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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시원은 가장 대표적인 저렴주거 중 하나이다. 고시원은 기도를 하는 기도원, 단식을 하는 단식원처럼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장소였다. 고시원이 처음 생기던 때는 1970년대로 서울대학교가 있는 신림동 주변에 주로 많이 생겼다가 80년대에 들어 점차 대학가 주변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물론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실은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구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신림동을 비롯하여 노량진 등 학원이 밀집해 있는 동네 주변에도 고시원이 집중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고,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확대되기 시작했다.

고시준비 하는 학생뿐 아니라 갑자기 실직해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 경제위기에 따라 가정이 해체된 사람의 저렴한 숙소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도심에 점차 고시원이 늘어나면서 도심 일용직 노동자들의 대안적인 숙소가 되어간 지 오래다.

그러면서 고시원 화재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화재는 고시원뿐 아니라 여관이나 자취방 같은 저렴주거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이다. 별도의 주방이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 같은 간이 취사도구로 밥을 짓다가 불이 나거나 난방장치가 미흡해 전열기 등을 사용하다가 불이 나기도 한다. 이번에 불이 난 고시원은 본래 고시원 용도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고 이후 고시원으로 개조된 경우인데 이렇게 개조된 건물이 더욱 위험한 경우가 많다.

되도록 방을 많이 넣기 위해 내부의 통로는 미로와 같고, 통로 폭은 두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다. 각 방을 구획하는 칸막이는 얇고 불에 타기 쉬워서 화재 시에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3층 밖에 안 되는 저층 건물이니 불이 났을 때 얼른 창문으로 대피하면 되지 않았나,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본래 오피스 빌딩으로 계획되었다가 고시원으로 개조하는 경우, 방을 더 많이 넣기 위해 가운데 부분에도 방을 넣게 된다. 필연적으로 "먹방"이 생긴다. "먹방"이란 요즘 유행하는 먹는 방송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건축계에서 오래 전부터 쓰던 용어다.

창문이 없는 방을 말하는데 빛이 전혀 들지 않아 "먹처럼 까만 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설계에서는 이 "먹방"이 나오는 것을 가장 큰 실수로 여긴다. 그런데 건물이 커지다 보면 가운데 위치한 작은 방은 어쩔 수 없이 먹방이 되곤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각 주호마다 2개씩 마련되어 있는 화장실도 창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먹방이다. 물론 화장실 정도야 괜찮지만 침실을 비롯한 거주실에 먹방이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 고시원은 예전에 설계된 건물을 고시원으로 개조하다 보니 그만 가운데 먹방이 나와버렸다. 불이 나면 불보다는 유독가스가 더 위험하다. 그래서 창을 활짝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하는데 이렇게 창이 전혀 없는 먹방은 매우 위험하다.

3층짜리 건물인데 왜 창문으로라도 대피하지 못했나,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먹방에는 창이 없었다. 또한 공교롭게도 화재는 출입문 쪽에서 발생했다. 대피를 하는 통로는 출입문이었는데 그곳에서 화재가 났으니 더욱 화를 키웠다.

 
건물외벽에 설치된 완강기 화재 시 피난용도이지만 대부분 그 사용방법을 잘 모른다
▲ 건물외벽에 설치된 완강기 화재 시 피난용도이지만 대부분 그 사용방법을 잘 모른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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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만약에 이러한 경우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하는가. 이 건물에는 화재 시 피난을 위한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그것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 사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완강기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필자가 쓴 다음 기사를 읽어보면 된다.

[관련기사] 건물 외벽에 설치된 완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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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