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정규 음반 <Aliens>의 음반커버.

두 번째 정규 음반 의 음반커버. ⓒ 붕가붕가레코드

 
2005년 홍대 최초 립싱크 밴드로 출사표를 던진 이래 2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간 6장의 싱글을 발매하긴 했지만 소포모어가 세상에 태어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타이틀 만큼이나 그룹의 캐릭터가 복잡 난해했기 때문이다. 지난 1집 < The Golden Age >를 떠올려보자. 그들은 '요술왕자'로 분했고 '압둘라의 여인'을 사랑했으며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이란 디스코 장을 노래했다. 한 마디로 콘셉트 천국이었다.

정규 1집 발매 이후 미국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 SWSX에 출연하고, 영국의 음악축제 글래스턴베리 무대에도 두 번이나 오르는 등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천국이 지옥이 되기도 했다. 정규 2집의 발매가 늦어진 건 얽히고설킨 콘셉트를 푸는 데 시간이 걸린 탓이었다. 특히 '키치' 하면서도 '디스코'라는 장르 구현에서 만큼은 엄격했던 본인들의, 특히 리더 나잠수의 고뇌 덕택이었다. 신보는 그 부담감 끝에 탄생한 적절한 중용이자 현실 타협 작품이다. 단, 그 우회가 아쉽지 않을 말끔한 조화라고나 할까.
 
예전이라면 새싹도 움트지 못할 진지한 트랙이 자리한다. 약간은 사이키델릭한 기타 톤에 어딘지 우수에 찬 블루 아이드 소울(백인이 부르는 소울, 리듬 앤블루스 장르를 가리키는 말)의 향취를 풍기는 '사라지는 꿈', 그루비한 발라드곡 '어쩐지'가 그 대표 격이다. 전에는 일절 찾아볼 수 없던 피처링 군단이 디스코란 장르의 낯설음을 녹여낸다.

과거의 음반이 브라스와 현악기, 코러스 등을 빵빵하게 채운 완벽한 디스코의 향연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오케스트레이션을 넣어두고 가벼운 무게감의 디스코곡들을 연속 배치했다. 래퍼 김아일이 기묘한 목소리 톤으로 기여한 첫 곡 'Playaholic'과 마찬가지로 커팅기타와 펑키한 리듬감이 잘 어우러지는 뱃사공 피처링의 '통배권'은 위와 같은 의미로 대중성을 갖는다.
 

(이번 음반의 두번째 타이틀 '통배권'의 뮤직비디오. 1990년대 인기를 끈 한 만화영화의 권법을 소재를 한 노래다.)

탈퇴한 전 멤버는 총격으로 사망했고, 그들 자신은 차세대 아이돌 그룹을 뽑기 위한 오디션으로 처음 음악계에 발을 들여놨다는 등 과한 설정은 내려놨다. 정규 1집만 보더라도 거의 전곡에 체계적이고 부풀려진 서사를 담아냈으나 이번 음반은 '음악을 위한 음악'에, '음악만을 위한 음악'에 먼저 방점을 찍는다. 때문에 예전과 같은 디스코, 댄스 성향의 'Super disco', '갤로퍼', '깍두기'는 한결 소화와 체감이 쉬워졌다.
 
데뷔 초 기상천외한 가상 일화를 만들고 독특한 옷차림에 전담 댄서까지 꾸려 등장한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에 빠졌던 팬들이라면 심심함을 느낄 수 있다. 진한 인상을 남기던 캐릭터들이 자취를 감췄으니 말이다. 그러나 힘을 뺀, 콘셉트의 굴레를 떨쳐버린 술탄 오브 더 디스코도 여전히 술탄 오브 더 디스코다. 음악적 고민과 답답함을 '사라지는 꿈', '미끄럼틀'에 빗대 한층 진실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또 때로는 과거의 그들처럼 신나는 댄스 비트를 만들어내는 이 음반은 다시 말해 꽤 괜찮은 소포모어다. 가면을 벗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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