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신한은행의 홈 개막전에서 28점 차의 대승을 따냈다.

안덕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원정경기에서 89-61로 승리했다. 6개 구단 중 가장 먼저 2승을 거둔 KB는 우승후보답게 시즌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올라갔고 신한은행은 양강과 만난 첫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2패로 시즌을 출발했다.

KB는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이 31득점14리바운드4어시스트로 대활약했고 박지수도 10득점10리바운드5어시스트3블록슛으로 기록지를 풍성하게 채웠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선수 쉐키나 스트릭렌이 햄스트링 통증으로 3득점에 그친 것이 뼈 아팠다. 비록 신한은행은 홈 개막전에서 대패를 당했지만 이날 하프타임에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14년의 프로생활을 마감하는 '미녀슈터' 김연주의 은퇴식이었다. 

'레알 신한' 시절부터 침체기까지 함께 한 신한은행의 산 증인
 
 정확하고 과감한 3점슛은 현역 시절 김연주의 전매특허였다.

정확하고 과감한 3점슛은 현역 시절 김연주의 전매특허였다. ⓒ 신한은행 에스버드

 
선일여고 시절부터 청소년 대표에 선발되며 이름을 날리던 김연주는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됐다. 김연주는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윌리엄 존스컵이나 영위민(U20) 농구선수권대회 등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유망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김연주는 정작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신한은행에는 진미정, 선수민, 이연화(이상 은퇴), 한채진(OK저축은행 읏샷) 등 김연주와 비슷한 타입의 포워드 자원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연주는 2008-2009 시즌까지 평균 출전시간 1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자고로 김연주 같은 슈터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슛감을 찾아야 하는데 출전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슛 컨디션에도 늘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연주는 선수민이 삼성생명 블루밍스로 이적한 2009-2010 시즌부터 신한은행의 핵심 벤치 멤버로 자리 잡았다. 신한은행이 통합 5연패를 달성하던 2010-2011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21분40초를 소화하며 7.06점 3점슛 성공률 38.3%(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세 시즌 연속으로 우수 후보선수상을 수상하며 WKBL을 대표하는 '3점슛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그렇게 신한은행의 대표적인 식스맨이자 WKBL에서도 알아주는 3점 슈터로 자리를 잡아가던 김연주는 2015-2016 시즌 초반 훈련도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검사 결과 6개월 진단을 받은 김연주는 수술을 하며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그리고 신한은행은 김연주의 부재 속에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무르며 단일리그체제가 된 2007-2008 시즌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신한은행을 떠나는 대신 은퇴를 선택한 진정한 '원클럽맨'
 
 7일 홈개막전에서 은퇴식을 치른 김연주는 이제 정든 코트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7일 홈개막전에서 은퇴식을 치른 김연주는 이제 정든 코트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물론 부상은 매우 불행한 일이었지만 김연주의 회복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순조롭게 재활 과정을 마친 김연주는 2016-2017 시즌 정규 리그 35경기에 모두 출전해 데뷔 후 가장 많은 28분32초를 소화했다. 그리고 득점(7.4점)과 리바운드(3.0개), 어시스트(1.5개), 스틸(0.86개) 등 각 종 개인 기록에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김연주의 맹활약에도 KB스타즈에 승차 없는 4위에 그치며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쏜튼과 르샨다 그레이로 이어지는 외국인 듀오를 앞세워 정규 시즌 3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복귀했다. 하지만 김연주는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20분32초를 소화했음에도 개인 성적이 4.7득점1.4리바운드0.9어시스트0.7스틸로 하락했다. 시즌 후반부터는 유승희, 김아름 같은 포지션의 후배들에게 밀려 출전시간이 대폭 줄어들기도 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해 14년 동안 오직 신한은행에서만 활약한 김연주는 WKBL에서도 흔치 않은 '원클럽맨'이다. 과거 정은순, 전주원, 박정은 같은 선수들은 입단한 팀에서 계속 활약하다가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FA나 트레이드로 인한 이적이 매우 활발한 편이다. 실제로 현역 선수 중 입단 팀에서 10년 넘게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강아정(KB)과 김단비(신한은행), 그리고 김연주뿐이다.

1986년생 김연주는 선수로서 분명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할 정도로 많은 나이라고 할 수도 없다. 임영희(우리은행)의 경우 1980년생임에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활약하고 있고 1984년생 곽주영(신한은행)과 한채진(OK저축은행)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김연주는 신한은행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뛰길 원하지 않았고 신한은행과의 FA협상이 결렬되자 곧바로 은퇴를 결심했다.

사실 김연주는 화려한 타입의 선수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레알신한' 시대부터 김연주는 언제나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코트 위에서 열심히 뛰어 다니며 비장의 무기인 3점슛을 통해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살리곤 했다. 은퇴 후 스포츠 심리학 공부를 계획하고 있는 '미녀슈터' 김연주의 새로운 인생에도 늘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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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2018-2019WKBL 신한은행에스버드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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