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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지의 3D프린팅 입체형상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는 문양자 씨(오른쪽). 이를 지켜보는 정윤선 작가도 눈물을 글썽였다.
 어버지의 3D프린팅 입체형상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는 문양자 씨(오른쪽). 이를 지켜보는 정윤선 작가도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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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당시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학살당한 문상국씨의 사진 3점과 3D프린팅 입체형상(오른쪽)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학살당한 문상국씨의 사진 3점과 3D프린팅 입체형상(오른쪽)이 전시되어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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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1층 전시장을 찾은 산내학살희생자유족회 문양자 회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문양자씨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아버지 문상국의 입체 형상을 한번 보고는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 문양자씨의 아버지 문상국은 1950년 말경에 억울하게 부역혐의자로 내몰려 경찰에게 연행돼 대전형무소에 갇혔다가, 1.4 후퇴 직후인 1951년 1월 14일 전후에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총살당했다.

문양자씨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흔적이라고는 사진 3장이 전부였다. 그런 와중 '2018 지역리서치 프로젝트'에 참가한 시각예술가 정윤선 작가의 3D프린팅 작업을 통해 그는 아버지의 입체형상과 대면할 수 있었다. 문상국씨의 증명사진을 토대로 작업된 3D프린팅 형상은 아버지가 부활한 것 같이 문양자씨 앞에 서 있었지만, 67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문상국씨의 형상은 젊은 날 모습으로 멈춰있었다.

3D프린팅 작업을 시도한 계기를 묻자 정윤선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이 너무 그리우면 얼굴을 만지고 싶잖아요. 그런데 유족분들에게는 사진 밖에 남아 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얼굴을 만져 볼 수 있도록 입체로 형상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윤선 작가가 2018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 개막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정윤선 작가가 2018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 개막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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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선 작가의 리서치 프로젝트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엮인 중구 중촌동과 동구 낭월동이라는 두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옛 대전형무소가 존재했던 중촌동과 학살지로 선택되었던 산내 골령골(현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일대)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참혹한 역사를 공유한 현장이다.

정 작가는 "생성되고 소멸되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게만 보이는 도시 공간의 이면에는 감춰지고 왜곡된 참혹한 사건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인간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사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이 그동안 이 사건은 은폐·왜곡되고, 묻혀 있었기 때문에 많이 모르실 것 같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더 많이 공론화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 전시 입구에 설치된 조명 구조물과 그대로 재현된 산내 골령골 입간판.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 전시 입구에 설치된 조명 구조물과 그대로 재현된 산내 골령골 입간판.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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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는 '산내 골령골'의 길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새워 놓아 관람객들은 유해가 매장되어 있는 거대한 땅속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 구조물에서는 현란한 조명 춤이 펼쳐진다. 하지만 구조물 뒤편에는 검고, 어두운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구조물에서는 라흐마니노프 교향시 '죽음의 섬' 피아노곡이 연주되기 때문에 '은폐된 사건'을 상상하게 만든다.

구조물 오른편으로는 산내 골령골에 설치되어 있는 입간판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작가는 "구획화되어 있는 장소나 꺼려지는 장소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안과 밖, 인간 내면에 있는 경계조차도 허물어 버리는 장치로 작용을 하도록 입간판을 설치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 안쪽에는 문상국씨의 입체형상과 함께 문양자씨의 사진 11점과 그에게 남겨진 아버지 사진 3점이 전시되어 있고, 문양자씨의 삶은 인터뷰 영상에 담겨 별도의 영상실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또한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 관련 사진과 자료들도 모아 전시했고, 관련자들의 인터뷰 영상과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다큐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두었다. 또한 2015년 당시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영상을 바닥에 상영하면서 현장감을 높였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중촌동 대전형무소 터를 상징하는 망루 구조물을 설치해 두어 중촌동과 산내 골령골을 지역적으로 연결시켰다.

