 사업이었다. 

이후 6년 동안 강은 통한의 세월을 보냈다. 2012년 10월 30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썩어가는 물에서 피어난 녹조는 매년 여름 강을 덮었다. 이름도 생소한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 선조들의 말을 그대로 입증하는 현장이었다.

6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낸 금강은 2017년 11월 세종보를 필두로 공주보까지 완전히 개방되었다. 그리고 10월 15일부터 10월 30일까지 백제보가 열리면서 잠시나마 강이 온전히 흘러가는 시간을 가졌다. 완벽하게 열린 수문을 만나기 위해 같은 달 20일과 25일 금강 현장을 찾았다. 

오랫동안 갇혔던 물이 흐르자 많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2012년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평균 수심 4.5m의 깊은 호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대규모 모래톱이 생겼고 여울과 소가 생겨났다.
 
.
▲ 수문이 열린 공주보를 지켜보는 참가자 .
ⓒ 이정훈

관련사진보기

 
수심이 다양해지면서 수십cm 이내의 낮은 수심 지역이 늘어났다. 본래 금강은 이렇게 수심이 낮은 강이었다. 4대강 사업 이전 금강의 평균 수심은 80cm였다. 이렇게 낮은 평균수심을 유지하던 강이 4대강 사업으로 4.5m의 깊은 호수가 되었다. 환경을 무시한 결과였다.

수심의 변화는 생태계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깊은 물, 낮은 물, 흐르는 물, 고인 물 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생태계가 활력을 되찾았다. 우리나라 하천은 본래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생태계의 구성원은 이 역동성에 적응해 수만 년을 살아왔다. 이런 역동성은 종의 다양성을 키웠다. 여름철 홍수와 가을부터 봄까지 가물어 건천이 되는 하천의 특성 역시 이런 역동성을 증대시킨다. 혹자는 수십 년에 한번 오는 홍수를 기다리는 생물군이 따로 있다고 한다.
  
.
▲ 모래톱에 새겨진 수달흔적 .
ⓒ 이정훈

관련사진보기

   
.
▲ 모래톱에 흔적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
ⓒ 이정훈

관련사진보기

 
수문개방으로 물의 흐름이 생기자 물은 본래의 깨끗한 모습을 되찾았다. 모래톱 위 새겨진 생물들의 다양한 흔적은 종의 다양성을 입증해주고 있다. 재첩, 고라니, 삵,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흔적이 모래톱에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본디 이렇게 살아왔을 생물들에게 4.5m의 인공 호수는 그야말로 지옥이었을 것이다. 수문개방은 생물들에게 지옥을 벗어나는 탈출구이자, 스트레스를 날리는 해방구이다. 

사람들도 낮아진 강에서는 마음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아이들은 거침없이 강물에 발을 담갔다. 쌀쌀한 날씨에도 모래가 있는 물가의 유혹을 참지 못한 것이다. 맑은 물과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오가며 느끼는 간지러움 때문에 아이들은 잠시나마 즐겁게 물놀이를 즐겼다. 모래가 흐르는 강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백제보 상류에 생긴 모래톱에 발에 물을 담근 아이들 
ⓒ 이정훈

관련사진보기

 
흐르는 강이 주는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손조차 담그지 못하던 곳이 거침없이 들어갈 수 있는 강으로 변했다. 생물들 또한 모래톱을 오가며 흔적들을 남겼다. 이 모습이 평온하고 자연스러워 보인 것은 어디 나 뿐일까. 

흐르는 강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생물뿐이 아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지형에 맞춰 살아가고 느끼는 것이 우리 강의 모습이다.
 
▲ 다시 나타난 재첩 
ⓒ 이정훈

관련사진보기

  
죽은 강은 이제 다시 없어야 한다. 하지만 백제보는 11월 1일부로 다시 수문을 닫았다. 수막 재배라는 농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수막 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위에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온 12~15℃의 물을 뿌리는 농법이다. 겨울에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고 실내온도를 유지해 보온한다.

백제보 인근 농민들은 4대강 사업 후 강변 농지가 사라지자 이곳에 비닐하우스 시설을 설치해 재배 농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수를 이용하는 수막 재배가 진행되면 보 개방으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11월부터 3월까지 겨울철 보온을 위해 사용되는 백제보 인근 주민들의 농업용수사용량은 부여인구 전체가 사용하는 용수에 수배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물을 사용하는 농법의 전환이 이루어지거나 대체 용수공급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백제보는 매년 겨울 수문을 닫아야 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은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역동성을 증명해주었다. 다시 닫힌 백제보 수문은 평가를 통해 반듯이 다시 열릴 것을 기대해본다. 강은 흘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정치마당'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백제보, #4대강 , #대전환경운동연합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