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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채식을 지향한다. 당연히 육식을 하지 않고, 음식을 할 때 우유, 계란, 버터 등 모든 동물성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채식을 한다고 하면 "다이어트해? 어디 아프냐? 얼마나 오래 살려고?"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나를 불편해 한다. 채식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사람 만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킨, 삼겹살, 소고기 등의 비채식 식당이 대부분이고 요즘 유행하는 유명한 맛집은 거의 우유, 치즈, 버터를 사용한다.

한식은 육수부터가 멸치고 김치는 젓갈이 들어가 완전 채식이 아니다. 사실 채식인들은 고깃집을 가더라도 상추쌈에 야채만 먹어도 아무상관 없는데 괜시리 눈치가 보인다.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끝도 없이 자신들의 경험들이 쏟아진다. 모두 '핵공감' 하며 한국에서 채식하기 어려움을 경쟁하듯 앞다투어 쏟아낸다.

나는 몸과 마음이 아파서 채식을 시작했다. 채식을 접한 건 외국에서 였다. 미국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전문 채식 식당도 많다. 동남아의 많은 나라에서도 채식 메뉴가 대부분인 식당이 있다. 인도에서는 오히려 채식이 주 메뉴이고 비채식인을 위한 메뉴가 사이드이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에서 채식요리를 배우고 먹으면서 건강이 회복되었고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채식인이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하면서 채식인의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우선 가족들과 식사시간에서 늘 잔소리를 듣는다.

"왜 고기를 안 먹냐? 그러다 죽는다. 텔레비전 봐라. 의사들이 고기는 꼭 먹어야 한다더라 단백질 없으면 절대 안 된다. 살 빼는 사람들도 닭 가슴살만 먹는 거 봐라. 고기는 살도 안 찐다. 우유를 안 먹으면 칼슘은 어디서 얻냐? 우유는 완전식품이라고 공익광고도 한다."

가족들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정보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절대 채식하면 안 된다고 난리다. 내가 경험한 채식의 이점과 건강함에 대해서는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없다.

직장에서는 외식이나 급식을 이용하면 육식을 피하기가 힘들어 항상 따로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동료들은 나의 채식 반찬을 훔쳐보며 다이어트로 단정짓거나 그렇게 먹어서 어떡하냐고 웃으며 한 마디씩 던진다. 그리고 간혹 간식을 먹는 시간에 언젠가부터 나를 부르지 않는다. 간식들이 대부분 빵, 피자, 햄버거, 치킨이기 때문이다.

채식을 하는 것이 간혹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단절을 야기하고 외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저런 다양한 채식의 이유가 어떤 경우에는 너무 강하고 거창해서 비채식인들에게 죄의식을 심어 줄 때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많은 채식인들은 소외되고 선택의 폭이 좁은 외로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에서 가장 큰 채식 커뮤니티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 20~30명 정도의 채식인들이 모이는데 이 인원이 갈 수 있는 식당은 서울에서도 2, 3곳 정도이다. 또한 채식한다 하면 너무나 많은 질문과 이상한 과한 친절에 시달린다.

"혹시 이것도 먹어요? 이건 먹을 수 있어요? 커피도 마셔요? 채식한다고 해서 뭐 먹는지 몰라서요..." 어린아이 취급하듯 먹는 것을 일일이 참견 당한다. 배려인 걸 알지만, "제발 나를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소리치고 싶다.

최근 건강이 많은 화두가 되면서 채식이 알려지고 있어 반갑다. 가능한 많은 곳에서 채식인들도 당연히 선택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추어지길 바란다. 채식이 특별히 별나거나 독특해서가 아닌 그냥 자연스러운 기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생태계와 지구를 위해 또 내 몸을 위해 선택한 기호가 상업적으로 기만당하지 않고 충분히 지지받고 수용 가능한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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