'성매매 집결지'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한 전시 <불난 집>
 
 ‘콜렉트’ 팀의 <불난 집> 전시장 내부 모습. 입구에 드리워진 붉은 색 조명은 ‘성매매 집결지’를 연상케 했다.
 ‘콜렉트’ 팀의 <불난 집> 전시장 내부 모습. 입구에 드리워진 붉은 색 조명은 ‘성매매 집결지’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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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연 작가가 할머니 집의 방에 아직도 남아 있는 화재 자국을 사진으로 작업해 전시했다.
 김재연 작가가 할머니 집의 방에 아직도 남아 있는 화재 자국을 사진으로 작업해 전시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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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전시장에는 대전 동구 중동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불난 집> 전시가 마련되었다.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김재연 작가와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권순지 작가로 이루어진 '콜렉트' 팀의 리서치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기록화되지 않았던 중동의 이야기를 모으고 시각화했다.

이들은 중동에 위치한 '청춘다락'이라는 공간에서 청년 활동을 하다가 아직도 동네에서 할머니들이 남성들을 붙잡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곳이 굉장히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리서치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관심을 가진 곳은 유난히 방이 많았던 어느 할머니 집이었다. 김재연 작가는 "그 할머니 집은 알고 보니 옛 유곽 터였다"며, "1970년대 그곳에서 일하던 한 여성에 의해서 큰 화재가 발생했는데, 5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에는 지워지지 않은 화재 자국이 남아 있어 그곳이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리서치 작업 이름도 <불난 집>으로 정해졌다.

그러면서 김재연 작가는 "그 여성이 왜 불을 낼 수밖에 없었는지와 그곳을 둘러싼 견해와 편견, 이야기들을 모으고 모아 시각화, 음성화하고, 텍스트로도 구성하게 되었다"며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묻혀 있고, 숨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콜렉트’팀의 권순지 작가(왼쪽)와 김재연 작가(오른쪽)가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 개막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콜렉트’팀의 권순지 작가(왼쪽)와 김재연 작가(오른쪽)가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 개막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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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렉트’ 팀의 텍스트 전시물이 전시된 공간. 한 관람객이 모퉁이 책상 위에 전시된 기록물을 읽어 보고 있다.
  ‘콜렉트’ 팀의 텍스트 전시물이 전시된 공간. 한 관람객이 모퉁이 책상 위에 전시된 기록물을 읽어 보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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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트'팀의 전시공간은 2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전시실 A에는 '성매매 집결지'를 연상케 하는 붉은 조명의 공간, 중동에서 만난 할머니들과 그들의 공간을 다룬 사진 작품,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사운드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전시실 B에는 리서치 과정을 모두 기록해 놓은 기록집과 기록과정을 축약한 5장의 텍스트 전시물, 그리고 중동이 성매매 집결지로 형성되고, 유지되어왔던 과정을 연표로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권순지 작가는 "대전의 원도심에 대한 기록은 많지만, 중동 10번지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아 흩어진 옛 기록들을 모으고, 기록화되지 않은 기록들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다"며 "중동 성매매 집결지는 일제강점기부터 미군정을 거쳐, 산업화된 지금까지도 권력과 자본에 의해서 변하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텍스트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유곽에서 오래 살았던 할머니, 성매매 집결지를 오랫동안 대면해 온 여성인권단체 대표, 성매매 당사자 여성들을 만난 기록들을 축적해 나가면서 감정적으로 힘들 때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분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기록했다"며 "전시된 기록물은 지난 6개월간의 다층적 구술 기록물"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4회차를 맞는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는 잠재되어 있는 대전의 문화적 자산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투영하여 대전의 예술적 가치를 모색하고 지역의 예술가들에게 창작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2018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는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선발한 작가 정윤선과 콜렉트(김재연, 권순지)가 6개월 동안 대전의 역사 유산을 조사 및 연구하여 예술적 작업으로 풀어냈다. 리서치 프로젝트 결과 보고전은 11월 8일 오후 4시에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되었고, 전시는 16일까지 계속된다.
 
 2018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 개막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작가들. 왼쪽부터 정윤선 작가, 김재연 작가, 권순지 작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는 개막식 사회를 본 최창희 테미창작팀장.
 2018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 개막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작가들. 왼쪽부터 정윤선 작가, 김재연 작가, 권순지 작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는 개막식 사회를 본 최창희 테미창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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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 개막식이 11월 8일 오후 4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1층 전시실에서 개최되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대전문화재단 박만우(본명 박동천) 대표
 2018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 개막식이 11월 8일 오후 4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1층 전시실에서 개최되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대전문화재단 박만우(본명 박동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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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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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