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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도를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찬반 논쟁글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단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 복무 방안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특히 정부 계획이 일부 알려지면서 그 적정성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접 당사자가 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정부 계획이 징벌적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쟁점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징벌적 대체복무제 안돼!"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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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복무기간 36개월은 합리적인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관련 단체들은 국제기구의 권고사항 등을 근거로 현역 복무자의 복무기간 1.5배를 넘어서는 것은 또 다른 징벌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18개월까지 줄어드는 육군 현역병사의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대체 복무 기간을 27개월 이상(정부계획, 36개월)으로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합니다.

* 육군 : 복무기간 18개월 × 1.5배 = 27개월  (2배 = 36개월)
* 해군 : 복무기간 20개월 × 1.5배 = 30개월  (2배 = 40개월)
* 공군 : 복무기간 22개월 × 1.5배 = 33개월  (2배 = 44개월)

이러한 논란에 몇 가지 살펴볼 내용이 있습니다. 먼저 기준이 되는 '현역 복무자를 누구로 볼 것이냐?'입니다. 일반적으로 육군을 기준으로 하지만 이는 병역의무자가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때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경우 현행 병역 제도를 벗어나 다른 형태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일반병역 의무자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병역거부자와 일반병역 의무자가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것에 의문이 생깁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현역 복무자 중 복무 기간이 가장 긴 공군을 기준으로 삼아 형평성을 맞추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부 계획 36개월의 대체 복무 기간이 현역 복무기간의 1.5배는 살짝 넘지만 2배에는 못 미치게 됩니다.

물론 해군이나 공군의 경우 육군과 달리 100% 지원병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삼는 데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입영대상자가 육군에서만 복무할 수 없고 해군이나 공군 등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고려하면 꼭 무리라고만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꼭 공군을 기준으로 삼지 않더라도 현역 복무 이후 8년 동안 이어지는 예비군 훈련과 언제 예비군 소집이 이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국내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36개월의 복무기간을 징벌적이라고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현 제도를 고려하면 병역거부자들의 경우 대체 복무가 끝나면 예비군으로 편성되지 않고 바로 민방위로 편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는 부분에 대한 계산도 분명 필요할 것입니다.

국제기구의 권고사항과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가 과연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세계 여러 나라와는 확연히 다르며, 병역제도 또한 복무기간과 예비군 제도 등에서 많은 부분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현역 복무기간의 1.5배를 주장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교도소 복무가 징벌적인가?

교도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도소에 죄수자로 수용되는 것과 교정시설에서 운영 보조로 근무하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과거 경비교도대는 교도소 외곽 경비 임무도 수행하며 총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와 달리 일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집총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교정시설에서 복무하게 된다면 당연히 업무상에 차이가 생길 것입니다. 경비 임무, 침투거부, 작전 임무, 계도 등 무력이나 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업무는 제한되고 대부분 행정업무, 잡무, 외곽 출입문 관리 등에만 배치될 개연성이 큽니다.

또한 대부분 교도소가 일반 군부대보다 시내 접근성이 쉽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휴가나 외출 등에도 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복무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현역 복무자에 비해 많은 출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근무지인 교도소도 단계적으로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복무환경도 나쁘다고만 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과거 많은 현역 복무 대상자들이 비슷한 형태로 전환 근무했음을 생각하면 무조건 징벌적 복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다른 대체 복무지 선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당장 다른 방안을 찾기 힘든 현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오히려 복무지 문제는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일률적으로 교도소에서 대체 복무할 수 있었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에서도 현역복무 대상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현역복무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 대한 복무지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정부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라 정확히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징병 검사의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교도소에서 근무하게 하는 방안은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 현역입영 대상자는 교도소에서 대체 복무를, 그 외는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대체 복무를 이행하게 하고 대신 복무기간에 차등을 둔다면 자연스럽게 복무기간 문제와 연계되어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Q 심사기구를 국방부에 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지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국방부의 지도, 감독이나 간섭 상황에 놓이는 것이 꺼려질 것입니다. 국방부에서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 심사를 하게 되면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고 실제로 대체 복무 대상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 독립이 보장된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병역문제는 병역거부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정치권, 언론 등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입니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 복무 문제는 본인들 만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입니다. 다시 말해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상시 감시체계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지에서도 일반 병역이행자들과 같은 과정을 통해 병역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합니다. 국방부의 심사를 통해 대체 복무자로 결정된다면 오히려 사회적 정당성을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방부 내에 심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우려가 있다면 심사위원 구성에 외부전문가 등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병역거부자들만을 위한 별도의 심사기구를 국방부 외부에 둬 심사를 받고 그것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이점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대체복무제도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합법적으로 병역의무를 하라는 것입니다. 결코 일반 병역 의무자들과는 다른 특혜를 주거나 특수계급을 인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 병역 의무자들과 얼마나 유사한 체계 안에서 소수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고 정당성을 인정받느냐가 중요합니다. 계속해서 다른 체계를 주장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고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징벌적이냐?', '형평성이 맞느냐?'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논쟁을 통해 올바른 결과가 도출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논쟁 : 대체복무제도]
- '불행 경쟁' 관점으로 대체복무제도를 보지 말라
- 대체복무가 특혜라고?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간다

태그:#병역거부자, #대체복무, #교도소, #36개월,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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